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성범죄 가해자 “부모 부양·반성” 이유로 감형해준 법원
초등학생 성범죄 가해자 “부모 부양·반성” 이유로 감형해준 법원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0.10.13 17:47
  • 수정 2020-10-13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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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회 법사위 대전고법·지법 국감서 문제제기
전주혜·김남국 의원 등, 아동 성범죄 판결 관련 지적
신상공개를 통한 여론재판에는 사법기관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있다. ⓒ여성신문
ⓒ여성신문

“감형의 이유와 논리를 보면 재판부가 과연 ‘피해자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있는지 상당한 의문이 듭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피고인은 물론 피해자 등 모두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판이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습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근 나온 아동·청소년 성범죄 ‘솜방망이’ 판결들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전고법·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법관들의 성인지 감수성 개선을 요구했다.

 

12세 협박·성착취물 제작 강요한 20대 남성 공무원
→ “부모 부양·반성” 등 이유로 감형
13세 그루밍해 성매매 알선·돈 챙긴 20대 남성
→ “반성” 이유로 집행유예로 감형
대전지법원장 “법관의 성인지감수성 부족 지적에 공감...개선할 것”

이날 먼저 재조명된 판결들은 대전 모 구청 20대 남성 공무원이 초등학생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만들게 한 사건과, 20대 남성이 13세에 불과한 피해자를 그루밍하고 성매매를 알선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다.

대전 모 구청 8급 공무원인 A씨(23)는 2019년 7월부터 10월까지 3회에 걸쳐 피해자(당시 12세)를 협박해 노출 사진과 나체 동영상을 촬영하게 해 전송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해 피해자의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낸 혐의도 받았다. 이 사건으로 A씨는 공직에서 해임됐다. 지난 9월 1일 대전지법 제12형사부(이창경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직접 추행하지 않은 점, 성착취물 유포 정황도 보이지 않은 점,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부모를 모시고 사는 점” 등을 감안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징역 8년을 구형했다.

대학생 B씨(22)는 채팅앱에서 만난 피해자(당시 13세)를 ‘여자친구’라며 그루밍하고 2019년 2월 남성 2명과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하고 돈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대전지법 형사8단독 백승준 판사)는 징역 10월을 선고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대전지법 형사항소1부 윤성묵 부장판사)는 ‘집행유예’로 감형해 풀어줬다. “범행을 모두 시인하는 피고인이 4개월여 구금 생활을 통해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성매매 권유 정도가 그리 강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부장판사 출신인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두 사건 모두 20대 남성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행한 그루밍 성범죄로 죄질이 가볍지 않은데도 관대한 형을 선고했다”며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판결을 위한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해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병준 대전지법원장은 “(두 번째 사건의 경우) 검찰이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는데 법관이 증거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해 양형 요소를 고려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법관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재판연구회 등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초등학생 추행 혐의’ 교감에 무죄 판결하며
“유익한 경험 되길” 발언한 대전고법 재판부

김남국 의원 “피해자 마음 헤아리지 못해 지적”
법정 녹취 국감장서 공개 두고 여야 간 논쟁도

재판부가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남성 교감에 무죄 판결을 내리며 “교직 생활에 유익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라”고 말한 사건도 재조명됐다. 천안 모 초등학교 교감 C씨는 2015년 10~12월 당시 초등학생이던 피해자에게 학교폭력 피해 상담을 해준다며 수십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항소심 모두 “피해자의 진술과 검찰 측 증거의 신빙성이 낮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29일 대전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왜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느냐”, “겨울방학 시작 전까지 피해를 당했는데 개학하고 학교를 갈 생각이 났느냐”는 등 ‘피해자다움’을 따지는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고 당일 “이번 사건이 피고인의 교직 생활에 아무쪼록 유익한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말해 비난받았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부분 음성 녹취를 공개하며 “피고인·피해자 등 모두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판이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광태 대전고등법원장은 “피해자의 아픔 등 여러 정황을 좀 더 세심하게 배려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한편, 전주혜 의원이 김 의원에게 “재판장 허가 없이 법정 내 녹취는 불가능한데, 그런 자료를 국감장에서 공개한 것은 국민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하자, 김 의원은 “판사가 필요할 때에만 녹취를 허가하는 것은 재판 공개라는 대원칙에 맞지 않는다. 제가 공개한 녹취 내용은 이미 언론 공개된 내용이고, 국감장에서 녹취를 틀었다고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국감장에서 자료 제시 관련 특별한 규정은 없으나, 의원들께서 법적 문제가 없는지 좀 더 주의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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