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등의 시선] 반년간의 원격수업 실험을 마치고
[나일등의 시선] 반년간의 원격수업 실험을 마치고
  • 나일등 사회학자
  • 승인 2020.11.13 08:30
  • 수정 2020-11-12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 수업이 전면적인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 지 반년.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으로 갑작스럽게 시작된 ‘사회적 실험’이 일단락되었다. 지난 학기 나는 운 좋게도 여러 형태의 강의를 진행했는데, 5명 이하의 소규모 강의부터 50명 이상의 대형 강의까지(세대별, 학교별로 사정은 다르겠지만 요즘에는 이 정도면 대형 강의다), 수업 형태도 강의 수업, 토론 수업, 세미나 수업, 실습 수업 등 다양했다. 말하자면,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형태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실시하고 관찰하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 시점에서 지난 반년의 실험 결과를 짧게나마 정리해 놓으면 좋을 듯하다. 지면 사정상 길게 쓸 수 없으니 ‘강의 내용의 이해’와 ‘적극적 참여’라는 두 측면에 초점을 맞추자. 참고로 모든 수업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화상 회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대형 강의를 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할 테지만, 전통적인 강의 수업에서는 물리적인 제약으로 인해 불편함과 비효율을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한 장소에 모이면 발생하는 웅성거림과 같은 소음(그리고 대량의 인기척), 같은 교실 안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강사와 한참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거리 문제 같은 것들이다. 원격수업에서는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원격화상회의 시스템에서 강사의 목소리는 마이크에서 이어폰으로 직접 전달된다. 레코딩 스튜디오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콘덴서 마이크(작은 소리까지 잡아낸다)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강사의 숨소리까지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고, 정말로 중요한 것은 50명이건 100명이건 일대일 대화를 하는 느낌으로 강의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판서가 필요한 경우에는 펜 태블릿과 키보드를 이용해 그림 파일에 판서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앉은 탓에 칠판이 잘 안 보이거나 악필로 휘갈겨 쓴 내용을 알아보지 못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판서 내용은 수업이 끝난 후 업로드된 파일을 확인하면 되니 수업 중 필기에 정신이 팔리는 일도 없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과 함께 ‘콘텐츠 활용’ 방식도 병행했는데, 예를 들어 통계학의 어려운 수학 공식의 전개 과정을 비디오로 녹화해 필요한 때에 반복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식의 수업이 강의 내용의 이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시험 성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비교를 위해 일부러 대면 수업에 사용했던 것과 같은 수준의 문제를 준비했는데, 대면 수업 시보다 5~10점 향상된 결과를 보였다. 다만,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여기에는 강의 형태 이외에도 의식 제고와 같은 요인이 작용할 수 있으므로 해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원격수업에서도 토론 수업을 시도해 보았다. 디베이트 수업에서 학생들은 특정 주제와 관련하여 찬성과 반대로 편을 나누어 각각 입장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청중을 설득하는 식으로 대결을 벌인다. 화상 연결로 디베이트를 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걱정이 있었다. 시차 발생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와 함께 현장감의 부재가 학생들에게 미칠 심리적인 영향도 걱정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프라인과 다름없는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고 내용 면에서도 특별히 질이 떨어지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오히려 작전 회의 시간에 팀별로 대화방을 나누어 상대 팀이나 청중과 완전히 분리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었다.

대면 수업과 비교해 전체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학생들의 태도가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우선 출석률이 매우 높다. 어느 정도냐면, 결석한 학생과 횟수를 일일이 기억할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조는 학생도 거의 사라졌다. 대학 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믿기 힘든 이야기일 테다. 나도 처음에는 매우 의아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을 주로 실시했던 동료의 이야기를 듣고 힌트를 얻었다. 학생들이 그에게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강하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등교 금지라는 미증유의 사태에서 교육받을 권리를 이전보다 더 의식하게 되었고 수업의 질에 더 민감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반년간의 실험을 통해 확인한 사실은, 대학 교육에 있어서 온라인 교육은 활용 가치가 높고, 따라서 코로나가 진정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 잠재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이상을 모든 강의실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다. 여기에는 강사의 마음가짐이라는 큰 벽도 있다. 한 학생의 증언에 따르면, 어떤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서는 출석을 부르는 데만 15분 이상 소비한다고 한다. 강의 환경이 변하면 강의 스타일도 바뀌어야 한다. 구태의연한 강의는 온라인에서도 실패할 것이다. 

*필자 나일등 :&nbsp; 일본 도쿄대학 사회학 박사로 센슈대학 사회학과 겸임 강사로 강단에 서고 있다. <br>『사회 조사의 데이터 클리닝』(2019)을 펴냈으며, 역서로는 『워킹 푸어』(2009),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2012)가 있다.
*필자 나일등 :&nbsp; 일본 도쿄대학 사회학 박사로 센슈대학 사회학과 겸임 강사로 강단에 서고 있다. <br>『사회 조사의 데이터 클리닝』(2019)을 펴냈으며, 역서로는 『워킹 푸어』(2009),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2012)가 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