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CDC "식기 포장으로 전염 확률 낮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서 일회용기에 제공된 음료들
코로나19 확산 속 급증한 플라스틱 폐기물
환경 생각하며 감염 막을 방법 생각해야

조화하다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사진=본인제공
조화하다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사진=본인제공

 

코로나19가 일상을 바꿨다. 외출 때면 핸드폰 만큼 꼭 챙기게 된 마스크, 어딜 가나 비치된 손세정제, 공간의 밀집도를 줄이기 위한 재택근무 그리고 비대면 시대로 늘어난 일회용품들. 

재택근무로 사무실이 되어버린 작은 원룸의 답답함, 풀리지 않는 업무 스트레스는 달달한 커피를 부른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는 늘어나지만, 그렇다고 카페에서 일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결국 진척 없는 업무에 지친 나는 텀블러를 들고 카페에 간다. 테이크 아웃 커피 한 잔이 절실한 시간이다. 그런데 텀블러가 거절당했다. 이유는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이란다. 오랜만에 불어넣은 콧바람에 흥이 차올랐는데 한순간 김이 새 버린다. 한때 한정판 텀블러로 사람들을 밤새 줄 서게 만들던 프랜차이즈에서 이제는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주지도 않겠다 한다. 배신감마저 든다. 일회용 컵에만 커피를 담아주겠지만 이왕 가져왔으니 텀블러 할인은 해주겠다는 직원의 아이러니한 말은 내 서운함을 달래주지 못한다. 결국 커피를 포기하지 못하고 일회용 컵 한 잔에 허탈함 한 스푼 추가해 나만의 사무실로 돌아온다. 일회용 컵을 보고 있으니 죄책감에 고민은 더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식품 포장과 식기 접촉이 감염 확률을 높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보름간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일회용 용기에만 음료를 담아주었다.
이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일회용 쓰레기가 나왔을까? ⓒ조화하다

 

정말 텀블러(다회용 컵 또는 개인 컵)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보다 코로나19 감염에 더욱 취약할까? 미국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공식 웹페이지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식품 포장이나 식기 접촉을 통해 쉽게 전파되지 않는다’고 밝혔고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음식물 섭취나 식품 포장지를 통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파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6월 22일, 전 세계 공중보건 및 식품 안전 분야의 과학자, 의사 등 전문가 115명은 ‘코로나 시대에도 다회용품 사용은 안전하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원문 : www.greenpeace.org/international/story/43758/health-experts-safety-reusables-covid19-plastics/)

공신력 있는 기관과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기업에는 아직 전해지지 않은 것일까? 텀블러를 거부하는 카페의 운영방침은 이해하기 어렵다. 2018년 8월 이후 프랜차이즈 카페 내에서는 일회용 컵 사용이 더 이상 불가능해졌는데. 코로나19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여성환경연대가 서울 시내 16개구 소재 커피 전문점 68곳을 모니터링 한 결과, 절반 이상의 매장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었고 무려 67곳에서 일회용 빨대를 제공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컵과 빨대를 제외하고도 다른 종류의 일회용품을 무려 12종류나 더 사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인 15일간에는 오직 테이크아웃만 가능했다.

500년 동안 썩지 않는다는 플라스틱 컵이 이 기간 동안 얼마나 쏟아져 나왔을까.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의 비닐과 플라스틱 폐기물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1%, 15.2%씩 증가했다고 한다. 이렇게 살다가는 코로나19가 끝난다 해도 쓰레기 산에 가려진 우리의 미래가 어둡다. 이제 ‘일회용품이 곧 위생’이라는 이상한 공식에서 빨리 나와야 한다. 비말 전파되는 바이러스를 걱정한다고 일회용 컵을 쓰는 것은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깨끗하게 지키는 것도 공중보건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마크 밀러(미국국립보건원) 박사의 말에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나는 텀블러를 받아주는 카페를 골라서 찾아간다. 바로 이 맛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