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 조리실 공동 사용
만3세~5세 아이에게 매운 쫄면 급식이 제공
적응 강요하며 식품영양학적 상식 무시

내 아이는 일곱 살 때 병설유치원에 입학했다.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를 간접 경험할 수 있고 사립유치원에 비해 교육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래서 많은 학부모들이 선호한다. 

큰 기대를 안고 병설유치원에 아이를 보냈건만 얼마 되지 않아 나는 후회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급식이 심상찮았기 때문이다. '부대찌개', '쫄면', '대구매운탕', '주꾸미삼겹살', '쌈장과 상추쌈', '육개장' 등 도저히 일곱 살 우리 아이가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아니었다. 심지어 김치조차 잘 먹지 못하는 아이라 나는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간혹 매운 반찬들이 급식판을 점령하는 날이 있다. 이런 날에는 아이는 후식으로 배를 채운다.
간혹 매운 반찬들이 급식판을 점령하는 날이 있다. 이런 날에는 아이는 후식으로 배를 채운다. ⓒ정치하는엄마들

왜 이런 맵고 짜고 질긴 메뉴들이 등장하는지 선생님께 여쭤보니, 병설유치원은 원래 초등학교와 같은 조리실을 쓰고 있어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 만3세 아동부터 정년퇴임을 앞둔 50대 교사까지 모두 같은 식단을 먹고 있다는 말인가! 연령에 따라 요구되는 영양이나 염도, 매운 정도 등이 다르다는 것은 식품영양학적으로 상식이다. 그런데도 병설유치원에선 그런 상식이 무시되고 있었다. 

나중에 우리 아이가 다니는 병설유치원에 한 번 더 문의를 했다. 알고 보니 유치원생들을 위해서 매운 음식에는 덜 매운 고춧가루를 쓰고 고추장이나 쌈장 등의 양념은 간장으로 대체하는 등 조리실에서도 나름 배려를 해주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이는 여전히 매워서 먹지 못하는 반찬을 배식 받았고 초등 고학년 아이들은 맹숭맹숭하다며 맛이 없다고 불평을 해댔다. 조리실은 조리실대로 이중 삼중으로 고생하면서도 좋은 소리 못 들으니 고충이 무척 심했다. 

간혹 매운 반찬들이 급식판을 점령하는 날이 있다. 이런 날에는 아이는 후식으로 배를 채운다. 후식은 주로 떡, 핫도그, 과일, 작은 빵 등이다. 그리고 교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엄마에게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다. 그럴 때면 서둘러 뭔가 먹이려고 마음이 다급해진다. 아이에게 무조건 '적응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일종의 폭력 같아서 마음이 참 미안해진다. 

더구나 병설유치원은 방학 중 급식이 중단되어 돌봄교실에 가는 아이들은 도시락을 싸가야 한다.  유치원의 방학이 초등학교의 방학기간과 동일하다는 것도 골치인데 그 기간 동안 조리실마저 운영되지 않는다. 이러니 맞벌이 양육자들은 정신없는 출근시간에 애 도시락까지 싸보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한 초등학교의 급식표 ⓒ정치하는엄마들
한 초등학교의 급식표 ⓒ정치하는엄마들

이런 문제들이 우리 유치원만 겪는 고충인가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올해 5월에는 경기교사노동조합이 방학 중 급식 중단에 대한 대책 마련을 경기도교육청에 촉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6월에는 전북도의회 정례회의에서 진형석 의원도 병설유치원 급식이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보다 칼로리는 34%, 나트륨도 30% 더 섭취되게 제공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밖에도 병설유치원의 급식에 대해서 문제 제기한 사례가 꾸준히 있어왔다. 

만약 유치원 내에 조리실이 따로 있다면 유치원생들의 성장발육에 맞는 영양가 있는 급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맵고 짠 음식을 아직 먹지 못하는 초등 저학년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른 입맛과 거의 비슷한 초등 고학년에게도 그에 맞는 맛있는 급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방학 중에도 급식을 제공할 수 있어 학부모의 부담도 크게 경감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미 세워진 병설유치원 내에 당장 조리실을 따로 마련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긴 하다. 그러나 병설유치원 급식에 대해서 여태 개선책 없이 무조건 만3세에서 5세에 이르는 유아들에게 적응을 강요하는 지금의 급식 환경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사립도 아니고 국공립 유치원에서 나오는 급식이 아이들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으니 말이다. '공교육'을 바로 세우려면 교육현장에서 제공되는 '급식' 또한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교육정책 관계자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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