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영상 뽀개기] ‘남성 위한 여성’ 캐릭터 던지고 대중미디어 접수하다
[김은영의 영상 뽀개기] ‘남성 위한 여성’ 캐릭터 던지고 대중미디어 접수하다
  •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20.11.07 08:35
  • 수정 2020-11-06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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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다양한 스펙트럼 보여준 여성들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 속 그녀들과, 개별 활동 속에서 보이는 이효리와 제시는 거침없는 언변으로 함께 출연하는 남성 출연진들에게 사이다 발언을 날린다.
<놀면 뭐하니>(MBC) ‘환불원정대’ 속 그녀들과, 개별 활동 속에서 보이는 이효리와 제시는 거침없는 언변으로 함께 출연하는 남성 출연진들에게 사이다 발언을 날린다. ⓒ<놀면 뭐하니>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켰다’는 표현이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코로나는 2020년 우리의 삶을 점령 중이다. 하지만 어느덧 코로나 이후를 논의하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시기가 되었다. 두 달 남짓 남은 2020년, 대중 미디어에서 호평 받은 여성 캐릭터를 살펴보는 것은 한해를 미리 되돌아보고, 새해에 대한 희망을 품어보는 계기가 된다.

몰리 해스켈은 영화 속 여성은 남성을 위해 희생하며 가부장제를 옹호하는 순결하고 연약한 성녀 아니면, 남성을 타락하게 만드는 도덕적으로 타락해 처벌받는 마녀만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분법적인 여성이미지는 대중미디어 속 여성 캐릭터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여전히 대중미디어 속 여성들은 착한 여성 아니면 악녀로 그려지는 경우가 허다한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여성’들로 그려져 왔다. 그런데 올해 대중미디어에는 틀에 고정되지 않은 다양한 면모를 보이는 여성들이 등장하여 주목받고 있다.

남성 권위에 맞선 ‘센 그녀들’

남성 권위에 맞서는 거침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센 그녀들’이 인기다. <놀면 뭐하니>(MBC) ‘환불원정대’ 속 그녀들과, 개별 활동 속에서 보이는 이효리와 제시는 거침없는 언변으로 함께 출연하는 남성 출연진들에게 사이다 발언을 날린다. 기존 예능 구도에서는 남성 캐릭터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웃음을 생성한다면, 여성들은 보조하는 위치에서 메인 남성 MC들의 진행에 맞춰 치고 빠지는 식으로 웃음을 만들면서 분량을 확보하였다. 거침없는 센 그녀들은 하고픈 대로 말하고 행동함으로써 기존 남성 캐릭터가 가진 권위를 거슬린다. 오히려 그녀들의 행동은 남성 출연진과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하여 웃음을 유발한다. 이들의 거침없는 면모는 적극적이고 강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편 먹고 갈래요? 밥블레스 2’. 사진=Olive 채널 제공
‘편 먹고 갈래요? 밥블레스 2’. ⓒOlive 채널  

 

공감과 위로 건네며 자매애 보여줘

‘위로와 공감, 배려하는 그녀들’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제공해야 하는 예능은 웃음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여성 출연진들로 구성된 <갬성캠핑>(JTBC)이나 <노는언니>(E채널), <문명특급>(웹예능), <밥블레스유2>(Olive) 등의 예능은 배려 속에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공감하고 위로를 전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김숙, 박나래, 재재, 박세리 등 수많은 여성캐릭터들은 지친 삶 속에서 이해와 힘을 주면서 여자의 적이 여자가 아니라, 공감과 위로와 힘이 되는 자매애의 힘을 느끼게 한다.

이효리, 제시, 퀸와사비를 대표주자로 하는 ‘당당한 섹슈얼리티를 뽐내는 그녀들’도 열띤 호응을 얻었다. 이들은 거침없는 의사표현으로 센 캐릭터를 보여주는 동시에, 자신들의 몸의 주체는 그녀 자신임을 보여주는 주체적인 섹슈얼리티를 표방하는 캐릭터이다. 이들이 미디어에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등장하고 섹시한 몸짓을 해도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들이 남성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 몸은 내꺼야’ 라고 외치는 그 당당함에 연유하는 것이다.

<오늘부터 운동뚱>(웹예능)의 등장은 운동하고 신체를 단련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멋있음을 알려주면서, 오랜 잘못된 고정관념을 깨는데 일조한다. ⓒ유튜브 영상 캡처
<오늘부터 운동뚱>(웹예능)의 등장은 운동하고 신체를 단련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멋있음을 알려주면서, 오랜 잘못된 고정관념을 깨는데 일조한다. ⓒ유튜브 영상 캡처

 

가부장제가 덧씌운 틀 부수다

그동안 대중미디어에서 조명 받지 못했던 ‘운동하는 그녀들’이 등장하여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예전에도 각종 스포츠 대회를 휩쓸던 운동하는 여자들은 많았다. 그녀들에 대한 대중미디어의 관심은 스포츠 대회 직후 반짝했던 것과 달리, 남성 스포츠 스타들은 스포츠 예능을 통해 방송에 입문하여 스타가 된 이들이 적지 않다. 여성과 운동이 어울리지 않다는 오래된 편견은 운동하는 여성들을 미디어에서 사라지게 하였다. 최근 각광받는 <노는언니>(E채널)와 <오늘부터 운동뚱>(웹예능)의 등장은 운동하고 신체를 단련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멋있음을 알려주면서, 오랜 잘못된 고정관념을 깨는데 일조한다.

전문직 드라마 속 여성들은 일보다는 연애에 관심이 많은 모습으로 그려져 왔다. 이들이 직장에서 겪는 애환, 성공에 대한 갈망, 일에 임하는 태도 등은 드라마에서 양념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와 예능에 등장한 ‘일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반갑다. <비밀의 숲>(tvn)의 한여진과 <보건교사 안은영>(Netflix)의 안은영, <유 퀴즈 온 더 블록>(tvn) 게스트로 출연한 유꽃비의 등장은 치열하게 살아가는 직업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많은 요인들이 뒤엉켜 부침을 거듭하는 대중미디어에서 수많은 프로그램과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과 퇴장을 반복한다. 올해 주목받은 대중미디어 속 여성캐릭터들은 가부장제가 오랫동안 여성에게 덧씌운 이분법적인 틀에서 벗어나, 여성들이 지닌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면서 인기를 끌었다. 2021년에는 대중미디어 속 여성캐릭터의 스펙트럼이 외연이 더욱 확장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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