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20만원 입양글’ 논란, 비난보다 사회가 보듬어야
‘아기 20만원 입양글’ 논란, 비난보다 사회가 보듬어야
  • 조혜승 기자
  • 승인 2020.10.20 21:34
  • 수정 2020-10-21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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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거래 앱에 입양 글 올린 여성
합법적 입양 절차 밟다 홧김에 글 올려
결국 경제적 양육 부담으로 친권 포기
원희룡 “미혼모 제도적 지원 개선책 찾을 것”
여성신문·뉴시스
미혼모 A씨는 지난 16일 유명 중고물품 거래 앱 제주 서귀포 지역 카테고리에 20만원의 판매 금액과 함께 아이를 입양 보낸다는 글을 올렸다.ⓒ여성신문·뉴시스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애플리케이션에 16일 20만원을 내면 갓난아기를 입양 보내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논란이 일었고 경찰은 곧바로 글을 쓴 20대 여성 A씨를 찾아냈다. 글을 쓰기 사흘 전(13일) 아기를 낳은 A씨는 산후조리원에서 입양 글을 올렸다. 사건이 알려지고 사흘 뒤인 19일 아기는 보육시설로 보내졌다. A씨는 제주도내 공공산후조리원을 나와 미혼모 지원센터에 입소한 상태다.  

합법적인 입양 절차를 밟아오던 A씨는 입양글을 쓴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이 아빠가 없어 홀로 키우기 어려울 것 같았다”고. “까다로운 입양 절차에 화가 난 마음에 그랬다”고. A씨는 아이 아빠와 부모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홀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고립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싱글맘들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신과 출산으로 경력단절을 경험하거나 혼자 육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전일제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원가족과도 관계가 단절된 경우가 많아 재정적 지원을 받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2018)’ 결과를 보면, 양육 미혼모의 77.2%가 산후우울증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양육으로 인한 우울증도 73.5%가 겪었지만, 이를 위한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경험은 적었다. 양육에서 어려운 점으로는 ‘재정적 어려움’(34.3%)이 가장 컸고, ‘직장·학업 병행의 어려움’(22.0%)로 뒤를 이었다. 특히 미혼모들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미혼부의 법적 책임 강화’(50.7%)가 가장 필요하며, ‘아동 및 청소년기 교육’(18.7%)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번 입양 글 사건이 논란이 되자 싱글맘 지원제도와 입양절차 등을 점검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A씨처럼 부모와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출산하는 경우 입양 절차가 까다롭고 오래 걸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입양특례법 등에 따르면 미혼모가 아이를 입양 보내기 위해 친권 포기 과정을 거치려면 출생 신고를 해야 하며 7일간 숙려 기간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원하지 않는 임신에 출산으로 가장이 된 미혼모는 출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직장이나 학업을 중단하게 돼 출산 후 생계를 이어오기가 쉽지 않는 실정이다. 부모와 직계가족, 남자친구 도움 없이 혼자 출산한다면 경제적 비용 때문에 숙려 기간조차 버티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미리 출산을 대비했을 경우 미혼모가 문제가 없을 수 있겠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혼모가 갑작스럽게 출산했거나 산후조리비 등 비용이 부담으로 다가올 경우 숙려기간 7일이 길게 느껴질 수 있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혼모는 미혼모센터 등에서 산후조리원과 연계해 출산과 산후조리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양육 미혼모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혼모의 월평균 소득액이 92만3000원으로 한 달 수입이 100만원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후조리원 비용은 1주일에 100만원 정도지만 자체 지원금은 70만원에 그쳐 미혼모가 나머지 금액을 부담하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하지만 청소년 및 성인 미혼모 등 대부분이 부모 재산으로 인해 기초생활 수급자로 등록되지 않아 사실상 지원받기는 어렵다. 한부모 지원법 등에 따라 기초생활 수급자로 등록이 되어야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의료비와 생계비 등 지원받을 수 있으나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미혼모가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의 따뜻한 시선과 정신적, 경제적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원 지사는 ”비난하기보다 사회가 도와주는 것이 먼저“라며 ”한 생명의 엄마로서 아기를 낳은 것은 칭찬받고 격려받아야 할 일이다. 혼자서 키울 수 없다면 입양절차 등 우리 사회가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 여성가족 부서에 알아봤는데 아기 엄마가 출산 이후 병원에서 의뢰가 와서 입양기관과 미혼모 시설에서 상담도 이뤄진 경우였다고 한다“라며 ”미혼모 보호와 지원실태를 다시 점검해 두려움과 막막함 속에서 사회적 비난까지 맞닥뜨린 여성에 대해 보호와 지원을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원 지사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의 조언을 공유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현 입양특례법상 입양을 보내기 위해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그것 때문에 입양 절차를 꺼리게 되었는지 확인과 전반적인 미혼모와 입양 제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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