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가해자인데도 주민등록 열람 제한 어렵다니?
가정폭력 가해자인데도 주민등록 열람 제한 어렵다니?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10.27 11:45
  • 수정 2020-10-27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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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가부, 경찰청, 행안부 제출 자료 발표
실제 가정폭력 현상과 동떨어진 주민등록법 때문에 피해자 어려움 겪어
지난해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가정폭력 예방의 날 보라데이 제정 기념행사에서 엄마와 아이가 가정폭력 예방 메시지가 담긴 티셔츠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해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가정폭력 예방의 날 보라데이 제정 기념행사에서 엄마와 아이가 가정폭력 예방 메시지가 담긴 티셔츠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가정폭력 피해자 A씨는 남편에게 자주 폭행을 당했다. 병원에 갈 때면 폭행 가해자인 남편이 자신이 친한 의사가 있는 병원으로 함께 갔고 “계단에서 넘어졌다” 등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폭력이 심해지자 A씨는 집에서 도망쳐 여성단체에서 상담을 받은 후 남편이 자신의 거주지를 알 수 없게 하기 위해 ‘주민등록열람제한’ 신청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상담사실확인서만으로는 신청할 수 없었고 A씨는 언제든지 남편이 자신을 찾으러 올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여성가족부, 경찰청, 행정안전부를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년 가정폭력 상담 건수와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대폭 늘고 있지만 정작 가정폭력 피해자의 주민등록열람 제한 신청 건수는 3천 건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증가하는 가정폭력 상담건수 및 가정폭력 사범 검거 수. 사진=정춘숙 의원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증가하는 가정폭력 상담건수 및 가정폭력 사범 검거 수. 사진=정춘숙 의원실

 

2017년 18만 건 수준이던 가정폭력 상담 건수는 2019년 20만 건까지 증가했고 2020년에는 9월까지 집계된 수만 14만 여건에 이르렀다. 가정폭력으로 인해 검거된 사람의 수도 2017년 4만 5천 명에서 2019년 5만 9천 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피해자의 주소지를 가해자가 알 수 없게 하는 주민등록열람 제한을 신청한 가정폭력 피해자의 수는 2017년 2700여 명에서 2019년 3900여 명에 그쳤다.

의원실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주민등록열람 제한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때문이다.

현행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제13조2 가정폭력피해자의 주민등록표 열람 또는 등·초본 교부제한 신청은 가정폭력·성폭력 상담소 상담사실확인서, 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입소확인서 등을 제출할 경우 의료기관이 발급한 진단서 또는 경찰관서에서 발급한 가정폭력 피해사실을 소명할 수 있는 서류를 함께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가정폭력 상황에서 경찰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의료기관에서 가정폭력 사실을 창피해 숨기거나 한 경우 소명 자료를 마련할 수가 없다. 또 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경제적·심리적·물리적 통제를 행사함으로써 심각한 부상에도 의료기관 진료를 받지 못 하거나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정춘숙 의원은 “2019년 여성가족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 신고율은 2.6%대에 머물고 있고, 현행 시행규칙은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경찰 신고조차 할 수 없는 피해자들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추가 소명자료 없이 상담사실확인서를 바탕으로 주민등록열람 제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가정폭력 피해 당사자들은 피신한 주소지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해 법원에 접근금지를 신청하는 경우도 매우 낮은 상황이다. 법원에 접근금지를 신청할 경우 현재 시점에서의 피신 주소지를 알려야 하고 이 과정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의 피신 주소지를 알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접근금지 신청을 했을 때 법원에서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빨라도 2개월 여 시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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