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금지 법개정운동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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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명동에서 참교육학부모회가 체벌금지를 위한 법개정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저는 중학교 1학년 아이의 학부모입니다. 학교 생활 중 교사의 체벌은 어느 정도까지 인정되는지요. 담임이 아이가 조금 떠들었다고 매일 회초리로 때리거나 손찌검을 한다고 합니다. 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우리 애한테 너는 정신이 이상하니 정신병원에 가봐야 한다고 말해 우리 아이가 힘들어합니다. 어떻게 해야 되나요?”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이하 참교육학부모회) 상담실에는 이같은 학부모들의 상담이 끊이질 않는다. 상담 사례를 살펴보면 병원에 실려갈 정도의 심각한 체벌도 적지 않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올해 상반기 상담 통계에서 학교 체벌 상담이 전체의 32%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학교 체벌에 대한 논란의 중심에 우리나라 교육법이 이를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7항은 “학교의 장은 학생에 대한 지도를 하는 때에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체벌을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참교육학부모회는 지난 2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누구에게도 때릴 권리는 없다'를 주제로 체벌 금지를 위한 법 개정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교육학부모회 장은숙 상담실장은 “폭력적 체벌의 일차적 원인은 교육 관련법과 교육 정책에 있는만큼 학생, 교사, 학부모에 책임을 물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기존 법규정과 관행을 바꾸는 법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법제도 개선과 함께 교육부에 대한 체벌 예방을 위한 요구도 발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시·도교육청별 교사인권연수교육 ▲학생인권보호 전담기구 설치 ▲체벌 교사에 대한 교원징계 규정안 강화 ▲체벌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징계요구권 마련 등이다.

인권운동사랑방의 김영원 연구원은 “올해 초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96년 1차 권고에 이어 2차로 '모든 형태의 체벌을 명백히 금지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며 “하지만 대안을 마련해야 할 정부가 사회적 인식을 핑계로 여론에 책임을 떠넘기며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체벌 법제화 방안 폐기와 체벌 전면 금지를 강조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인권의 측면에서 우리 교육법은 후진적”이라며 “인권교육이나 학생인권 침해에 대한 구제조치 등 실효성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법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법개정운동을 통해 사회적 논쟁이 일면 학생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초중등교육법 개정 방향으로 체벌 금지, 0교시 수업, 소지품 검사 등 관례화된 인권침해 금지, 학생회 학교운영 참여 등을 제안했다.

이외에도 전교조 김정욱 학생청소년자치위원장,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강성룡 인권담당 간사 등이 토론자로 참석해 체벌 금지를 위한 법개정 방향과 구체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편 참교육 학부모회는 전교조 등 사회단체들과 체벌금지를 위한 연대회의(가칭)를 조직하고 체벌 관련조항 폐기를 포함한 '법개정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이날 토론회에 이어 다음날인 24일 명동에서 체벌 금지를 위한 법개정 서명운동, 캠페인을 펼쳤다. 현재 참교육학부모회 홈페이지에서는 사이버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며 이후 전국적인 캠페인과 함께 국회 입법청원도 계획하고 있다.

김선희 기자sonag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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