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니 새롭네

@23-1.jpg

(사)아키아연대 회원들이 농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도시주부농업교실에 참여했다.▶

국가전문행정연수원 농업연수부가 9월 18~19일(1박 2일) “국민을 생각하는 농업, 국민과 함께하는 농업” 정책의 일환으로 도시주부농업교실을 열었다. (사)아줌마가키우는아줌마연대(공동대표 김수자, 서은경) 회원들이 농촌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농업을 같이 생각해보자는 취지 하에 수원과 홍성에서 열린 행사에 참가하였다

왁자지껄 아줌마들이 탄 버스는 즐겁기만 했다. 게다가 연수원에 딱 도착하니 남자직원(?)들이 우리를 정중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후후, 그들은 우리를 맞으러 나온 것은 아니었다. 국가공무원들이 주로 연수받는 이 곳에는 건설교통부와 농수산부의 각종 교육이 행해지고 있었는데, 그 직원들은 우리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교육을 받다가 잠시 담배 피우러 나온 아저씨들이었단다.

농촌은 뿌리, 도시는 그 나무의 꽃

어쨌건 본격적인 연수 시작. 첫 시간은 '우리의 농업, 농촌에 희망이 있는가?'의 제목 하에 성종환 과장 (농촌진흥청 기술공보 담당관)의 강의를 들었다. 농촌은 삶의 뿌리이며 도시는 그 나무의 꽃이라는 말씀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농업은 자연의 힘을 배제하고는 이루어질 수 없는 특수한 산업인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대명제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였다. 현실적으로 우리 농촌은 녹색혁명(쌀의 자급)과 백색혁명(비닐하우스 재배)으로-이런 단어도 처음 써본다- 양적인 발전을 했지만 정부, 농민, 지자체 등이 제각각으로 사업을 벌이면서 실제소득으로는 별 도움이 못 됐단다. 결과적으로 농촌의 고령화, 농가 부채의 증가, 정부 주도적인 농업 정책, 소극적 자기계발, 사회적 인프라 구축의 취약성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현실 앞에 추석과 태풍수해로 제대로 다뤄지지도 못한 외국에서 벌어진 한 농민의 자살 뉴스가 가슴 아프게 떠올랐다.

유지(油紙)하우스를 아시나요?

첫 번째 연수시간 이후에는 가까이에 있는 농촌과학관 견학이 있었다. 조선시대에 있었다는 유지(油紙)하우스라고 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구들장을 통한 난방법의 일종인데, 현대 최신 농법의 하나인 작물의 뿌리를 데우는 방법이란다. 여기에 비하면 외국에서 들여온 비닐하우스는 그저 잠시 걸치는 외피같은 것이란다. 아이들과 시간을 내어 방문하면 더 좋겠다 싶었다.

두 번째 연수시간에는 '농산물 원산지 표시 및 식별 방법'을 구돈회 강사(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강의로 들었다. 원산지 표시 법칙, 국산과 수입산의 비교 설명과 시청각 자료 등을 보았는데 우리 사회에 수입 농산품이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지 절감했다. 유전자 변형 식품의 위험에 대해서도 들었다. 강사님은 유전자 변형이 생각만큼 심각하지는 않다는 말씀도 하셨지만, 작은 가능성일지라도 위협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은 버거운 강의들을 다 듣고 스포츠 맛사지를 배웠는데 역시 아줌마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서로 짝지워 맛사지하는 즐거움이란 해본 이들만 안다. 저녁식사 후에는 오락시간을 가졌는데, 오! 아줌마들의 끼는 너무도 넘쳤다. 아키아연대가 아니라 아끼아연대(아주 끼가 넘치는 아줌마?)라 할 만했다.

농녀의 푸진 인심, 도시녀는 감동한다

이튿날, 실질적인 체험학습의 날이다. 농촌전통테마마을인 충남 홍성군 구황면 내연리 거북이마을로 향했다.

농촌전통테마마을이란 국가가 지정해서 도시민이 농촌을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게 하면서 농가소득도 증대시키고 독특한 농촌문화의 맥을 이어가게 하는 마을을 말하는데, 2003년 현재 18개 마을이 선정된 상태다.

비 온 후의 농촌은 어찌 그리 깨끗하고 아름다운지. 잡초까지 윤기를 발하는 그 생명력 앞에 마음이 풍성해졌다. 600여년 되었다는 느티나무(속칭 정자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보니 그 고즈넉함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다. 농촌지도소에서 나온 분께서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를 아느냐는 질문에 공부 잘한 아줌마가 '남구만'을 외치자 이 마을이 바로 그분의 탄생지란다. 이어서 마을의 역사와 풍토, 특산품(보리고추장, 고추, 참깨, 떡 등)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이어서 마을 부녀회에서 제공한 맛있는(정말, 정말, 정말…) 점심을 먹었는데, 농촌 아줌마의 푸짐한 인심에 도시 아줌마들은 마냥 흐뭇할 밖에.

이어서 홍성의 기체조 전문 아줌마에게 잠깐 기체조를 배웠고, 맑은아침수목원에서 복숭아 따기 체험에 들어갔다. 맑은아침수목원은 소파 방정환 선생님의 후예가 하시는 곳이라는데 정말 주인장이 방정환 선생님의 눈매(사진으로 본)를 그대로 닮았다. 농장주인의 설명 아래 황도 복숭아를 따는데 아! 안타깝게도 줄기찬 비로 인해 상처 입은 과실이 많았다. 튼실한 과실을 얻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을 텐데, 전국적인 흉작 소식과 합하여 그나마 충청도는 낫다고 하는데도 상태가 이렇다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래도 실한 놈, 비어진 놈, 벌레 먹은 놈들을 내 자식 챙기듯 장바구니에 담으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잠시의 노동도 이렇게 힘겨운 것을.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먹거리를 대해야지 하는 마음이 저절로 인다. 더불어 마른고추, 고춧가루, 팥, 된장 등을 주섬주섬 이고 나오신 할머니(그러고보니 담당자들 외에는 정말 젊은이들을 못봤다)들과 함께 정겨운 시간을 보내고 마치 친정에 들렀다 떠나는 서운함과 따스함을 품고 서울로 돌아오는 차편에 올랐다. 비록 짧은 시간의 농촌체험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게 하는 시간들이었는데 돌아오는 차 속에서 이제껏 우리를 수행하여주신 과장님께서 하시는 말씀.

“주부님들, 자 이제 실천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그럼요! 무엇보다도 하나라도 아는 만큼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요. 자 오늘부터 우리농산물 살리기에 한마음 한뜻으로 갑시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지요. 그리고 먹거리 특히 주식의 생산은 절대 남에게 넘겨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키아연대의 아줌마들이 앞서서 도농간 교류에 힘 보태고, 아줌마의 결집된 힘을 이 사회의 바람직한 영향력으로 행사할 수 있기를 깊이 소망합니다. 또한 이번 기회를 마련해 주신 국가전문행정연수원 농업연수부, 충남 홍성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 드립니다.

●원산지 확인하고 돈 버는 방법:농산물 원산지 표시가 무언가 미심쩍으면 1588-8112로 신고합시다.

접수한 순서대로 수사에 들어가서 결과를 알려주고 만일 불법임이 확인되면 5만원에서 100만원의 포상금이 주어집니다.

●완전미라고 들어보셨나요. 쌀알 고유의 형태를 유지하며 맑고 투명한 쌀을 말하는데 조금만 눈여겨보면 일품쌀, 완전미 표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좋은 소비는 품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지요. 많이 드셔요.

●밥맛을 좋게 하려면 밥 지은 후 바로 저어주어 공기가 들어가도록 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쌀이 익은 상태로 그냥 두면 쌀알이 누운 채로 점점 더 눌려 밥떡이 됩니다.

차문경 / 아키아연대 회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