자린고비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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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린고비도 혀를 내두르고 도망갈 신세대 e -짠돌이들이 뭉쳤다.

'절약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재테크'임을 의심치 않는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짠돌이'사이트(cafe.daum.net/mmnix). 현재 회원수 7만명을 훌쩍 넘은 이들의 절약 노하우들을 담았다. 무조건 아끼기보다는 쓸 때는 쓰고, 이왕이면 더욱 가치 있게 쓰고자 하는 게 이들 '소금국' 회원의 모토이다.

짠돌이 카페 시샵 이대표(27·아이디'대왕소금')씨는 “요즘 10년 안에 10억 모으기가 열풍이다”며 “10억을 벌면 좋겠지만 현실성을 배제하고 남의 성공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왜 부자가 되려는지 결국 무엇을 위한 일인지 돌이켜 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씨는 부자가 되고자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가정의 행복이라고 말한다. 그는 주식이나 증권 때문에 빚쟁이가 되기보다 일단 저축하기를 권한다. 이씨는 “이자율 몇 % 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단돈 100만원이라도 현금이 내 수중에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일단 저축을 시작하라”고 권한다.

이처럼 요즘 신세대 짠돌이들은 단지 돈을 모으는 데 열중하는 게 아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아낄 때는 확실하게 아끼고, 쓸 때는 확실하게 쓰는'지혜를 공유한다.

영진닷컴에서 출간한 〈한국의 e짠돌이〉 그 내용을 살짝 들여다봤다.

사이버 자린고비들의 기상천외 절약법

종이 한 장 붙였더니 핸드폰 요금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특별히 쓴 것도 없는데 한 달에 7만원이 훌쩍 넘는 핸드폰 요금. 궁금한 마음에 핸드폰 회사 사이트에 들어가 요금내역을 확인했다. 계산해 보니 10분에 1080원. 놀란 가슴을 부여쥐고 그날 이후로 핸드폰 액정 밑에 종이 한 장을 붙였다고 한다.

기본료 : 14000원(월 10분 무료)

통화료(10분당) : 낮 12시∼밤 12시 : 1080원 / 아침 6시 ∼ 낮 12시 : 840원 /

밤 12시 ∼ 아침 6시 : 600원

게다가 날마다 실시간 요금조회를 해서 현재 얼마를 통화요금으로 썼는지 확인하는 노력 끝에 다음 달 요금이 2만9000원 이었다고 한다.

제대로 된 중고차 고르기가 맨 몸으로 63빌딩 창문 닦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요즘, 최고의 중고차를 고르는 비법이 소개됐다.

중고차 센터 사장들이 차를 팔 땐 좋은 점만 말하고, 차를 살 땐 안 좋은 부분만 골라 짚어내서 싸게 사려고 하는 점을 역이용했다. 일단 마음에 드는 차를 발견했으면 시운전해 보겠다고 하고 다른 중고차 센터에 가지고 가서 한번 물어본다.

“제가 이 차를 팔려는데…”하고. 그럼 중고차 센터 사장은 열심히 차를 살핀다. 저절로 새로 구입하려는 차의 사고 유무를 알 수 있게 되고, 적정 가격까지 알 수 있다고. 시운전하고 돌아와서 말을 하면 상대도 더 이상 속이는 일 없이 가격절충에 몰두하게 된다고 귀띔한다.

네임펜으로 모든 물품의 생일 적기도 또 다른 절약 비법이다.

화장실 속의 화장지 - 5월 24일자라고 적혀 있는데, 5월 30일에 다 썼다. 그렇다면 롤 화장지 하나로 1주일을 쓰는 셈이다.

리모콘 속 건전지 - 2002년 5월 20일부터 2003년 3월 20일까지 썼으니 약 10개월 쓰는 거다. 다음에는 11개월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치약 - 2003년 4월 28일 생일. 치약은 경험상 하나 가지고 2달을 쓸 수 있다. 미리 하나 더 준비를 해야 될 때가 됐다.

모든 물품의 생일을 적어놓으면 대략적인 수요파악이 가능하고 미리 계획해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또한 기록 갱신의 재미도 있다고. 1주일 쓰던 휴지를 10일쯤 늘리는 재미. 작은 절약에서 성취감을 느낀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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