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등의 시선] 스가씨가 모치즈키 기자를 대하는 법
[나일등의 시선] 스가씨가 모치즈키 기자를 대하는 법
  • 나일등 사회학자
  • 승인 2020.10.07 10:50
  • 수정 2020-10-07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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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문기자'의 심은경(오른쪽). ⓒ더쿱
영화 ‘신문기자’ ⓒ더쿱

 

올해 3월 제43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심은경씨가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신문기자’. 일본 정계의 비리와 진실을 좇는 신문기자의 분투를 그린 드라마다. 영화의 원안은 도쿄신문 사회부 기자 모치즈키 이소코(望月衣塑子)가 쓴 『신문기자』라는 책이다. 영화와 이름이 같지만 내용은 많이 다르다. 책에는 모치즈키가 기자로서 현재의 위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관방장관 정례기자회견에서 질문을 퍼부어 유명세를 치르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비판의 초점도 영화와는 약간 다르다. 영화에서는 음모론을 다루고 있지만, 책에서는 보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책과 내용이 비슷한 것은 다큐멘터리 ‘i—신문기자 다큐멘터리’ 쪽이다. 영화를 제작한 프로듀서가 영화와 거의 같은 시기에 제작해 공개한 이 다큐멘터리는 아베 정권하에서 일본의 저널리즘이 처한 현실을 고발하는 것이 중심 주제다. 주인공은 모치즈키 기자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얼마 전 신임 총리로 취임한 그 스가다. 무대는 관방장관 정례기자회견장. 아, 그리고 조연으로 우에무라 히데키(上村秀紀) 관저보도실장도 등장한다.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대립 구도는 대략 다음과 같다.

2018년. 도쿄신문 모치즈키 기자는 모리토모 학원 문제(국유지 매각과 공문서 조작 사건 및 아베 총리 부부의 영향 의혹), 가케 학원 문제(아베 총리의 지인에 대한 수의학부 신설 특혜 의혹), 그리고 이토 시오리 성폭력 사건(가해자 체포 직전 경시청 형사부장이 체포중지를 명령했다고 한다)을 계기로 관방장관 정례기자회견에 나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폐쇄적인 구조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돌아가는 정례기자회견에서 사전 통보도 없이 정부의 비리 의혹을 추궁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관례를 깨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러자 기자회견의 사회를 담당하는 우에무라 보도실장이 나서 모치즈키가 질문을 던질 때마다 “질문은 짧게 부탁드립니다”, “질문을 말씀하세요”라는 말로 그녀를 견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급기야 ‘특정 기자의 문제 행동’에 관한 공문서를 내각 기자회실에 게시하기에 이른다.

<…도쿄신문의 해당 기자에 의한 여러 차례의 문제 행위에 관하여 총리관저 및 내각홍보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귀 기자회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특정 기자를 배제하는 압력을 가했다는 비판이 언론과 정계에서 일었다. 그리고 모치즈키는 스가에게 이 문제를 정면으로 들이민다. “기자회견은 정부를 위한 것도 미디어를 위한 것도 아닌, 국민의 알 권리에 대답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관방장관은 이 기자 회견장이 대체 무엇을 위한 장소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스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 질문에는 대답할 필요가 없습니다.”

감독은 결말에서 약간의 분석을 내리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묘사에 중점을 두고 무난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다만 중심 주제와 병렬하여 감독이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자격으로 기자회견에 참가하고자 분투하는 모습도 그리고 있는데, 이 부분은 빼도 좋지 않았나 싶다. 차라리 페미니즘 관점으로 조명하는 내용을 넣으면 어땠을까. 예를 들어, 본편에서는 일부만 인용하고 있지만, 도쿄신문 사회부 가시와자키 도모코(柏崎智子) 기자는 다음과 같이 중요한 말을 한 적이 있다.

“관저의 태도를 보면서 느낀 점은, 뭐랄까, 면전에서 가정폭력을 저지르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모치즈키 씨를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곳에 있는 모든 기자에게 같은 심리적 외상을 입히는 것이에요. 가정폭력의 본질은 지배예요. 그런데 지배를 당하고 있는지 어떤지는 그 자리에서는 느끼기 힘들죠. 그곳에 흐르는 무거운 분위기를 통해 조금씩 자유를 빼앗는 것이에요. 저는 이런 가정폭력과 같은 수법을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영화적 묘사가 가지는 강점을 살려서, 분위기 조성을 통해 가족 구성원을 길들이는 가부장의 모습을 정성스럽게 묘사한 뒤, 스가가 모치즈키를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를 더 실감 나게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필자 나일등 :&nbsp; 일본 도쿄대학 사회학 박사로 센슈대학 사회학과 겸임 강사로 강단에 서고 있다. <br>『사회 조사의 데이터 클리닝』(2019)을 펴냈으며, 역서로는 『워킹 푸어』(2009),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2012)가 있다.
*필자 나일등 :&nbsp; 일본 도쿄대학 사회학 박사로 센슈대학 사회학과 겸임 강사로 강단에 서고 있다.  『사회 조사의 데이터 클리닝』(2019)을 펴냈으며, 역서로는 『워킹 푸어』(2009),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2012)가 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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