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순신장군동상 앞에서 마트산업노동조합 외 11단체는 '고 김원종, 고 장덕준, 고 김동휘 추모 및 대기업택배사 규탄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예방 호소 택배 소비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순신장군동상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예방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홍수형 기자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에 시달리다 사망하는 사고가 연달아 일어난 가운데, 또 한 명의 택배 노동자가 ‘대리점 갑질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택배 노동자가 처한 불공정한 노동 계약의 현실이 드러나 있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일하던 택배기사 김모씨가 20일 오전 3시 해당 터미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오전 2시30분 자필 유서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함께 일하던 동료에게 전송했다.

택배 노동자는 각 개인이 운송한 택배 수만큼 수입을 올리는 구조면서도 동시에 일정 구역을 할당 받아 해당 구역의 운송만 담당하는 구조다. 이 탓에 아파트 단지 구역이나 오피스 지역을 주요하게 담당할 경우 높은 수입을 올리면서 비교적 편할 수 있지만 반대로 주택 밀집도가 낮은 지역 등을 담당하면 수입은 낮으면서 노동강도는 높아진다.

김씨는 유서에서 “택배기사는 국가시험에, 차량 구입에, 전용 번호판까지 준비해야 하지만 200만원도 못 버는 현실”이라며 대리점이 월 200만원을 벌기 힘든 구역에 택배 기사를 모집하고 이를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팔았다“고 밝혔다. 또 ”한여름에 하차 작업을 하는데도 에어컨을 사주지 않았다. 비트코인 채굴기에 투자할 돈은 있으면서 지점에 투자하라면 '돈 없다'는 이유만 댄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입사 과정에서 해당 구역을 인계 받는 과정에서 직전 택배기사에 권리금 300만원을 내고 보증금 500만원을 대리점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해당 구역의 수입이 낮고 이 과정에서 은행권 신용도까지 낮아지자 다른 일을 하길 희망하고 퇴사를 원했다. 그러나 대리점은 김씨에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후임자를 구해오길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유서에서 "3개월 전에만 사람을 구하던지, 자기들(대리점)이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면 이런 극단적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젠택배 지점 관계자는 김씨의 유서에 쓰인 주장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하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과로사위)는 이 사건에 "정부와 로젠택배가 철저한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대리점 갑질로 스스로 그만두지도 못한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씨는 올해 목숨을 잃은 11번째 택배 노동자다. 이 중 10명은 과로사로 추정된다. 택배 기사들의 사망 이면에 택배 기사와 대리점, 본사 간 불공정 계약과 분류작업에서의 무임금 노동 등이 떠오르며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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