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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소녀 가장 심한 건 외모 강박관념

소녀들이 겪는 격심한 불안 효과적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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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소녀가 자신의 학교생활을 토대로 쓴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 <열세 살> (원제 Thirteen)이 미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 마약과 섹스의 유혹이 너무나도 가까이 도사리고 있는 미국, 특히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10대들의 고민과 생활이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반항적이 되어가는 사춘기 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갑자기 태도가 바뀐 딸을 대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영화 속 어머니에게서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10대 소녀들은 주인공 소녀들에게 들이닥치는 문제와 고민, 그리고 학교생활이 너무나 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열세 살>은 수줍음타고 순진한 중학교 2학년생 트레이시 (이반 레이철 우드)가 모범생에서 마약, 섹스와 피어싱 등에 빠지면서 학교 생활이 엉망이 되어 가는 변화를 쫓아간다. 아버지와 헤어진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트레이시는 엄마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잘 하는 착한 소녀였지만 엄마가 알코올중독 치료센터에서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지자 반항하기 시작한다. 마침 학교에서 대담한 패션과 행동으로 인기를 모으는 이비(니키 리드)와 친해지면서 트레이시는 혀와 배꼽에 구멍을 뚫는 등 요즘 10대들에게 유행하는 피어싱은 물론, 마약과 섹스에 빠지게 되고, 점점 더 엄마(홀리 헌터)와의 사이는 멀어지게 된다.

<열세 살>은 오랫동안 할리우드 영화의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일해온 캐더린 하드윅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로저 코먼의 작품 같은 저예산 영화에서부터 톰 크루즈 주연의 대작 <바닐라 스카이>에 이르기까지 20여 편의 영화를 만든 하드윅은 감독데뷔를 생각하고 있던 중 우연히 <열세 살>의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 이 아이디어를 준 사람은 영화에서 주인공 트레이시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이비로 출연하기도 한 니키 리드. 두 사람은 니키가 열세 살이었던 지난 2001년 함께 시나리오를 썼다.

하드윅이 니키를 알게 된 건 니키의 아버지와 4년 동안 사귀었기 때문. 사귀는 동안 아이들과 정이 든 하드윅은 두 사람이 헤어지고 나서는 미용사인 니키의 친엄마한테서 머리를 하면서 계속 니키와 관계를 유지해나갔다. 그러다가 어느 날 니키가 갑자기 변했음을 느끼게 됐다는 것. 웃지도 않고 엄마, 가족과 자기 자신에 대해서까지 불만으로 가득차고 반항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드윅이 가장 놀랬던 점 중의 하나는 니키가 자신의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점이었다. 니키가 매일 새벽 4시반에 일어나 머리를 만지고 화장을 하고 패션쇼를 하듯 옷을 골라 입었기 때문이다. 하드윅은 니키와 함께 연극도 보고 미술관도 가고 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었고, 함께 학교생활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쓰자는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올해 열다섯 살이 된 니키 역시 한 인터뷰에서 열세 살의 삶에 가장 파괴적인 것은 어른들이 염려하듯 마약, 섹스, 이런 것들이 아니고 오히려 소녀들이 자기의 외모에 대해 지니는 강박관념이라고 지적했다. 자신 역시 중학교 2학년 때는 새벽 4시반에 일어나 집으로 찾아온 단짝 친구와 함께 3시간 동안 머리를 만지고 화장을 한 후 학교에 갔고, 학교에서 돌아오고 나선 곧바로 다음날 무엇을 입고 갈 것인지를 상의하는 일로 하루를 보내곤 했기 때문이다.

“나의 패션 일정을 적은 캘린더를 지니고 다녔다. 하루하루 머리 모양을 어떻게 하고 옷을 뭘 입을 것이며 등등. 같은 옷을 두 번 입지 않으려 했다”는 그녀는 등에 메고 다니는 백팩이 너무나 촌스러웠기 때문에 작은 지갑 같은 가방만 달랑 메고 다녔다. 거기에는 연필 한 자루, 볼펜 한 자루, 종이 서너 장 들어갈 여유밖에 없었으므로 당연 성적도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게다가 무지 더운 날에도 체육시간에 긴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운동장에 나갔다. 자신의 다리가 너무 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니키는 영화에서 보듯 글래머 미인이다) 니키는 다행히 시나리오를 쓰는 창조적인 작업을 하면서 질풍노도의 반항기를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었고 지금은 올A의 모범학생이다. 물론 영화가 100% 그녀의 체험을 다룬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학교생활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정직하게 반영된 것이다.

영화에 대한 비평가들의 평이 좋고, 또 부모세대와 10대 소녀들에게 큰 반응을 얻어내면서 니키는 많은 어른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지 충고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하지만 그녀는 좋은 부모가 되는 공식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자녀들이 “부모와 같이 하고 싶어하는 순간들을 소중하게 여겨주고, 또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순간들도 똑같이 소중하게 생각해달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부모들이 자신들의 10대 시절을 떠올려볼 것을 권한다. 누구나 10대가 되면 교우관계, 부모와의 관계, 또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망정 반항기를 겪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요즘 10대들에게 차이가 있다면 마약과 무분별한 섹스의 유혹이 너무나 가까이 있기 때문에 자칫 한 때의 반항이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라는 것.

갈수록 영화 제작비를 조달하기 어려워지는 현실 앞에서 캐더린 하드윅은 디지털 카메라로 찍을 수 있는 저예산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 첫장면과 끝장면을 제외한 모든 장면을 핸드헬드로 찍어 주인공 소녀들이 겪는 격심한 불안과 흔들림을 스크린 위에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열세 살>은 지난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우수 드라마부문 감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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