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고발 후 동덕여대 교수직 직위해제...최근 정년퇴직
성폭력대책위 “동덕여대, 징계와 피해 지원방안 이제라도 내놓아야”

제자 강제추행 혐의를 받아온 하일지(본명 임종주) 전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2018년 3월 19일 분노한 재학생 시위대에 둘러싸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당시 하 전 교수의 안희정 전 지사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미투 운동에 대한 비하 발언 및 성추행 의혹에 대해 수업 거부, 대자보 부착 등에 나섰다. ⓒ뉴시스·여성신문
제자 강제추행 혐의를 받아온 하일지(본명 임종주) 전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2018년 3월 19일 분노한 재학생 시위대에 둘러싸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당시 하 전 교수의 안희정 전 지사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미투 운동에 대한 비하 발언 및 성추행 의혹에 대해 수업 거부, 대자보 부착 등에 나섰다. ⓒ뉴시스·여성신문

‘미투(#MeToo) 운동’ 비하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후,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은 하일지(본명 임종주) 전 동덕여대 교수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피해자의 고발로 추행 사건이 알려진 지 2년 반 만이다.

8일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미경 판사는 하 전 교수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3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하 전 교수는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시절이던 2015년 12월 10일 학부생 A씨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 전 교수 측은 “추행할 의도는 없었으며, 입맞춤은 교수가 제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애정표현이었다”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피해자가 사건 후 ‘이성적 마음이 없던 것은 아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며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작가이자 교수님으로서 존경하고 제자로서 피고인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과, 성추행 피해자로서 가해자를 원망하는 마음은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며 “이메일 내용을 보고 피해자가 이성적 감정을 가지고 입맞춤을 허락했다고 추단할 수 없으며,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범행 이후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이메일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등 정황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 전 교수는 지난 2018년 3월 강의 중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폭로한 이유는 질투심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미투 운동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같은 달 “하 전 교수가 강제추행했다”는 피해자의 고발이 나오자, 하 전 교수는 피해자를 명예훼손과 협박 등 혐의로 고소했지만 ‘무혐의’ 결론이 나왔다.

하 전 교수의 선고 기일은 본래 지난 9월 17일이었으나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오늘(8일)로 연기됐다. 앞서 지난 8월 14일 열린 마지막 공판에서 검찰은 하 전 교수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한편 성추행 고발 이후 직위해제됐던 하 전 교수는 올해 9월 1일자로 동덕여대에서 정년퇴직했다. ‘동덕여대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는 “동덕여대는 하 전 교수를 직위해제하고 성희롱·성폭력 규정을 개정한 것 이외에 별도의 징계 및 피해자 권리를 위한 지원을 하고 있지 않다”며 “1심 선고 이후 다시금 하 전 교수 강제추행 건에 대한 징계와 피해 학우 및 학내 구성원을 위한 성희롱 성폭력 해결, 지원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난달 24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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