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단체장 성추행 의혹에 당헌 고쳐 후보 내고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서 여성가산점 폐지 논의까지
여성계일제히 비판... "여성 가산점 폐지는 정치적 퇴행"

 

국민의힘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본경선에 여성 가산점을 적용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후보 공천을 위해 당헌을 수정한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더니 야당마저 당규를 무시하고 여성을 배제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회는 9일 회의를 열고 내년 보궐선거 본 경선에서 투표 반영 비율을 일반국민 80%, 당원 20%로 잠정 결론 냈다고 전해졌다. 여성 가산점 제도는 예비 경선에서만 적용하는 쪽으로 논의 중이다.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규에 명시된 여성 가산점 제도를 지킬 수 없다는 논리다.

국민의힘 당규 ‘지방선거 공직후보자 추천 규정’ 제26조(가산점)는 경선에 참여한 정치 신인, 여성, 청년 등의 후보자는 본인이 얻은 득표수(득표율 포함)의 100분의 20의 가산점(20%)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후보로 거론되는 여성 정치인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은 11일 여성 가산점 폐지 논의에 대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벌어진 것이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여성 시장 선출이 정말 필요하다”며 “여성 가산점 부여가 당연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부산 남구을 당협위원장인 이언주 전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보궐선거는 ‘젠더선거’라고 한다”면서 “서울과 부산의 경제발전 등 현안을 해결하는 건 물론,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문화와 유리천장, 가정폭력과 성폭력 문제 등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사회 전체가 노력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이) 하필 젠더선거에서, 여성들의 분노와 기대가 결집되는 이 시점에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 우를 범할 리가 없다”며 “이 문제는 누구누구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당이 여성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개혁 의지가 있는지, 수많은 여성들의 분노에 공감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라고 했다.

여성단체들도 여성 가산점 폐지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야당 역할에 걸맞은 여성정치 확대 혁신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최 회장은 “여성 대표성을 확대해야하는 시점에 여성 가산점 폐지 논의는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명 한국여성의정 상임대표도 “여성 가산점제 폐지 논의는 정치적 퇴행”이라고 지적하며 “여성 광역단체장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17개 광역단체장 중 여성은 한 명도 없다”며 “여당이 성추행에 연루된 자치단체장을 견제하지 못했다고 추궁해온 야당이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여성 가산점제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19%에 불과한 현실에서 여성 가산점 폐지 논의는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판의 고질적인 문제들은 여성 정치 참여로 개선될 수 있다”면서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성평등 정치를 위한 과감한 개선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시장 보궐선거를 ‘성인지 학습기회’라고 말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사퇴까지 요구했던 국민의힘이 정작 자당 시장 후보 선출 과정에서는 성인지 감수성 등 관련 평가 항목에 대한 고려 없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후보로 내겠다는 것은 책임성과 응답성이 전혀 없는 정치 행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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