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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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영화제”로 알려진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 2일부터 10일까지 펼쳐진다. 올해로 제8회를 맞는 부산영화제는 사상 최대 규모인 60개국 244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이중 세계 각국, 특히 아시아 여성의 삶을 진지하게 다룬 영화들이 눈길을 끈다.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에서 눈에 띄는 작품은 이란에서 제작된 <오후 5시>다. 여성 감독 사미라 마흐말바프의 이 작품은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으로,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꿈꾸는 한 소녀와 그녀를 둘러싼 현실의 황폐함을 그리고 있다. 로카르노영화제 대상작인 사비하 수미르의 <침묵의 물>(파키스탄)도 주목할 만하다. 이 영화는 소녀들을 가르치며 사는 과부를 중심으로 종교와 민족 갈등을 이야기한다. 이밖에도 영혼 결혼식 풍습에 대한 홍콩 영화 <어둠의 신부>(윌리엄 콕 감독)와 마카오 섬에서 자란 두 소녀의 이야기 <사랑은 죄가 아냐>(덕 첸 감독)도 관심을 끈다.

신인 발굴의 장인 '새로운 물결' 부문에서는 인도의 여성차별 문제를 섬뜩하게 지적하는 <마트루부미: 여성이 존재하지 않는 땅>(마니쉬 자 감독)과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현실을 다룬 <오사마>(세디그 바르막 감독)가 눈에 띈다. <오사마>의 주인공은 딸을 남자아이로 변장시켜 오사마라 이름짓고는 길을 떠난다. 여자들끼리는 집 밖을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최초의 장편 극영화다.

한국 영화로는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눈길을 끈다. <평범하기>(최현정 감독)는 양성구유를 통해 성과 젠더에 관해 질문하고 <높은 언덕>(최하동하 감독)은 터키의 한 여성 축구단을 다룬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특히 아프가니스탄 영화 특별전인 '무지개를 기다리며: 아프가니스탄과 영화'가 큰 의미를 지닌다. 앞서 말한 <오후 5시>와 <오사마>를 비롯하여 <광기의 즐거움>(하나 마흐말바프 감독, <오후 5시>의 제작 다큐멘터리), <아프가니스탄, 잊혀진 진실>(야스민 말렉나스르 감독) 등의 작품들이 탈레반 정권 이후 파괴된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현실과 그들의 희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또 다른 특별전인 '뉴 이란 시네마의 누이, 파로허저드를 기억하며'에서는 32살에 요절한 시인이자 영화감독 파로허저드를 새롭게 조명한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그녀의 1962년작 <검은 집>과 그녀의 생애를 다룬 <영혼의 거울>이 상영된다. 그녀는 1980년대 이후 뉴 이란 시네마의 영감의 원천이었다.

최예정 객원기자shoooong@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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