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YWCA, 트래픽 상위 6개 커뮤니티
게시물·댓글 1500여건 모니터링 결과

©Magnus Mueller from Pexels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6곳을 모니터링한 결과, 게시물과 댓글의 47.1%에서 성차별 표현이 발견됐다.  ©Magnus Mueller from Pexels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여성을 향한 성적 대상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6곳을 모니터링한 결과, 게시물과 댓글의 47.1%에서 성차별 표현이 발견됐다. 특히 사진과 영상을 이용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은 문화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서울YWCA는 트래픽(접속 수) 기준 상위 6개 커뮤니티를 모니터링 한 결과를 지난 6일 발표했다. 이번 모니터링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성차별 경향성 분석을 위해 트래픽 순위를 보여주는 ‘시밀러웹’ 사이트를 활용해 게시물과 댓글 열람에 제한이 없는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내 인기 게시판의 게시물과 댓글을 대상으로 했다.

6개 커뮤니티 인기 게시판 내 게시물·댓글 1500여 건을 모니터링 한 결과, 707건(47.1%)의 성차별 사례가 발견됐다. 조사팀은 한 게시물에 여러 성차별적 내용이 포함된 경우, 대표적인 것 한 가지로만 분류했다.

모니터 대상 6개 커뮤니티 목록. 커뮤니티 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서울YWCA
모니터 대상 6개 커뮤니티 목록. 커뮤니티 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서울YWCA

 

여성 신체 부위 편집한 게시물엔
‘19’ ‘극후방’ ‘ㅇㅎ’ 등 은어 붙여

707건 중 성차별적 이미지의 문제 사례가 236건(33%)으로 가장 많았다. 대상은 모두 여성이었다.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만을 의도적으로 편집해 게시물을 올리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게시글 제목에는 ‘19’ ‘극후방’ ‘ㅇㅎ(극후방·약후방주의 등 야한 내용이 있으니 게시물 클릭 시 뒤를 조심하라는 뜻)’ 등의 은어가 게시물 앞에 붙여지고, 은어가 붙여진 게시물일수록 조회 수가 높았다.

게시물 내용과 댓글에 ‘ㅗㅜㅑ’(또는 ‘ㅓㅜㅑ’)가 적혀진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모니터링팀은 “‘ㅗㅜㅑ’는 ‘오우야’의 모음만 따온 글자로 ‘ㅗㅜㅑ’ 는 ‘오우야’ 의 모음만 따온 글자로 놀란 상황에서 쓰이는 감탄사로 쓰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타인의 신체를 평가하거나 성적 대상화 할 때 쓰이는 용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글 검색창에 ‘ㅗㅜㅑ’를 검색했을 때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모두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가 분절된 이미지들이다. 모니터링팀은 “‘ㅗㅜㅑ가 현재 온라인 상에서 어떤 의미로 유통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매우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YWCA가 트래픽 상위 6개 온라인 커뮤니티를 모니터링 한 결과. 사진=서울YWCA
서울YWCA가 트래픽 상위 6개 온라인 커뮤니티를 모니터링 한 결과. 사진=서울YWCA

 

성적도구화 222건 대상 모두 여성
‘0지’ ‘피싸개’ 등 여성 비인격화

게시물과 댓글 중 222건(31%)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 게시물과 댓글에선 여성을 ‘보00’ ‘젖00’ ‘0지’ 등 성기로 지칭하며 남성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상으로 묘사했다.

서울YWCA는 “여성에 대한 모욕과 대상화의 표현들은 그 정도가 심해질수록 여성을 완전히 비인격화하는 표현으로 변모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된 ‘피싸개O들 ㅈㄴ 쳐맞아도 정신 못차림ㅋㅋ 그냥 동물처럼 키우는게 답’과 같은 표현들은, 여성에 대한 성적 위협이나 공격은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이 사라진 채 온라인 커뮤니티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고위 공무원 위력 성범죄 사건 관련 게시물 제목과 댓글. ⓒ 서울YWCA
고위 공무원 위력 성범죄 사건 관련 게시물 제목과 댓글. ⓒ 서울YWCA

 

“여성 옷차림이 성욕 자극” 등
강간 통념 그대로 드러내

모니터링 기간 중 고위 공무원의 위력 성범죄 사건이 공론화되며, 커뮤니티 내에서는 “앞으로 한국에서는 여자들 보좌관이나 비서로 못 쓰겠다”는 내용의 게시물과 댓글이 33건 발견되었다. 해당 게시물들은 성범죄 사건의 원인은 비서직에 여성을 고용했기 때문이므로 비서직에 여성을 고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YWCA는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남성의 성욕은 자연스럽고 조절 불가능한 것이고, 여성의 옷차림이나 태도가 남성의 성욕을 자극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어있다. 남성 중심적 성규범(강간 통념 등)을 강화하는 인식은 성차별적이며, 이런 성차별적인 인식은 여성 노동환경에 대한 제약과 차별의 정당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서울YWCA는 “이번 모니터링의 대상이었던 온라인 커뮤니티는 접속 수 상위의 전체공개 커뮤니티였다”며 “인류의 생활양식이 온라인 기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성차별이 특정 성별의 온라인 접근성을 상실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온라인의 지속성, 확산성, 다양한 플랫폼, 익명성, 초국가성이라는 특성을 고려할 때, 온라인 커뮤니티 속 성차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