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대법원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공청회
오는 12월 최종 의결 전 마지막 의견 취합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 너무 낮아” 지적
“영리목적 범행, 범죄단체만큼 심각”

대법원.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법원 전경. ⓒ여성신문 

 

오는 12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관련 양형기준안 확정을 앞두고 열린 공청회에서 성착취물 제작·불법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양형위가 내놓은 기준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일 오후 화상회의를 통해 양형 기준안 공청회를 진행했다. 이날 공청회는 양형위가 현재 확정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안에 대한 형사정책 및 법률, 디지털 성착취 범죄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형위는 지난 9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상습범에 징역 10년 이상 최대 29년 3개월의 형량을 권고하고, 피해자의 처벌 불원 등 작량감경 요소를 삭제한 양형 기준안을 확정했다. 앞서 5월 종료된 20대 국회에서 이른바 N번방 7법이 통과하면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및 디지털 성범죄 관련 형량이 높아지기도 했으나 관행적으로 이어진 법관의 감경 등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양형 기준안이란 법관이 형을 선고할 때 참고하는 것으로 구속력은 없다. 다만 양형 기준에서 벗어나는 판결을 내릴 때 판결문에 이유를 기재 해야 하고, 일정한 피·원고의 사정을 헤아리는 기준이 된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4가역에 유니브페미와 한국여성재단이 '지금 쓰고 있는 그 어플,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안전한가요'라고 쓰인 광고판을 제작하여 계시되어있다. ⓒ홍수형 기자
서울 중구 을지로4가역에 게시된'지금 쓰고 있는 그 어플,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안전한가요'라고 쓰인 광고판. 유니브페미와 한국여성재단이 제작했다. ⓒ홍수형 기자

 

이날 김한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범죄의 최저 하한 형량 기준이 2년 6개월로 13세 이상 청소년에 대한 성폭행 3년보다 낮은 것을 지적했다.

김 선임 연구위원은 “디지털 성범죄가 결코 전통적인 형태의 성범죄와 비교해 행위가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며 사실상 디지털 성착취는 피해 회복이 극도로 어려운 점을 헤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정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리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앞서 조주빈(24)이 꾸렸던 ‘박사방’ 등 텔레그램 성착취 외에도 이른바 ‘웹하드 카르텔’로 불리는 웹하드-디지털 장의사-불법촬영물 업로더 문제 또한 디지털 성범죄의 일종으로 산업화 돼 거대했음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범죄단체에 준하는 정도로 보고 엄벌을 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입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작량감경 요소 중 하나로 제시 된 ‘피해 회복을 위한 실질적 노력’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증거인멸을 위해 촬영물을 삭제하는 가해자는 모두 감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진히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변호사도 “피해자 의사와 무관한 요소라는 점에서 감경인자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양형위 측은 “범죄 피해의 회복 또한 주요한 사법 원칙이기 때문에 제시된 것이며, 실제 계량이 가능한 노력을 일컫기 위해 ‘실질적’인 단서를 붙인 것”이라고 밝혔다.

양형위는 이날 있었던 공청회 의견을 반영해 12월 전체 회의에서 최종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공청회 전체 영상에 대한 공개는 없을 예정이나 추후 일부 내용에 대해 공개할 가능성은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