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에코페미니즘』 반다나 시바·마리아 미스
에코페미니즘, 발전을 비판하다

 

반다나 시바 @drvandanashiva
‘에코 페미니즘’의 사상가이자 활동가 반다나 시바. @drvandanashiva

 

[에코페미니즘 읽기] 두 번째 시간은 『에코페미니즘』 으로 최형미 에코페미니즘연구센터 부소장이 맡았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의 여성활동가, 반다나 시바 등과 교류했던 경험 덕에 아시아의 시각에서 에코페미니즘을 생각할 수 있게 된 시간이었다. 에코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의 권리중심성이 근대적 사고의 생산중심주의와 닿아있다고 비판한다. 에코페미니즘은 재생산과 돌봄을 강조하면서 여성에게 성역할을 고착하거나 여성의 억압경험을 자연과 일치시켜 열등한 존재로 위치시킨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책은 여성과 자연의 열등성이라는 근대적 담론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그것이 제국주의의 개발프로젝트였음을 밝히고 있다. 

에코페미니즘이 ‘모성’ 칭송하며
가부장 전략에 동의한다는 오해

먼저 반다나 시바와 마리아 미스는 다양한 에코페미니즘 계보 중 여성과 자연을 착취하는 정치경제시스템을 비판하는 사회주의에코페미니즘 계열에 속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1세계 독일 페미니스트인 마리아 미스와 3세계 인도의 환경운동가의 공동작업이자 대화였다는 점이다. 반다나시바는 근대과학인식론을 비판한 양자물리학자이다. 종교폭동의 근본 원인이 인종문제가 아닌 녹색혁명에서 출발했으며 30만명의 농민 자살이 종자의 사유화에 기인한 것을 목격하며 반지구화운동에 나선다. 반면 마리아 미스는 선진국인 독일의 페미니스트인데 인도 레이스공장 여성노동에 관한 논문을 쓰며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연관, 인도 가부장제와 독일 가부장제의 연관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어쩌면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자신이 속한 사회를 벗어나 자신의 사회가 어떤 타자의 희생에 기반한 것인지를 인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지금까지 자본주의의 신화였던 발전과 개발이 실제로는 자연, 여성, 제 3세계를 착취한 결과라고 말한다. 자본주의의 풍요는 결국 자연과 여성, 식민지를 희생시킨 비용의 외주화를 통해 가능했던 것이다. 이때 발전의 도구가 되었던 것이 산업농과 재생산기술에 적용된 과학기술혁명, 유전공학이었고 자유무역을 주도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World Bank) 등의 국제기구였다. 이윤을 목표로 한 자본주의의 끊임없는 변신은 계속되었다. 식민지를 통한 직접적인 착취가 불가능해진 이후 서구는 개발을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등 남쪽 국가들이 세계경제 속에 편입되면 풍요로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일명 따라잡기 전략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처럼 세계는 더욱 불평등과 차별이 심화되고 있다. 개발도상국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저자들은 영국의 풍요가 지구 절반을 식민지 삼은 결과였듯이 3세계와 여성은 더 이상 착취할 식민지가 없어서 불가능하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에코페미니즘
에코페미니즘

 

1세계와 3세계 모두에 적용될
정치적 목표로 ‘자급적 관점’ 제시

반다나 시바는 세계화의 하녀가 된 여성, 어머니 땅의 남성화, 토착지식을 빼앗기고 생물다양성을 잃어버린 3세계 그리고 국제기구가 얼마나 충실하게 자본의 이해를 대변했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그것에 맞섰던 인도의 칩코 운동에서 여성들이 했던 저항과 힘에 주목한다. 동시에 마리아 미스는 독일통일 이후 실업과 인권 침해 등 여성의 가정주부화를 통해 어떻게 내부식민지가 심화되었는지 밝힌다. 이 과정에서 권리담론의 핵심인 자기초월성을 통한 여성해방은 유럽남성의 프로젝트이자 페미니즘이 빠진 딜레마라고 말한다. 페미니즘이 제2의 성과 여성의 자연화를 거부한 정치적 전략이 여성의 몸을 부정하고 생식의 기술에 의존하면서 결과적으로 여성을 더욱 착취하는 기술적 가부장제에 종속되었다는 것이다. 문명화된 남성 역시 폭력과 낭만화의 역사를 통해 유일한 자연접촉이 포르노와 성매매가 되는, 자기가 파괴한 것을 추구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며 돌봄의 사회에 여성과 남성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에코페미니즘은 자연과 여성의 착취에 기반한 부유한 국가가 소비모델을 극복하고 1세계와 3세계 모두에게 적용될 정치적 목표로 ‘자급적 관점’을 제시한다. 여성해방은 남성적 세계로의 진입이 아닌 여성과 남성 모두 살아있는 세계, 일상성, 내재성과 연결되어야 하고 자연과 여성 신체는 적이나 타자가 아닌 연결을 회복하고 연대함으로써 해방의 가능성을 연다는 것이다. 썩은 파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자연, 타자를 착취하지 않는 새로운 파이의 구성을 통해서 말이다.

사회문제 해결에 거액 기부한 빌 게이츠
세계 최대 GMO 기업 ‘몬산토’ 대주주

서문을 쓴 에어리얼 샐러는 에코페미니스트는 거리의 투자이자 철학자로서 ‘오직 연계하라’ 고 말한다. 신자유주의적 자본과 군사주의 과학, 가정폭력, 섹스관광, 유전공학 등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2014년 빌 게이츠는 자카르타에 2억7000만 달러의 거액을 기부하며 아동질병과 소아마비, 성매매 운동에 쓸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모든 여성활동가들이 투입되고 여성농민운동은 소강상태가 되었다. 이듬해 인도네시아의 GMO 사용 법제화가 추진되는데 빌게이츠는 세계 최대 GMO 기업인 몬산토의 대주주이다. 치밀하게 계산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GMO로 자급의 뿌리를 잃어버린 농촌에서 더 많은 여성이 도시로 떠밀려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가 1970년대 새마을운동과 녹색혁명을 통해 경험한 것이 여전히 개발의 명목으로 재현되고 있다.

이 책은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포기하고 따라잡기에 성공한 한국사회가 그 풍요의 이면에 얼마나 많은 내부의 차별과 외부의 식민지를 토대로 존립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비용을 외주화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것을 요구한다. 여전히 성장과 발전담론에 기대어 기후위기가 재생가능에너지 문제로 치환되는 현재 우리가 만들어야 할 사회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더 이상 상품의 원료가 되는 저렴한 자연과 저렴한 돌봄이 제공되지 않는 조건 속에서 우리는 어떤 사회와 운동을 만들어갈 것인가. 그 답을 찾으려는 에코페미니즘 읽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 풀뿌리여성네트워크 바람 운영위원, 중랑마을넷 이사 등 여성과 환경, 풀뿌리에 관심갖고 활동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 풀뿌리여성네트워크 바람 운영위원, 중랑마을넷 이사 등 여성과 환경, 풀뿌리에 관심갖고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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