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신간] 버나딘 에바리스토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비채)

 

버나딘 에바리스토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비채)

“난 희생자가 아니야, 절대 나를 희생자로 대하지 마, 우리 엄만 날 희생자로 키우지 않았어,” 2019년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 수상작으로, 최초의 흑인 여성 수상자인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설이다. 19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는 150여 년 동안 끈질기게 지속되는 억압과 편견 속에서 인종과 성별로 인해 이중적으로 주변화되어온 흑인 여성들의 존재감을 당당히 부각한다. 열두 명의 흑인 여성들이 다양한 시공간 속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생을 뜨겁게 살아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내어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이야기다”라는 평을 받으며 전 세계 유수의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책 속에는 마침표가 거의 찍히지 않는데, 이는 에바리스토의 도전적이며 실험적인 글쓰기 방식을 보여준다. 영국에서 흑인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에바리스토는 이렇게 말한다. "문학에 흑인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 게 불만스러워서" 열두 명의 흑인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서로 다르면서도 유사한 생의 무게와 삶의 방식, 끈질기게 달라붙는 차별과 배제의 일상,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생을 통과해내는 용기가 가득 담긴 책이다. 바로 그렇기에 이 책은 소설이자 역사, 과거이자 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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