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의혹 사건'
김재련 변호사·지원단체에
'음모론' 주장, 가짜 뉴스,
길거리 욕설, 피해자 추적까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가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박원순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지난 7월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원순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를 두고 ‘민주당 관련 성폭력 사건만 공론화 한다’ ‘박근혜 전 정권에 충성하는 사람이다’ 등 가짜 뉴스가 퍼지고 거리에서 욕설을 퍼붓는 등 공격이 거세다. ‘조국백서’ 공동저자인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피해자에게 직접 나와 증거를 대고 명확한 설명을 하라고 공개서한으로 요구하며 “사건의 실체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주장했다.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에는 “대국민 사과하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정무라인과 비서실 직원들을 일컫는 소위 ‘6층 사람들’은 언론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하며 ‘박원순 성추행 사건’을 없었던 일로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월22일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 적극 나서 피해자 측 주장을 부인했다. 민 전 기획비서관은 피해자가 지난 4월 겪은 비서실 남성 직원에 의한 성폭력 사건 당시 피해자가 서울시 측에 사건을 알리지 않으려 해 사건 처리가 지체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이 근무를 한 2018년 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한 번도 피해자의 피해 호소 등을 들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주명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 원장 전직 비서실장들도 모두 “몰랐다”로 일관 중이다. 

18일 이상호 기자는 인터넷 독립언론매체 ‘고발뉴스’를 통해 “(박근혜 정부 시절)여가부 재직 시절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해바라기센터를 구축한 담당자가 당시 김재련 권익증진국장”이라며 센터를 통해 안 민주당의 성폭력 사건을 선별적으로 공론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안희정 성폭력 사건’ 당시 피해자의 이혼 변호사로 관계를 이어가다 ‘미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박혜영 서울해바라기센터 부소장은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설립됐으며 운영위원들은 사건 개별에 대해 알 수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17일에는 친정부 성향의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는 성추행 피해자를 공개한다며 한 직원이 박 전 시장과 손을 잡고 케이크를 자르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에서 여성 직원이 박 전 시장의 팔을 잡는 모습 등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과연 저 모습을 4년간 지속적 성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라 볼 수 있는가’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해당 영상은 23일 현재 47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 외 8단체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 담당자에게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시민단체 대표자들이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지난 7월 2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재련 변호사는 “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자들은 박 전 시장이 쓴 누명과 실종 직후 고안석 비서실장에 말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뭔지는 절대 대답하지 않는다”며 “지금 양상은 결국에는 유력 정치인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을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중은 수사관이 아니다”라며 “이미 수사기관에 모든 증거를 제출했는데 이를 피해자가 구태여 대중에 보여 입증할 이유는 없다. 다른 형사사건의 피해자도 대중에 증거를 내놓느냐”고 말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성폭력 사건을 진짜 성폭력 사건이 아니라 진영에 의해 생겨난 음모로 보고 실체 없는 사건이라 생각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자 피해자다움을 입증하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유력 정치인 또는 유명인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는 2018년 #미투 때도 있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때 실명과 얼굴을 밝히고 피해를 폭로한 김지은씨를 두고서도 아버지가 야당 지지자라며 ‘정치적 음모를 가진 미투’라는 식의 주장이 있었다. 끊임없는 2차 가해에 김지은씨는 “어디서든 존재와 이름이 드러나는 게 너무 두려워졌다”며 이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순수한 피해자성을 가진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현실이 이 같은 2차 가해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씨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을 때 진보 진영 쪽 법조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을 박원순 전 시장의 사건을 맡아줄 만한 인물로 누가 있었겠는가”라며 “미투 당시 인권 변호사를 자처하던 남성 변호사들이 가해자의 사건을 맡았던 일이 있었음을 떠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