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지난달 하이데라바드에서 한 수의사가 성폭행당한 후 살해된 것에 대해 분노한 시민들이 정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인도를 강간 국가로 만들지 말라""범인을 사형시켜라" 등의 문구가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하이데라바드에서 4명의 남성이 27세의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살해한 후 증거인멸을 위해 시신을 불에 태운 사건이 일어났었다. 2019.12.03. ⓒ여성신문·뉴시스
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지난달 하이데라바드에서 한 수의사가 성폭행당한 후 살해된 것에 대해 분노한 시민들이 정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인도를 강간 국가로 만들지 말라""범인을 사형시켜라" 등의 문구가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하이데라바드에서 4명의 남성이 27세의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살해한 후 증거인멸을 위해 시신을 불에 태운 사건이 일어났었다. 2019.12.03. ⓒ여성신문·뉴시스

인도에서 최하층민인 달리트(불가촉천민) 계급 소녀가 상위 계급 남성 4명에게 잔혹하게 강간·폭행당한 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이달 14일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달리트 계급 19세 소녀가 집 근처 들판에서 남성 4명에게 성폭행·폭행당한 뒤 피투성이 상태로 발견됐다.

피해 소녀는 스카프로 목이 졸리고, 혀가 잘리는 등 심각한 수준의 폭행을 당했다. 또한 목과 척추를 다쳐 신체가 마비되는 등 위중한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29일 오전 숨졌다.

유족들은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 가해자들을 반드시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가해 남성 4명을 강간, 살인, 카스트 차별 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해 수사 중이다. 이들은 모두 상위계급 소속이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브라만(성직자), 크샤트리아(군인), 바이샤(평민), 수드라(천민), 달리트로 크게 구분되는 힌두 카스트 기준에 지역과 직업, 성(姓) 등에 따라 수천 개의 세부 카스트 구분이 존재한다.

카스트에 따른 차별을 1955년 법률로 금지했지만, 하층민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달리트는 학교나 성전에 들어갈 수 없고, 오물 수거 등 다른 계층이 꺼리는 일을 해야 한다.

달리트 소녀가 사망한 소식이 전해지자 병원 앞에 ‘달리트의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여성 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시민 수백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 달리트 운동가 찬드라 셰카르 아자드는 “우리는 더는 이런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정의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 의원 프리양카 간디가 트위터에 “여성에 대한 보호가 거의 없다. 범죄자들은 공공연히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의 글을 올리는 등 규탄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편 인도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에만 3만4천건의 강간 사건이 보고됐다. 다만 여성들이 두려움 때문에 피해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기에 통계 수치는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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