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사면초가에 직면한 스웨덴의 노사 평화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사면초가에 직면한 스웨덴의 노사 평화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0.11.10 20:01
  • 수정 2020-11-11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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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국경일 행사 ⓒOla Ericson/imagebank.sweden.se
스웨덴 국경일 행사 ⓒOla Ericson/imagebank.sweden.se

 

2018년 총선에서 좌파와 우파 모두 다수를 차지하지 못해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자 중도 계열의 두 정당인 자유당과 중앙당이 좌파정부 구성에 동의하는 대신 정책개혁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새로 구성되는 정부가 임기 4년 내에 이행해야 할 정책으로 두 중도정당과 새 좌파정부가 합의한 내용은 16페이지에 달하는 73개항으로 이루어졌다. 부유세의 폐지, 이민정책의 강화, 가사노동관련 서비스의 세제지원 등 우파정책을 대거 수용한 이 합의사항으로 129일 만에 정부를 구성하는데 성공했다.

73개 합의사항 중 20번째 해당되는 내용이 바로 노동시장의 현대화다. 스웨덴의 노동시장은 1974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고용안정법 (LAS)에 따른다. 이 법은 회사가 피고용인을 해고해야 하는 불가피한 경우 가장 최근에 채용한 순서대로 해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숙련노동자들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퇴직까지 안정적으로 노동권을 보장해 주는 반면, 신규채용노동자들은 차별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고착된 노동시장구조를 만들어냈다. 1970년대는 노조 조직율이 89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노조의 힘이 강했기 때문에 사민당 정부에서 노조가 원하는 바를 법으로 만들어 시행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다.

고용안정법은 변화된 노동시장에서 세 가지의 약점을 안고 있다. 첫째, 청년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저해한다는 점이다. 신규채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국제환경 변화에 따라 해고가 불가피할 경우 우선적으로 젊은 사람부터 해고를 단행해야 하기 때문에 청년실업자를 양산하는 구조다. 스웨덴은 고용안정법으로 인해 청년실업율이 28.4%에 이른다. 독일 5,8퍼센트, 덴마크 12.2%에 비해 훨씬 높고 유럽연합회원국 평균 17.6%보다도 10% 가량 높다. 고용안정법의 최대 희생자는 결국 청년들인 셈이다.

둘째, 청년노동자들의 노동생산성은 숙련노동자들보다 높다. 전자화 되고 로봇화된 현대적인 사업장에서 청년들의 생산성은 경험이 많은 노동자들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언택트가 일상화되고 있는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에 적합한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 집중되고 있는 점도 기업에서는 나이가 많은 노동자들을 꺼려하게 되는 이유다.

셋째, 청년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은 경력이 많은 노동자들보다 낮기 때문에 고령층 노동자의 비중이 높을수록 회사의 한 임금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회사 입장에서는 해고를 해야 할 경우 고령층을 먼저 해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다.

노동시장의 비효율성 문제점을 알고 있었지만, 사민당 입장에서 노동자들의 반발이 워낙 커 자발적으로 개혁을 추진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것을 중도우파 두 정당이 좌파의 정부구성 조건으로 내 걸어 노동시장환경을 바꿔 보자는 복안이었다.

4개 정당의 합의에 따라 정부는 대법원 판사인 귀드문드 토이예르(Gudmund Toijer)를 위원장으로 하는 노동시장 특별정책위원회를 임명해 활동에 들어갔다. 토이예를 조사위원장은 노동법원에서 7년 이상을 근무한 노동법관련 베테랑으로 이 분야 스웨덴 최고 권위자로 통한다. 노동시장 당사자들과의 인터뷰, 학계 및 노동전문가, 기업노동전문 그룹과의 인터뷰 등을 거쳐 특별위원회 활동 1년만인 올해 8월 정책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핵심보고서와 관련연구 보고서 를 합해 총 833쪽에 이르는 최종보고서는 스웨덴과 유럽 각국의 사례와 국제학계의 연구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어 현대노동시장분야를 깊숙이 들여다 보고 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으로 1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해고 시 2명까지만 허용된 채용순서 예외대상을 5명으로 늘리고, 채용일이 같을 경우 회사에게 전권을 주며, 6개월 이상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 정규직 직원에게 개인역량증진을 위해 유급교육비 지급을 의무화하는 제도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노동자의 노동권리와 회사의 해고권리 및 의무 등을 균형적으로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현 고용안정법을 2022년 1월까지 개정해 시행해야 한다는 법개정안의 내용까지 담고 있다.

에바 노르드 마르크(Eva Nordmark) 고용부 장관은 기업에 더 편파적으로 유리한 결론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개악이라고 반대하는 전국노총(LO)과 찬성의 입장인 스웨덴 경영자연맹(SN), 사무노조(PTK), 중도적 입장인 지방공무원노조(Kommunal) 등 당사자 간 합의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스테판 뢰브벤 총리는 노조의 의견을 수렴해 모두가 만족하는 안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특별위원회 조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중재안을 내 놓았지만, 두 중도우파 정당들은 기존협의 사항을 어길 경우 공조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고 협박하는 형국이고, 다른 야당들도 정부해임안을 제출하겠다는 기세다.

4차산업시대의 도래와 함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장의 요구에 따라 46년 된 법을 개혁하기 위해 좌파정부와 우파정당들이 함께 나섰지만, 전국 60% 노동자가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절대권력 노조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노사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난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의 관건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유럽과 우리나라에도 중요한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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