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시절 성폭력 피해 고백
온라인서 응원과 지지글 쏟아져

가수 장재인.ⓒ여성신문·뉴시스

 

가수 장재인이 10대 시절 시달린 성폭력 피해를 글 2개를 연달아 게재해 고백한 후 심경을 전했다. 11년 만에 가슴 속에 묻어둔 그의 용기있는 고백에 여성들이 응원하고 격려하는 연대의 힘을 보여줬고 이에 대해 화답했다.

장재인은 22일 인스타그램에 “막상 말하고 나니 너무 힘들다. 가슴이 안절부절합니다만 주시는 댓글 보며 안정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저 고맙다”라고 글을 올렸다.

장재인은 “혹여나 복잡해 보일까 글을 많이 남기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오늘만은 참 많이 쓴다. 그 당시 이런 일을 밝히는 게 흠이 되던 때였는데 지금은 어떠냐. 세상이 조금 나아졌다. 아니면 그대로인가”라며 “어릴 적 어른들이 쉬쉬했던 것처럼 부끄러운 일이니 조용히 넘어가라 했던 것처럼 나는 오늘 일을 후회할까. 이제 아닐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재인은 “너무나 노곤한 하루지만 뿌리가 생긴 기분이다. 한순간도 주변에 솔직할 수 없었기에 그게 참 뿌리 없이 둥둥 떠 있는 느낌을 줘서 참 아팠는데 이 이야길 꺼내며 친구들과 남 모르게 생겼던 벽이 허물어진 것 같다. 평생 감히 기대치도 않던 뿌리가 생긴 기분이다”고 강조했다.

앞서 장재인은 인스타그램에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10대 시절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앨범은 그 사건을 계기로 시작이 됐다. 1년이 지나 19살에 범인을 제대로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제게 그렇게 하고 간 사람은 제 또래의 남자였다”고 말했다.

장재인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그 아이 역시 다른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인해 그렇게 됐단 거였다”며 “한 겨울 길을 지나가는 저를 보고 저 사람에게 그리 하면 너를 괴롭히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나 보다. 이사실이 힘들었던 이유는 그 아이 역시 피해자라면 도대체 나는 뭐지? 내가 겪은 건 뭐지? 라는 생각에 가슴이 무너졌다”고 회상했다.

장재인은 “어른이 되어 그런 것의 분별력이 생겼다. 돌아보고 넓게 보면 그때 이 일이 생긴 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이가 있었다면 참 좋았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면서 “생각보다 많은 성 피해자들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수치심과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두 발 붙여 노래하는 내가 같은 일, 비슷한 일을 겪은 누군가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고 성피해자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건넸다.

여성들은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그렇게 살아남아서, 빛이 나나 봐요’ ‘우리에게 음악으로 각자 상처받은 것들에 대한 치유와 선한 영향력을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등 댓글을 달아 위로했다.

특히 한 누리꾼은 장재인의 게시글에 "언니 글을 보고 손이 떨리고 눈물이 나요. 저도 19살때 학원 선생님한테 성추행을 당했어요. 그런데 당시에 이게 기분이 좋은건가? 설마 성추행이 아니겠지 나한테 엄청 잘해주는 선생님인데...싶은 생각에 애써 무시했는데 나중에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알았어요. 그게 성추행이고 가스라이팅 당한거였다는 걸.  그런데 아직까지 아무에게도 얘기를 못하겠어요. 머리로는 내 잘못이 아닌데 자꾸 그때 밤까지 학원에 있지 말걸, 처음에 거부할걸, 문자를 그렇게 하지 말걸, 이런 생각들 때문에 내 잘못처럼 느껴져요. 내가 피해자인데...언니 노래 들으면서 위안받을게요. 우리는 잘못한 게 없어요"라고 댓글을 적고 공감을 보냈다.

다음은 장재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전문이다.

감사합니다. 앨범은 그 사건을 계기로 시작이 됐어요. 그 이후 저는 1년이 지나 19살에 범인을 제대로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었습니다. 저에게 그렇게 하고 간 사람은 음 제 또래의 남자분 이었어요.

그런데 당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그 아이 역시, 다른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인하여 그렇게 됐단 이야기였어요. 한 겨울 길을 지나가는 저를 보고, 저 사람에게 그리 해오면 너를 괴롭히지 않겠다 약속했던가보더라구요.

이 사실이 듣기 힘들었던 이유는, 그렇게 그 아이 역시 피해자라면, 도대체 나는 뭐지? 내가 겪은 건 뭐지? 라는 생각이 가장 가슴 무너지는 일이었어요.

이젠 조금 어른이 되어 그런 것의 분별력이 생겼습니다만, 돌아보고 너비보면 그 때 이 일이 생긴 건 니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말해주는 이가 있었다면 참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생각보다 많은 성피해자들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수치심과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을 거에요.

나는 나와 같은 일을 겪은 가수를 보며 힘을 얻고 견뎠어요. 혹시나 혹시나 아직 두 발 발 붙이며 노래하는 제가 같은 일, 비슷한 일을 겪은 누군가 들에게 힘이 됐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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