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간호조무사 임금·근로조건 실태조사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전국 지부별 깃발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조무사 차별 철폐·법정단체 인정 촉구 전국 간호조무사 결의대회에 입장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지난해 11월 3일 간호조무사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간호조무사 10명 중 6명이 최저임금을 받거나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경력기간이나 장기근속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도 변하지 않아 문제적이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회장 홍옥녀, 이하 간무협)는 국회 정무위원회 배진교 의원실(정의당), 보건복지위원회 강병원 의원실(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의원실(더불어민주당)과 공동으로 실시한 ‘2020년 간호조무사 임금·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4월 11일부터 4월 19일까지 모바일 설문조사를 실시해 분석이 이뤄졌다. 전국 17개 시도의 보건의료기관, 장기요양기관,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4252명이 참여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중 최저임금을 받거나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비율은 61.9%로 집계됐다. 10년 이상 경력자 48.5%가 최저임금 이하를 지급받고 있으며, 10년 이상 근속자의 39.8%가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응답자 43.3%가 상여금 및 복리후생비나 휴게시간 증가 등 실질임금이 오히려 삭감되는 불이익을 경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간호조무사의 근무여건도 열악했다. 주당 평균근로시간은 44.1시간이었고, 간호조무사 10명 중 3명(29.9%)은 주6일 이상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원(63.1%), 4인 이하(64.8%)의 경우에는 6일 이상 근무하는 간호조무사가 전체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조사를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에 대해서는 응답자 42.3%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

피해 경험 응답자들은 인격무시(34.0%)를 가장 많이 받았고 △격무 및 허드렛일 지시(17.7%) △폭언(16.6%) △따돌림(12.5%) △사적 심부름 지시(10.7%)순이었다.

특히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은 간호조무사의 직정 선택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35.4%의 간호조무사가 임금을 직장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으며 △근로시간(24.0%) △인간적 대우(19.0%) △승진 및 경력 인정(10.2%) △휴가(5.5%)순으로 응답했다.

이 같이 간호조무사의 열악한 근로환경의 영향으로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7.7%가 간호조무사의 권익향상을 위해 노조 설립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전체 응답자의 62.4%는 노조에 가입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밝혔다.

실제로 노조가 있는 직장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가 그렇지 못한 경우를 비교했을 때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 휴가사용일수는 4.0일 더 많은 11.5일을 사용했다. 연봉총액은 865만원(36.4%) 더 많은 3244만원으로 노조가 있을 경우 근로조건이 더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홍옥녀 회장은 “코로나19와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간호조무사는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환자의 곁에서 간호를 하고 있다”며 “환자를 위한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간호조무사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오는 11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간호조무사 근로조건과 노동환경,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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