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벌고 잘 놀고, 두마리 토끼 어떻게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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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제 시대 이렇게 바뀐다

일하는 시간 줄어든다(주44시간에서 주40시간으로)

월차휴가 없어지고 연월차휴가 통합된다(근무년수 따라 15일-25일)

휴가 사용 안해도 돈으로 돌려받지 못한다

생리휴가 못쓴다(쓸 때는 무급으로)

공휴일 줄어든다(현행 17일에서 13일로)

초과 근로시간 상한선이 높아진다(주12시간에서 주16시간으로)

주5일시대가 시작됐다. 주5일제가 삶의 패턴을 바꿀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뀐다는 것일까. 주5일시대에 달라지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여성들의 전략은 무엇인가?

일 관리 業테크

여성중심 기업문화로 생산성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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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 이재원 수석연구원은 “주5일제의 성공적 정착에 필요한 최우선 과제는 생산성 향상”이라고 지적한다. 기업은 근로자 시간관리를 선진국형으로 전환하는 기업혁신 노력이 필수라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혁신이란 한마디로 적은 인력을 통해 최대한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재관리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다. 정규직의 인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외부 비정규직 인원을 활용하면서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도 이어질 것이다. 이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줄어든 시간 만큼 노동강도가 높아진다. 기존의 남성 중심적인 기업문화 속에서 남성들이 네트워크를 만들고 일을 진행하는 데에 술자리 회식과 늦은 출근, 낮시간 사우나, 잦은 흡연회동 등은 일상적인 과정이었다. 일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 민간경제연구기관 콘퍼런스 보드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국민 한 사람이 1시간 노동으로 만들어낸 가치)은 미국의 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전략은 근로시간에 대한 철저한 관리로 나타난다. 국내에 있는 외국인 기업들의 경우 출퇴근 시간을 물론이고 외출시간까지 일일이 체크하고 관리된다. 주5일제로 토, 일요일은 쉬되 나머지 근무시간에서의 개인적인 용무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 시스템 속에서 여성들의 경쟁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5일제 이후 여성 일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주5일제 실시로 새로운 일자리 68만개가 새로 창출돼 총 고용이 5.2% 늘어나고 잠재성장률도 5.1%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전반적으로 파트타이머 등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돼 경제활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의미에서 주5일근무제는 탄력근무제, 변동근무제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여가나 문화 관련 산업들의 발전은 여성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돈 관리 財테크

시간 쪼개 투잡스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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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제가 반드시 삶의 질적 향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주5일 근무제는 2차 대전 이후 정착됐으나 시행 이후 오히려 사람들이 더 많은 노동을 함으로써 가족의 위기가 배가되는 사회현상이 나타났다. 주5일 근무제로 인한 여가의 증가로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주5일제의 도입과 함께 노동계와 재계의 갈등 요인 중 하나가 임금보전의 문제였다. 노동시간을 줄인다고 임금이 깎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근로자 임금이 현재보다 2.7%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주5일제 시행에 따른 임금인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는 2.9% 오르고 여자는 생리휴가가 무급화됐기 때문에 2.2% 상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늘어난 여가는 단순히 기존의 임금을 유지하는 수준에서의 지출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 이상의 비용지출이 당연하다. 실제로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선우가 미혼남녀 400여명을 대상으로 주5일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소비규모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결국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주5일제시대에는 이른바 투잡스(two jobs)의 출현이 불가피하다고 예기된다. 실제로 최근 주5일제 이후 전문가들의 조언은 시간을 쪼개 더 많이 일하라고 조언한다.

통계청의 생활시간 조사자료(1985~1999)를 토대로 분석한 직업별 노동시간의 변화를 보면 1990년대 후반 들어 정상 근무 노동자 비중은 계속 줄고, 거꾸로 밤, 새벽, 주말 노동이 뚜렷이 확대되고 있다. 가족 구성원의 노동시간이 혼란스럽게 되면 여가의 질은 자연히 낮아진다.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얻으려는 사람들은 비용을 많이 지출하더라도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의 만족을 얻으려는 여가 아이템을 찾게 된다. 결국 최소한의 임금이 보장되지 않고 여가와 노동의 균형잡힌 배분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가족 생계비, 교육비, 주거비용, 문화비 등을 감당하기 위해 노동시간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가관리 休테크

놀 궁리도 전략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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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간이 남아돈다면 도대체 어떻게 쓸 것인가. 사회복지학자 한혜경 교수(호남대)는 “잘 놀기 위해서는 노는 것에도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배워야 놀 수 있다는 말이다. 주말 내내 주구장창 여행만 다닐 수도 없을 것이며, 문화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심리학자이자 여가학자인 김정운 교수(명지대, <휴테크성공학> 저자)는 “놀이는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잘 놀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과 잘 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른 한편에선 문화적 인프라의 개발도 시급하다고 주장된다. 우리사회는 총체적으로 놀이문화 자체가 부재하기 때문에 놀이문화의 부재 속에서 놀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주로 빠져드는 것이 노름, 알코올, 섹스, 약물이다. 하다 못해 악기를 하나 불거나, 그림을 그리더라도 배워야 할 수 있다.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센터 등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그런 의미에서 제기된다.

우리나라에서 주말에 치중된 휴일도 여가산업 전반에 걸쳐서도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 주말마다 모든 도로는 주차장이 되고 온갖 여가시설은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해진다. 여름 시즌에만 몰려있는 휴가제도 또한 큰 문제다. 대부분 7월 말, 8월 초에 휴가가 몰려 있다. 김 교수는 “이런 휴가제도로는 도저히 우리나라의 한풀이식 여가 문화를 바꿀 수 없다”며 “주5일제에 따른 여가관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든 계절에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변동휴가제에 관한 논의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가정관리 和테크

무조건 함께 아닌 따로 또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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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여성부가 실시한 주5일 근무제 관련 설문에서 응답자 가운데 57.2%가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가족과 함께 보낼 것'이라 답했다. 또한 '주5일 근무제가 가족 간의 관계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9.4%가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그런데 많은 시간을 가족들이 함께 보내는 것이 곧 가정의 화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긴 힘들 듯하다. 맞벌이 주부인 윤한나(36)씨는 그 부분에 회의적이다. 부부가 다 맞벌이 부부인 윤씨 부부에게는 초등학교 3학년 된 딸이 있다. 지난해 이미 두 사람의 회사는 주5일제를 실시했고, 처음 맞는 연휴 몇 번은 여행과 취미활동 등에 대한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막상 주말이 되면 계획대로 시간을 활용하기는 어려웠다. 밀린 집안 일에, 아이 공부 챙겨주기 등의 일과가 너무 많았고, 평소에 그런 일에 무관심했던 남편은 자기 일로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보다는 모처럼 혼자만의 휴식을 취하고자하는 욕구가 서로 강했고, 결국 크고 작은 다툼이 이어지게 되었다.

송호대학 윤소영(37) 교수는 “맞벌이 부부는 서로 사는 방법이 다르다. 주말 여가시간이 하루 더 늘었다고 부인의 가사노동이 줄거나 남편의 참여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가족이 함께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의 전환과 실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부부관리 性테크

짧고 굵게 애정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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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난해 12월 한국가족자원경영학회 주최로 한 '주5일 근무제와 가족자원의 변화 - 실태와 전망' 학술대회에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는 언뜻 봐선 주5일제가 부부관계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듯 보인다.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한 회사의 남편 182명과 아내 182명을 대상으로 가족관계, 가사노동의 변화에 대해 면접 조사한 결과 부부관계가 더 돈독해졌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남편 74.7%, 아내 76.4%로 나타났다. 큰 변화가 없다거나(남편 22%, 아내 19.8%) 갈등이 심해졌다고(남편 3.2%, 아내 3.8%) 응답한 사람들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가족여행이나 자녀와의 놀이, 부부공동의 여가활동 등에서는 30~40% 이상의 응답자들이 이전과 비교해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윤 교수의 지적은 날카롭다.

“실제 변화가 없으면서도 뭔가 가족과 함께 해야겠다는 당위성 때문에 대화시간이 늘었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활동은 부재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과 실질적으로 부부간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무작정 여가시간이 늘어나면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족의 해체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 실제로 여가시간이 늘어나면 이혼율이 증가한다는 통계도 있다. 1994년 독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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