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교수팀 화병 진단기준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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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7년차인 회사원 박정미(34)씨. 요즘 들어 부쩍 얼굴에 열이 오르고 가슴이 답답함을 느낀다. 8월 휴가 직후 동료 한 명이 사직서를 내며 일이 부쩍 늘었다. 상사에게 몇 번이나 충원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계속 거절당한 상태다. 마음 같아서는 회사를 뛰쳐나오고 싶지만 작년에 이사간 아파트 대출금이 남편 월급만으로는 어렵다. 그러다 보니 엉뚱하게 아이들과 남편에게 화를 낼 때가 많고 자신의 처지가 초라하게 느껴진다고 하소연한다.

이처럼 '가슴이 답답하다''열이 치밀어오른다''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자주 느껴진다' 등의 신체적·정서적 증상이 6개월간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화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 기준이 나왔다.

지난달 21일 열린 한국심리학회 학술대회에서 〈화병 진단을 위한 표준화된 면접표〉가 발표됐다.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신경정신과 김종우 교수와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정신과 이민수 교수, 고려대 심리학과 권정혜·박동건 교수팀은 공동으로 화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개발한 것이다.

김종우 교수는 “일반적으로 화병을 그저 고치지 못하는 불치병이나 누구나 앓고 있는 단순한 증세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화병이 제대로 치료받아야 할 병이라면 그에 따른 기준이 필요하다”며 개발 이유를 밝혔다. 화병은 우울증과는 다른 것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질병이라 할만큼 주로 30∼50대말 연령의 한국인들에게 많이 생긴다. 이전에는 여성에게 많이 나타났으며 그 주된 원인을 전통적으로 감정을 억누르게 하는 유교문화로 꼽았다. 최근 들어 경제난으로 인한 심리불안, 생활고, 가정불화로 남성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또한 상하 위계질서가 엄격해 억울한 감정을 터놓고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가 화병을 일으키며 분노, 냉소, 공격성 등에 바탕한 적대감도 화병을 불러온다.

화병이 있으면 스트레스호르몬이 과잉분비돼 면역력이 약해지고 고혈압, 중풍, 당뇨, 심장병 등의 성인병에 잘 걸리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 기준이 필요하며 치료가 요구된다. 연구팀은 이번 진단기준이 경희의료원 화병클리닉과 고려대 안암병원 우을증센터에 입원 치료중인 환자 55명에 대한 실험과 전문가 토의를 거쳐 마련된 것으로 신뢰도 88%, 타당도 84%로 높게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 가슴이 답답하다 ▲ 열감 혹은 치밀어오름을 느낀다 ▲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자주 느낀다 등의 증상이 6개월 동안 지속됐고, ▲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뛴다 ▲ 입이나 목이 자주 마르다 ▲ 두통이나 불면증에 시달린다 ▲ 뚜렷한 이유 없이 화가 나고 분노가 치민다 ▲ 두렵거나 깜짝깜짝 놀란다 ▲ 자신이 초라하거나 삶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등의 증상 중 1가지 이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면 전문의와 상담하도록 권했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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