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전 아기 낳은 20대 여성
중고마켓에 입양 글 올려 논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조사 예정
아동 판매 행위는 최대 10년형
“극단적 선택 경위 밝히고
‘아기와 분리’도 고려 필요”
양육 책임지지 않은
친부 책임도 함께 물어야

지난 16일 오후 6시 30분께 중고 물품 거래 앱에 갓난 아기를 입양보내겠다며 20만원을 제시한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해당 게시글 캡처.
지난 16일 오후 6시 30분께 중고 물품 거래 앱에 갓난 아기를 입양보내겠다며 20만원을 제시한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해당 게시글 캡처.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애플리케이션에 16일 20만원을 내면 갓난아기를 입양 보내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논란이 일었고 경찰은 곧바로 글을 쓴 20대 여성 A씨를 찾아냈다. 글을 쓰기 사흘 전(13일) 아기를 낳은 A씨는 산후조리원에서 입양 글을 올렸다. 그는 글을 쓴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이 아빠가 없어 키우기 어려울 것 같았다”고. A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입양 상담 중 화가 나 글 올렸다”

A씨는 지난 16일 오후 6시30분쯤 ‘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되어있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중고물품 거래 모바일 앱 ‘당근마켓’에 올라왔다. 서귀포지역 카테고리에 올라온 게시물에는 갓난아기 사진 2장과 함께 ‘20만원’의 가격이 책정돼 있었다.

게시물을 본 한 이용자가 A씨에게 메시지를 보내 입양글을 올린 이유를 물었더니 “아기 아빠가 없어 키우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게시물은 곧바로 삭제됐으나 이를 캡처한 이미지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고 IP추적 등을 통해 게시자 신원을 확인한 결과 제주도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모 산후조리원에서 산후조리 중인 A씨는 경찰에 “미혼모센터로부터 입양절차를 상담 받던 중 홧김에 중고거래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A씨는 지난 13일 제주시내 한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그는 “(글을 올린 후) 곧바로 잘못된 행동임을 깨닫고 게시글을 삭제했고, 계정도 탈퇴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출산에 임박할 때까지 임신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아기와 산모의 신변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을 매매하는 행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혼모라 아기 판매 글 올렸다?… “극단적 범죄 행위”

일각에서는 함께 아이를 낳은 남성이 떠나고 홀로 양육 책임을 져야 하는 여성이 입양 글을 올렸다며 동정의 눈길을 보낸다. 실제로 양육을 선택하고 엄마가 된 여성들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신과 출산으로 경력 단절을 경험하거나 혼자 육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전일제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원가족과도 관계가 단절된 경우가 많아 재정적 지원을 받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2018)’ 결과를 보면, 양육 미혼모의 77.2%가 산후우울증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양육으로 인한 우울증도 73.5%가 겪었지만, 이를 위한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경험은 적었다. 양육에서 어려운 점으로는 ‘재정적 어려움’(34.3%)이 가장 컸고, 직장·학업 병행의 어려움(22.0%)로 뒤를 이었다. 특히 미혼모들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미혼부의 법적 책임 강화(50.7%)가 가장 필요하며, 아동 및 청소년기 교육(18.7%)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미혼모단체는 아기를 돈을 받고 입양 보내려 한 이번 사건을 미혼모 일반의 사례로 봐선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영아 판매와 유기는 ‘범죄 행위’라는 지적이다.

김도경 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여성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기 입양 판매글을 올린 행위 자체는 범죄 행위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여성이 당시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것은 아니었는지, 아기 양육을 선택하기 힘든 사회적 환경 때문은 아니었는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혼모가 ‘남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사회의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며 “아이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미혼모가족을 위한 주거대책, 아동양육비 등이 지원된다면 양육을 선택하는 여성도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육비 해결모임 회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신상이 공개된 남성 230명, 여성 23명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한 사진전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해 1월 1일 양육비 해결모임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남성 230명, 여성 23명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한 사진전을 열었다. ⓒ여성신문 

 

양육 책임은 온전히 엄마 몫?… 아빠는 어디에

“홧김에” 입양 글을 올렸다고 밝힌 A씨는 법적인 책임을 다하게 됐으나 양육 책임을 지지 않는 아기 아빠의 죄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과 남성이 함께 아이를 낳았으나 양육 책임과 법적인 책임은 여성 홀로 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18세 이하 자녀를 둔 미혼모·부는 총 2만7843명으로 이 가운데 미혼모(2만1000명)가 미혼부(7000명)보다 3배나 많았다.

지난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히트앤런 방지법을 제정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정부가 대신 양육비를 지급하고 생부에게 사후 징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청와대는 “양육비 대지급제를 포함한 양육비 이행지원제도 실효성 확보 방안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라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마침내 지난 5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운전면허를 정지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정부가 나서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는 비양육 부모에 대해 신상 공개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10월 14일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한부모가정 아동·청소년이 양질의 돌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명단공개 등 재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공개가 가능하도록 한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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