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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의 관심사인 로또복권. 여성계는 공익기금이 소외된 여성을 위해 쓰일 것을 주장한다. <사진·민원기 기자>

“가난한 여성가장 돕기에 쓰여야”

'복권을 사면 일주일이 행복하다'는 말이 돌 정도로 복권은 전 국민의 관심사다. 로또 열풍이 식지 않고 있는 가운데 판매수익금으로 조성된 공익기금 배분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복권의발행및관리에관한법률안'을 마련해 관련부처와 협의중인 가운데 여성단체들이 수익금 배분시 사회보장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을 위한 몫을 별도로 배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수익금 관리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복권심의위원회 등 수익금 사용에 관련한 정책결정구조에 여성들이 일정 비율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대한YWCA연합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재단 등 여성단체들은 '로또복권 수익금 배분의 공정성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여성민우회 윤정숙 대표는 “올 여성부 예산은 여성부가 제출한 예산안의 60% 이상을 삭감한 435억5000여만원으로 이는 정부의 일반회계 세출예산의 0.039%에 그치는 아주 미흡한 수준”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로또 수익금의 일정비율은 여성 중에도 복지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들을 위해 별도 배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빈곤층 여성가장 가구주가 대부분

강남식 성공회대 연구교수 역시 “가족해체로 인해 여성가장이 늘고 있고 최근 뉴스에 보도된 것처럼 극심한 빈곤으로 대안을 찾지 못한 여성가장들이 자녀들과 동반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며 “이는 '빈곤의 여성화'가 심화됐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가구 중 여성가장 가구가 55.5%에 이르며, 이 비율은 남성가장가구 중 기초보장대상 가구 비율보다 6배 이상 높은 것”이며, “여성가장 가구의 절반 정도가 절대빈곤의 수준으로 여성가장 가구주의 문제가 우리사회에 신빈곤층 문제”로 대두됐음을 강조했다.

지난해 말 연합복권 로또가 발매된 이후 8개월간 로또 판매액은 2조 3155억여원에 달한다. 또한 로또복권을 통해 조성된 공익기금 약 7523억원(7월 말 현재)에 이르고 연말에는 1조 5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로또를 통한 공익기금의 규모가 커지고 기금 사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지면서 현재 정부와 국회는 통합복권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교수는 “선진국들은 로또 복권산업 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소외계층을 위한 기금조성을 국가의 '누진적 조세정책'에 의해 근본적으로 집행한다”며 “정부는 소외계층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면서 국가책임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공익자금은 열심히 일하면서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가난이 대물림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신빈곤층에 우선적으로 써야 한다”며 “신빈곤층에는 여성가구주 등 여성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장애인을 두고 있는 가정과 여성장애인 가구주 가장인 경우 더욱 빈곤하다”며 “이들을 위해 로또 수익금이 적극적으로 사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자금 성별평가, 여성 자금 배분해야

여성단체들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통합복권법이 기존에 복권사업에 참여했던 정부부처의 기득권을 그대로 인정하고, 여성을 포함해 공적지원이 필요한 복지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소외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로또 발행부처는 행정자치부·과학기술부·노동부·건설교통부·산림청·중소기업청·제주도 등 7개에서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문화관광부·보훈처가 추가돼 현재 10개 부처다.

김애량 여성부 여성정책실장은 “여성부가 새로운 복권통합법 발의 과정에서 제15조(기금의 배분 및 용도) 3항에 '여성인권보호 및 보육서비스 확충지원사업'의 추가를 요구했지만 복권관련 기금의 용도가 국민전체에 혜택이 있는 사업에 한정돼 있다는 명목하에 거절됐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현재 '저소득층·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시설 확충사업'을 '저소득층·장애인·폭력피해여성 등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시설 확충 및 자활지원사업'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국무조정실과 협의중이나 이에 대해서는 '검토해보겠다'는 소극적인 답변을 들었다. 그는 여성을 위한 공직자금 배분은 정당한 요구이며, 이를 요구하는 여성계 목소리가 반드시 전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단체들은 ▲기존 수익금 사용내용을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공개, 성별영향을 평가하고 ▲여성을 위한 수익금을 별도로 배정하는 한편 ▲복권(발행)심의 위원회 등 수익금의 사용 관련, 정책결정구조에 일정비율의 여성들을 위원으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복지, 교육, 문화 등의 사업에 쓰인 공적기금이 어떤 규모로 어떻게 쓰였는지 밝히는 한편, 그 용도가 여성들에게 특히 사회 신빈곤층으로 대두되고 있는 여성가장 등에게도 배분되기를 주장하는 것.

여성재단 박영숙 이사장은 “여성계가 복권사업의 사행성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구성된 공익자금이 어떻게 쓰이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여성계에서 국회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청원서를 제출, 공익자금의 유용한 활용을 강력히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0:50 운동, 구성부터 운영까지

박은경 대한YWCA연합회 부회장 역시 “2000년 유엔이 국가의사결정에 여성이 50%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며 “구성된 공익자금이 남녀수혜자에게 고루 쓰이게 하고, 복권위원회 등에 여성비율을 맞춰 소외된 여성을 위해 기금이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최근 여성을 위한 복권기금을 ▲매맞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한 센터 건립 ▲형편이 어려워 자궁암 치료를 받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치료비 지원 ▲아시아 이민여성들을 위한 활동지원 등에 사용하고 있다. 또한 복권발행기관사이트(www.community-fund.org.uk)에 공익기금의 사용처와 액수가 실링단위까지 모두 공개되고 있다. 미국도 각 주별로 기금 사용처를 화폐 최소단위까지 어떻게 쓰였는지를 공개한다.

지난달 한국행정학회·한국갤럽이 전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복권관련 인식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2.4%가 로또를 구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또복권 구입 경험은 남성이 66.2%, 여성 42.9%였으며 연령별로 30대(58.8%)가 가장 많았고 40대(55.2%), 20대(49.5%), 50세 이상(46.8%)순으로 나타났다. 복원구입에 여성들 역시 적극적이라는 말이다. 소비자 유형에 나타났듯이 이 과정에서 여성의 권리가 무시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성단체들은 기금의 사용과 관리에 소비자만족이 실현되기 위해서라도 여성들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기금사용 선정 과정에 일반 소비자의 의사가 반영, 사회적 가치들간의 재배분를 둘러싼 논의 자체가 '공익자금'의 의의를 살리는 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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