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발렛 파킹 여성 직원에게
치마와 검정 구두 착용 의무
화난사람들, 인권위에 진정 내기로

ⓒ화난사람들
ⓒ화난사람들

“바지와 운동화를 선택할 권리를 달라”

한 대형 백화점 발렛 지원 부서 직원 A씨는 주차장에서 고객을 맞고 그들의 짐을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치마와 검은 구두를 신어야 했다. 반면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남성 직원들은 바지와 운동화가 허용됐다.

결국 A씨는 회사에 여성 직원에게도 바지와 운동화를 허락해달라고 요구했다. 다행히 치마규정은 작년에 변경돼 바지는 선택이 가능했다. 다만 운동화는 규정조차 없어 거절당했다. 그 후 A씨는 결국 퇴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씨의 회사를 대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준비 중이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은 “남성에게는 허락되는 일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손님응대업무를 함께 해야 한다는 이유로,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는다면 이것은 헌법과 인권위법에 위반되는 일”이라며 시정 권고를 구하는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권’을 침해하고 인권위법 제2조 제3호 제가목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한다.

이는 일본의 ‘구투(KuToo) 운동’과 닮아 있다. 구투 운동은 지난해 일본에서 ‘하이힐을 신지 않을 권리’를 요구하며 일어난 운동으로 일본어로 구두와 고통을 뜻하는 ‘구츠’와 ‘미투(#MeToo)’를 합친 단어다. 구투 운동은 일본의 배우 겸 작가인 이시카와 유미씨가 하이힐을 강요받았던 경험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후 여성 복장 규정을 개선해달라는 청원에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하면서 움직임이 커졌다.

이번 ‘한국판 구투운동’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이 겪는 차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남녀를 모두 아우르는 복정규정 완화 운동으로 나아가겠다는 취지다. 남성의 경우에도 넥타이, 정장, 구두강제, 뿔테안경금지규정 등으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단체는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겪는 외모 차별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권위 진정을 담당하고 있는 박지영 변호사는 이 같은 지적에 “화난사람들 측은 주춤했는데 저는 계속 그렇게 가자고 제안했다”며 “애초에 ‘한국판 쿠투 운동’도 제가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과도하게 엄격하고 차별적인 복장 규정과 인권 침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으면 좋겠다”며 “여성과 남성의 인권은 배제/대립 관계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함께할 수 있고, 성별을 떠나 누구나 약자일 수 있다는 점, 남성도 고통받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반바지 차림으로 일할 수 없고 획일적인 구두를 신어야 해서 고통스러워하는 남성들이 있다”며 “구투 운동 당시 일본에서 ‘수트 운동’을 이야기하며 ‘남성도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고. 그런 점에서는 공감대 형성이 가능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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