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고용 방해한다" 재계, 공정거래법 반대
민주당 "현장 목소리 듣겠다...20대 국회때부터 검토"

유동수(왼쪽)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 부의장(민주당 공정 경제 3법 태스크포스(TF) 단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빌딩에서 '공정 경제 3법 정책 간담회'를 갖기 전 사전 환담을 하던 중 각기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여성신문·뉴시스

 

재계와 여당이 하루 동안 두 차례 만나 공정경제 3법(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추진에 대해 테이블에 앉았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못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여당이 공정경제 3법을 연내 처리할 움직임을 보여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빌딩에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만나 “병든 닭 몇 마리를 골라내기 위해 투망을 던지면 그 안에 모인 닭들이 다 어려워지지 않겠냐”며 “해결책이 이거 하나인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진경제로 갈수록 법보다 규범에 따라 해결할 일이 많아진다”라며 “어디까지를 규범으로 하고 어디까지를 법으로 할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박 회장은 여당에 규제가 꼭 필요한지, 반드시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지 검토해 달라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에서 유 단장을 비롯해 김병욱, 오기형, 홍성국, 이용우, 백혜련, 송기헌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경제단체에선 손 회장을 비롯한 7개 인사들이 자리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이날 오후 경총 정책간담회에서 유 단장을 만나 재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감사위원 선임 규제 강화, 다중대표 소송제 도입, 소수 주주권 보유 요건 강화, 전속고발권 폐지, 내부거래 규제 확대,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지분율 상향, 금융그룹감독법 제정 등 7가지 기업 규제 모두 반대하고 있으며 이 중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3%룰’ 도입,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와 재벌의 경영권 집중을 막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가장 우려가 크다고 그는 강조했다. 공정경제3법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속에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며 민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재계는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와 ‘3%룰’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현행 상법에선 이사를 먼저 선출한 뒤 이 중 감사위원을 선임한다.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각 3%씩 의결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감사위원은 처음부터 이사와 분리해 선임해야 하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모두 합산해 총 3%만 의결권을 가진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오너 중심인 회사는 오너와 최대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사회의 외부 위원 때문에 자체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최악의 경우 헤지펀드의 사냥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재계 측 주장이다.

여당은 정기국회에서 공정경제 3법을 연내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0대 국회 때부터 검토했던 법으로 공정경제 3법이 우리 경제 구조를 개혁하는 데 필수적인 법안이기 때문에 타협이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여당은 또한 기업의 내부 거래 자체를 막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당한 요건만 갖춘다면 얼마든지 내부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재계가 공정경제 3법을 계속 반대는 이유는 뭘까.

현행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장사는 20% 이상이면 사익 편취 규제를 적용한다. 개정안에서는 사익 편취 규제 대상 상장사의 총수 일가 지분율 기준을 30%에서 20%로 낮춘다. 또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가 50%를 초과해 보유하는 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런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올해 5월 1일 기준 210곳인 규제 대상은 591개로 늘어난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30% 사이인 상장사는 30곳에 이른다.

정부와 여당은 재계와 의견 조율할 자리를 계속 가질 예정이다. 여당은 11월 초 토론회에 이어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오는 15일 대한상의, 경총, 중기중앙회 등 경제단체와 삼성, 현대차, LG, SK 등 대기업 관계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공정경제 3법을 연내 처리할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의견 조율이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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