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의원 “삼성전자 임원 기자출입증으로 의원실 방문” 폭로
삼성전자 거듭 사과 “명백히 잘못된 일… 해당 임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해 류호정 의원의 삼성전자 부사장 증인 채택 무산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해 류호정 의원의 삼성전자 부사장 증인 채택 무산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국감 스타’로 떠올렸다. 국회에 원피스를 입고 등원해 ‘50대 남성’ 중심의 국회 문화에 균열을 낸 류 의원은 이번에는 삼성전자 간부가 언론사 기자 출입증으로 의원회관을 드나든 사실을 폭로하며 또 한 번 국회 내 구태를 고발했다.  

삼성전자 임원이 생선가게 주소지 둔 인터넷 언론사 기자?

류 의원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부사장 국감 증인 신청 후 삼성전자 간부가 의원실에 많이 찾아왔다”며 “출입 경위를 알아보니 한 언론사 기자 출입증을 가지고 들어왔다”고 폭로했다.

앞서 류 의원은 삼성전자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관련 민원을 접수받고 삼성전자 부사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 외부인이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하려면 해당 의원실의 확인이 필요한데도 해당 임원의 경우, 이런 확인 절차 없이 수시로 찾아왔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류 의원이 출입 경위를 알아보니 한 언론 매체 기자 출입증을 갖고 드나든 사실이 드러났다.

류 의원이 지목한 삼성전자 간부는 2016년 한 온라인 언론사 기자라고 국회에 등록해 출입증을 받았다. 그가 등록한 언론사 주소는 ‘생선가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사무처는 “(문제의 온라인 언론사가) 설립 당시 형식적인 요건을 갖췄는지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에 확인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은 8일 입장문을 내고 “삼성전자 간부가 국회 출입기자증 발급제도를 악용한 행위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 진상 규명에 따라 필요한 경우 법적 조처도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는 입장문을 통해 “해당 임원은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며 “삼성전자 임원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국회를 출입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해당 임원은 바로 퇴사했다.

중소기업 기술탈취 의혹 제기 "말장난 하지 마세요"

류 의원은 다음 날인 8일 중소기업벤처부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의 기술탈취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류 의원이 증인으로 신청한 부사장은 증인신청이 철회되고 이종민 상생협력센터 상무이 대신 자리했다.

류 의원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기부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액정에 보호필름을 부착하는 제품을 개발한 중소기업의 기술을 가로채 다른 협력업체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류 의원은 "액정 필름을 쉽고 빠르고 완벽하게 부착하는 기술을 A업체가 개발해 특허를 딴 뒤 삼성전자에 협력했다"며 "그런데 삼성이 타 협력업체인 B업체에 줘서 납품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종민 상무는 "해당 제품은 저희가 서비스센터에서 쓰려고 직접 만들었고 그걸 B업체에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류 의원은 이 상무의 주장을 일축하며 "삼성이 자체 개발한 제품은 필름을 자외선으로 붙이지만 A업체가 특허를 받아 납품했던 기술은 '롤러로 미는 방식'이라 다르다"면서 관련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는 발명권자가 “(삼성관계자) 샘플도 줬느냐”는 질문에, B업체 측이 “(삼성전자가) 당연히 줬다. 롤러, 키트 다 받아서 실측한 것”이라고 답한 내용이 담겨있다.

녹취를 들은 이 상무는 "롤러를 제공한 적은 있다"고 일부 시인하면서도 기술 탈취는 부인했다.

그러자 류 의원은 "말장난하지 마라. 그게 기술탈취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류 의원은 질의를 마치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등에게 중소기업이 부당한 대우에도 거래 축소·단절을 우려해 방어에 나서지 못하는 현실 개선을 위한 대책을 당부했다. 박 장관은 "착잡하다"고 답했다. 

"양복 넥타이로 세운 국회 권위, 어떻게 무너지는지 배웠다"

류호정 의원은 8일 의원총회에서 “부사장이든, 상무든 국민의 눈엔 그저 삼성전자의 임원이다. 고작 증언대에 높은 분 세우지 않게 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사람이 동원되는 것을 눈으로 봤다”며 “국회로 무리하게 사람을 보내는데 기자출입증이 필요했다면, 교섭단체 간사를 어르고 달래는 데는 무엇이 필요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양복과 넥타이로 세운 국회의 권위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배웠다. 재벌 대기업의 눈에 보이는 국회가 어떤 모습일지 식은땀이 날 정도로 부끄럽다”며 “낡은 것에 물들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