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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멘토링시스템을 통해 여성들과 새로운 관계(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한다.▶

여성들의 멘토링과 경력개발에 대해 연구한 논문이 최초로 발표돼 화제다. 이번 논문은 또한 앞으로 여성경력개발의 과제를 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번 호에는 논문 필자를 통해 여성경력개발에 있어 멘토링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직접 들어본다.

<편집자 주>

멘토링 경험한 여성 백이면 백 모두 자신감 향상돼

여성간의 관계, 역할 모델 제시와 심리적 지지 중요

인간의 삶은 여성과 남성의 어울림으로 이루어졌고, 노동 역시 삶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제공해주는 요인이다. 남성들이 설명하는 역사와 사회 속에서 여성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삶 속에서 노동을 실현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에서 여성에게 노동은 단지 빈곤 여성의 생계유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거나 상류층이나 배운 여성들의 자아실현의 도구로밖에 설명되지 못한다.

여성에게 직업적 필요성은 여성의 자립을 위한 기본적 요인일 뿐 아니라 생계유지를 위한 실질적 필요와 동시에 긍정적 정체성 수립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여태까지 경력은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고, 경력개발 역시 남성의 몫이었다. 기업에서 진행하고 있는 경력개발제도나 경력(경력개발)에 관한 연구에서 경력개발의 주체나 대상을 항상 남성으로 상정하고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여성과 남성에 대한 차별적인 사회화 과정은 여성을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게 하는 데 부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여성적인 역할이라고 한정된 역할 기대를 받아왔기 때문에 같은 학교교육을 거쳤다하더라도 경력개발에 대해서 남성과는 다른 지점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여성들의 구직이나 구직을 위한 네트워크 형성에 있어서의 소극성이나 추상적인 직업의식 등에 대해 여성적 특성이나 한계 또는 열등성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여성이 어떻다는 현상적 특성만을 밝히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여성들이 왜 그러한 특성을 나타내게 되었는가 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동시에 그렇다면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가하는 점 역시 간과되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경력을 위해서 다양한 정보의 획득과 네트워크의 형성 등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2002년 여성부 위민넷 사이버멘토링 참여자들의 경우 역시 다르지 않았다. 경력개발을 위해 멘토링에 참여한 여성들에게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다양한 정보의 제공과 네트워크의 형성, 구체적인 취업정보와 방법이었다. 그러나 약 7개월 간의 멘토링을 경험한 여성들이 멘토링의 효과로 꼽은 것은 심리적 지원, 역할 모델 제공 등을 통한 자신감의 향상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초기와 다른 이러한 결과에 대단히 만족하는 경향을 보였다.

2002년 여성부 위민넷 사이버멘토링을 통해 경력개발에서 여성의 자신감에 대해 내린 몇 가지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에 대한 사회적 역할기대가 여성과 기업이나 조직 등 사회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여성이 가정과 직장이라는 이중부담에 시달린다. 여성은 자신감을 상실하고 경력개발의식과 태도에서 적극성을 가지지 못하며, 경력개발의 연속성에 문제가 나타난다. 결국 여성 경력개발의 출발점이자 필수조건은 자신감의 회복이고 이를 위해서는 여성 간의 관계맺기를 통한 역할모델 제시와 심리적 지지 기반이 제공되어야 한다.

둘째, 여성들은 멘토링시스템을 통해 여성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한다. 멘토링을 통해 여성들은 여성에 대한 신뢰를 쌓고, 역할모델을 제공받으며 서로에게 심리적인 지원세력이 되어주면서 경력개발에 있어 동기 부여되었다. 결국 여성들은 자신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는 것과 새로운 여성 네트워크를 구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셋째, 여성들은 경력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감의 회복이며 그것이 여성경력개발의 자원이라는 것을 인식한다. 멘티는 멘티이면서 동시에 멘토이고, 멘토는 멘토이자 멘티이다. 여성들은 자아 성찰적 멘토링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부로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경험을 한다. 여성은 서로에게 지지기반임을 확인하면서 여성연대의 필요성과 세력화를 도모한다.

넷째, 멘토링시스템이 진정한 의미의 여성경력개발지원체계로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여성경력개발의 출발점이 자신감의 회복이라는 전제에 따른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들에게는 '여성 간 조직적인 사이버멘토링'이라는 형식이 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경력개발에 대한 관심은 여성 세력화의 필요성과 방안을 제시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한다는 의의를 가진다. 이것이 실질적인 여성경력개발과 여성의 긍정적 자기정체성 수립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멘토링시스템을 구성하는 데 몇 가지 보완책이 필요하다.

그 첫째가 여성의 정체성과 경력개발의식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있는 청소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본격적인 멘토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로써 여학생들의 경력개발의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자신감 상실을 방지하며, 여성들 간의 연대에 대한 가능성을 일찍부터 인식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육아나 교육의 사회화와 사회적 자원의 배분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유용한 방안이 될 것이다.

둘째, 다양한 계층과 지위의 여성에 대한 다각적인 멘토링시스템 확대가 요구된다.

셋째, 경력개발지원체계로서 멘토링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대상과 목적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며, 특히 재정의 확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우리나라에서 아직 멘토링에 대한 의식이 보편화되지 못했으므로 멘토링시스템을 운영하는 운영자에 대한 관리와 교육이 필수적이며,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리엔테이션과 중간점검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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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여성학과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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