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페미니즘 읽기] ①
『자연, 여성, 환경: 에코페미니즘의 이론과 실제』 로즈마리 통 외 지음

[1970년대 에코페미니즘이 태동한 이후 다양한 서적이 출간되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왜 페미니즘이 아니고 에코페미니즘인가’, ‘여성-자연의 관계’, ‘모성과 돌봄’ 그리고 ‘대안경제’와 같은 개념은 여전히 논쟁적입니다. 이에 여성신문은 여성환경연대 부설 에코페미니즘연구센터가 마련한 ‘에코페미니즘 읽기’ 강좌를 소개합니다.]

‘코로나의 해’로 기억될 2020년이 이제 몇 달 남지 않았다. 여전히 기세가 꺾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삶이 많이 힘들다. 인간의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위기와 바이러스의 공격은 인간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고, 이런 상황에서 여성환경연대 부설기관인 ‘에코페미니즘연구센터’의 ‘에코페미니즘읽기’ 강좌 시리즈는 시기적절하다. 코로나시대를 통과하면서 인간의 삶과 환경은 어떻게 지속가능할지, 특히 여성의 관점을 통해 진단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가부장적이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가 공고한 상황에서 반세기 전에 촉발된 에코페미니즘 운동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시대적 요청에 따라 소환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이 강좌를 통해 우리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어떤 대안적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강좌 시리즈는 ‘에코페미니즘의 계보와 쟁점들’이란 주제로 환경철학 전공자인 장우주 박사가 스타트를 끊었다. 첫 주자인 만큼, 또 입문의 의미에서 에코페미니즘의 여러 이론들과 실천적 차원에서 여성환경운동의 역사적 사례를 동서양을 횡단하며 보여주었다. 

1973년 인도의 ‘칩코 운동’(나무 껴안기) 모습. 벌목 위기에 처한 나무들을 지키기 위해 여성들이 껴안고 있다.
1973년 인도의 ‘칩코 운동’(나무 껴안기) 모습. 벌목 위기에 처한 나무들을 지키기 위해 여성들이 껴안고 있다.

 

1960-70년대 제2의 페미니즘 물결이 도래한 시기에 환경문제를 깊이 인식한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생겨난 에코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의 여러 갈래만큼이나 다양한 입장과 이론을 내세웠다. 여성성을 강조하고 자연과 여성을 동일한 차원에서 바라보는 문화생태주의, 여신의 전통과 영성을 강조하는 영적 페미니즘, 이와 달리 여성-자연의 연관성이 문화적으로 구성되고 강화되었다고 주장하는 사회구성주의 에코페미니즘, 여성과 자연의 착취를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사회주의 에코페미니즘이 대표적이다. 이런 이론적 입장들은 여러 쟁점을 야기했는데, 예를 들어, 여성과 자연을 동일시하고 이를 본질적인 것으로 보는 것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페미니즘에서도 제기된 ‘단일한 여성’에 대한 문제 제기 등이 있다. 포스트모던 에코페미니즘에서는 계급, 인종, 섹슈얼리티 등의 교차성을 중시하고 자연과의 연관성을 재구성해야 할 것을 주장한다. 더 나아가서 포스트휴먼의 차원에서 다른 종과 인간의 관계를 더욱 깊이 탐구하고 비생명적 타자와의 관계까지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론들이 ‘여성’, ‘자연’, ‘여성성’, ‘모성’ 등 주요 개념을 다양하게 이해하면서 비판하거나 동조한다면, 실제 여성의 삶에서는 어떠한가. 동서양을 망라해 환경문제에 여성이 깊이 관여한 사례는 많다. 유럽에 배치된 크루즈미사일에 반대한 여성들의 평화운동, 화학폐기물 의 피해를 알린 미국의 러브운하 사건을 주도한 여성, 혹은 어머니 운동가들, 나무를 둘러싸고 개발을 막아낸 인도 여성들의 칩코운동, 한국에서 주부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여러 환경운동 등. 이처럼 여성은 구체적 삶 속에서 ‘생명’을 지키고 돌보는 일에 관여해왔다. 그 이유가 여성이 그 일을 ‘본질적’으로 잘 해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담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과 환경, 생명을 지키는 일은 여성뿐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나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삶 속에서 에코페미니즘이 갖는 쟁점과 과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주효하다. 강사는 이와 관련해 네 가지 사안을 제시하는데 돌봄의 사회화, 생태적 감수성, 관계적 자아, 시민권에 대한 논의가 그것이다.

돌봄은 여성에게만 분담되는 일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하며 사적영역으로 머물지 않고 공적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생태적 감수성 역시 인간이 갖춰야 할 자질인데, 이는 ‘생태적 슬픔/애도’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관계적 자아는 근대적 자아의 고립을 넘어서 타자와의 관계맺기와 ‘상호연관된 자아’ 개념의 인식이 필요하다. 여성적 관점에서의 시민권은 어린이, 미래세대, 혹은 동물 등을 포함하는 쪽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 모든 사안 하나하나 많은 논의가 필요한 내용들이며 지속적으로 담론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에코페미니즘의 다양한 이론과 실천의 역사 및 쟁점과 과제를 알게 되면 우리는 에코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 사실 강의 끝에 우리는 다시 에코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왔다. 강의를 신청한 80여명의 남녀는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세대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중 자신을 ‘에코페미니스트’라 칭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어떻게 해야 에코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을지 자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강사는 마무리에서 ‘나/우리가 쓰고 만들어가는 에코페미니즘’을 얘기하면서 ‘유쾌한’ 새판짜기와 대안 살기를 제안했다. 

두 시간을 훌쩍 넘긴 줌 강의와 이후 열띤 토론과 댓글 참여는 에코페미니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특히 2-30대의 많은 참여는 에코페미니즘의 미래가 새롭게 열릴 것 같은 긍정적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이어지는 나머지 다섯 번의 강의도 뜨거운 열기로 가득찰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 황선애 독문학박사, 한신대학교 학술원 연구교수로 에코페미니즘, 독일생태공동체연구 수행.현재 프리랜서 번역가. 에코페미니즘연구센터 객원연구원.
필자 황선애. 독문학박사, 한신대학교 학술원 연구교수로 에코페미니즘, 독일생태공동체연구 수행.현재 프리랜서 번역가. 에코페미니즘연구센터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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