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의원 늘어나니 ‘젠더 국감’ 성큼
여성 의원 늘어나니 ‘젠더 국감’ 성큼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0.10.16 11:00
  • 수정 2020-10-16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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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첫 국정감사
맹탕·정쟁 국감 비판 속
여성·초선 의원 주목
상임위서 젠더이슈 제기하고
‘할 말 하는’ 신선한 활약
(왼쪽부터)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 여성신문, 뉴시스
(왼쪽부터)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 여성신문, 뉴시스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았다. ‘맹탕·정쟁 국감’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민생·정책’을 내세운 여성 의원들의 활약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역대 최다(57명) 여성 의원이 국회에 입성하면서 단골 질문인 피감기관의 여성 고위직 비율·성범죄 통계를 비롯해 성차별 실태조사 제안, 생리용품 안전성 문제, 부적합한 성인지예산 대상사업, 법원의 미흡한 성인지 감수성 등 주제도 좀 더 다양해지며 ‘젠더 국감’을 향해 성큼 다가서고 있다.

지난 7일 시작한 올해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았다. 문재인 정부 4년차 21대 국회 첫 국감인만큼 여야 모두 정책 국감 실현을 약속했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선 국감은 벌써부터 ‘김빠진 국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피감기관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보다는 북한의 해수부 공무원 총격 사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논란 등으로 여야의 지루한 설전이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여성·초선 의원들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국감 초반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이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다. 국회에 원피스를 입고 등원해 ‘50대 남성’ 중심의 국회 문화에 균열을 낸 류 의원은 지난 7일 삼성전자 간부가 언론사 기자 출입증으로 의원회관을 드나든 사실을 폭로하며 또 한 번 국회 내 구태를 고발했다. 삼성전자 측은 다음 날 “삼성전자 임원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국회에 출입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임원이 논란에 책임감을 느끼고 퇴사했다”고 밝혔다. 국회사무처도 사실 관계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어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도 삼성전자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의혹을 제기하며 추궁하자, 의혹을 부인하던 삼성전자 측도 재발 방지책을 찾겠다며 뒤로 물러섰다.

‘여성학자’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성 이슈를 제기하며 국감의 ‘성인지 감수성 지수’를 높이고 있다. 권 의원은 지난 7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국립대병원에서 전공과 전공의 현황을 분석해, 전공의 선발 때 성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결국 “성차별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답변을 이끌어냈다. 또 2019년 교육부 디지털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 맞는 새로운 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유네스코가 권고하는 포괄적 성교육 이행을 제안하기도 했다. 피감기관의 정책 문제를 질책하는 동시에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의사 출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8일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한국여자의사회에서 확보한 ‘2019년 의료계 성평등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직접 “의료계 성평등 수준에 대해 물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공의 선발과정을 경험한 여성 인턴 응답자 50%는 성차별을 경험했다. 전공별로 여자를 무조건 뽑지 않는 경우도 상당하고 4년에 1번 여성을 뽑는다는 차별적 내부 규율을 가진 전공도 있었다. 신 의원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요구하자, 박 장관은 ”박 장관은 “의료계 성차별 실태를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13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3세 여성을 성매매에 나서도록 하고 돈을 받아 챙겨 실형을 선고받은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건을 두고 “법관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최병준 대전지법원장은 성인지 감수성 부족 지적에 공감한다는 취지로 앞으로 재판연구회 등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통계청 국감 중 동성부부도 인구주택총조사 ‘혼인 통계’ 수치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장 의원은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통계청 국감에서 동성혼을 한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의 남편이 한국 내에서 가족으로 인정된 사례와 결혼과 삶에 대해 공개한 김규진씨 부부 사례를 들고 “가구주와 배우자의 성별이 같더라도 있는 그대로 통계를 작성해 결과에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배우자의 성별은 가구주 성별과 같을 수 없어 (같은 성별로 조사를 작성하면) 취합은 되는데 내검 단계에서 동의 없이 '기타 동거인'으로 분류한다"며 "'기타 동거인'은 고용인, 하숙인을 상정하고 만든 항목인데 멀쩡한 배우자를 고용인으로 조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미국은 동성혼의 법제화 전 이미 ‘언메리드(unmarried)’ 파트너 항목을 두고 파악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또한 가족법적 개념을 전제하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주식투자에 나선 20대를 핑계로 조세 형평성을 흔든다”면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주주 3억원’ 완화에 반대 입장을 밝혀 주목받았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제출한 ‘업무용 컴퓨터 파일 전송 내역’에 불법촬영 성착취물, 영화 등 업무와 무관한 파일이 대거 발견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n번방’ 사건 등으로 불법 음란물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받는 상황에서 공무원이 근무지에서 이를 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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