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친형 이래진씨 “무슨 근거로 월북으로 몰아가냐” 분통
김복단 변호사 "명예훼손 우려…언론의 알 권리 측면에서 범죄 성립 힘들어"

 

사진=북한군 피격으로 숨진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 페이스북.

 

연평도 해상에서 북한군에게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개인사를 정부와 언론이 공개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진상규명도 되기 전에 숨진 공무원의 이혼, 월급 가압류, 빚 등 개인사를 드러내 고인과 유가족의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47)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장 냉정하고 공정성을 가져야 할 기관이 진실보다 국가관, 안보관보다 자기들의 면피를 위해 국가의 자산을 멋대로 함부로 이용한다면 국민들은 누구를 믿어야 할까요?”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투철한 안보와 국가관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을 국민의 한 사람을 무자비하게 몰아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지난 25일에도 페이스북에 “지금 진실은 월북 가정사 금전적인 문제가 진실이 아니다”라며 “무슨 근거로 월북이라는 용어를 근거로 내세우며 몰아가는지? 당시 조류 방향은 제가 직접 수색 당시 체크해본 바로 강화도 방향이었으며 월북하려 했다면 공무원증이 왜 배에 있었을까요? 돈 없으면 가정사가 있다면 다 월북해야 합니까? 빚이 있으면 나쁜 놈입니까?”라고 호소했다. 

이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설이 있다. 인터넷 도박을 했다, 가족 관계가 이상하다, 채무가 있다 등 뭔가를 덮기 위한 뉘앙스”라며 “동생이 가정불화, 이혼한 사실 맞지만... 아직 완전하게 이혼 되지 않은 숙려기간이다. 하지만 다른 것들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생이 실종 후 표류했을 거다. 부유물을 잡고 움직였을 때 왜 군은 관측을 못 했는지, 반실신 상태의 동생에게 총을 겨누는 광경을 보고도 왜 우리 군은 경고 방송이나 어떤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알고 싶다”고 강조했다. 쉽게 말해 군이 경계 실패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월북을 부각하고 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이혼 여부나 개인 채무 관계가 중요한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군은 24일 언론 브리핑에서 공무원 A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군에 따르면, 첩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사용했으며 어업지도선에서 이탈할 때 본인 신발을 유기한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식별된 점 등을 월북 시도로 판단한 근거로 내세웠다. 정부가 월북으로 A씨를 판단한 근거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는 동시에 언론이 A씨의 부채 상태와 부부관계 등을 보도했다.

언론이 A씨 동료들의 인터뷰를 보도하며 '월북설'에 기름을 부었다. 언론에 따르면 서해어업단 직원들은 최근 A씨가 4개월 전 이혼했으며 동료 직원들한테 돈을 빌렸고 파산 신청을 고려했다고 했다. 이들은 동료들로부터 빌린 돈이 2000만원에 달하며 법원에 가압류 신청을 했다고 전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27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4개월 전 이혼한 사람은 월급 가압류된 사람은, 사채 쓴 사람은, 빚 많은 사람은, 월북한 사람은 총 맞아 죽어도 되나”라며 “빚, 이혼, 가압류, 이런 것들로 사망한 사람의 사생활을 함부로 해체하지 말자. 무장하지 않은 사람, 바다에서 표류하는 사람을 총으로 사살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죽은 이의 사생활에 대한 기사들이 너무 불편하고 또 불편하다” “생명 존중은 어디에 있나”라고 비판했다.

김복단 변호사(종합법률사무소 대정)는 '피격 공무원의 사생활 노출'과 관련해 “숨진 공무원에 대한 명예훼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아직 월북 여부가 명백히 밝혀진 게 없어 언론의 알 권리(공공의이익) 측면에서 범죄가 성립되기 힘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1일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피격 당해 숨진 목포 소재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8급) A씨는 22일 오후 3시 40분쯤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군의 피격으로 숨졌다. 북한이 이씨를 최초 발견하고 총격하기까지 6시간 정도 있었고 군이 파악하고 있었지만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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