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다음 날 혹시나 사무실에 피해가 생기지 않았나 들러보았다.

차가 사무실 근처인 마산수출후문에서 수출정문 쪽으로 접어드는 순간,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우리 사무실은 괜찮을까.' 겨우 사무실 앞까지 왔을 때 그곳도 쓰레기더미와 침수된 차로 인해 진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차안에서 낯익은 청소년 영상학교 친구들이 우리 사무실 집기들을 사무실 밖으로 끄집어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정전으로 기지국도 피해를 입어 휴대폰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다음 날 나는 사무실 가까이 차를 주차할 수 없어 멀찌감치서 휠체어를 타고 들어갔다. 들어서자 과연 이곳이 우리가 열심히 일했던 우리의 보금자리가 맞는 것일까 잠시 멍해졌다.

사무실은 정말이지 초토화되어 있었다. 성한 것이라고는 벽 높이 걸려 있던 벽시계 하나였다.

벽시계 아래 가슴 높이까지 바닷물이 차고 들어온 흔적이 사무실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지난 날들이 영화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여성장애인의 현실을 세상에 알리고, 우리의 권리를 우리가 찾아보자며 하나둘씩 모였다. 겁도 없이 남성 중심, 비장애 중심인 세상을 한번 바꿔보자며 단체를 조직했고 힘든 싸움을 시작했다.

그렇게 어려웠던 시절을 다 겪어온 나로서는 이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아니 믿기 싫었다. 어떻게 만들어온 우리의 보금자리인데, 망연자실하면서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복구작업을 거들어 주지도 못하고 오히려 걸리적거리기만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또 하루가 흘렀다. 다음날은 여전히 전화며 전기가 모두 끊긴 상태였지만 휴대폰이 되기 시작하면서 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여성장애인연대는 피해가 없는지 물어오는 전화였다.

얼마나 감사한지 쉴 틈 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점점 힘이 솟았다. 자원봉사도 함께 해 주셨다. 수소문을 들은 자원봉사자들로 지원 나온 군인의 도움이 전혀 필요 없었다.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그제서야 나는 잃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사무실은 우리만의 보금자리가 아니었다. 우리 옆에서 함께 아파하시는 이 분들이 우리의 보금자리였고 우리의 쉼터였던 것이다.

이제 사무실은 너무나 깨끗해졌다. 당장 물품 살 돈이 얼마 없어 손놓고 있는데, 피해소식을 들은 몇몇 분이 집에서 쓰시던 물품들을 하나둘씩 보내주시기 시작했고 지원금도 보내왔다.

아직 세상은 살 만한 곳이다. 그리고 너무나 고마운 분들이 많다.

이렇게 우리를 지지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당당하게 다시 기운내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욱 열심히 여성장애인들을 위한 일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송정문/ 경남여성장애인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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