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업무 배송인데 분류에도 투입
특고 신분...수당 없어
대책위 "한시적 인력 충원해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택배노동자 분류작업 전면거부 돌입 및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사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택배 분류작업을 거부하기로 했다. 추석을 열흘 앞두고 택배 수요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택배 대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동·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17일 서울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4000여 명 택배 기사들이 21일 택배 분류작업 거부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전국 4000여 명의 택배 노동자는 오는 21일부터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배송하기 위해 분류작업을 거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책위는 전국 4358명의 택배 노동자를 대상으로 분류작업 전면거부 투표를 진행했으며 이 중 4160명(95.5%)가 전면거부에 동의했다. 투표에는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외 약 500여 명의 비조합원이 참여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물량 폭증으로 올해 상반기에 7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했다.

현재 택배 기사가 배달만이 아닌 정해진 업무 시간보다 일찍 물류센터에 도착해 분류작업까지 사실상 하고 있다. 분류작업은 배송작업 전 물류 터미널에서 배송해야 할 물품들을 담당자가 맡은 구역별로 세분화는 일이다. 택배 물품이 실린 차량이 터미널에 물품을 내려놓으면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한 뒤 자차에 실어 배송하는 일인데,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탓에 절반 이상 시간을 분류작업에 쓰면서도 이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택배노조는 ”분류작업은 택배 노동자들이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배송을 해야만 하는 장시간 노동의 핵심적인 이유“라며 ”하루 13~16시간 중 절반을 분류작업 업무에 매달리면서도 단 한푼의 임금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전체 근무 시간 중 절반 이상 배송될 물건을 분류하는 작업을 하면서도 정당한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공짜 노동이라고 노조는 비판해왔다.

이들은 언론에서 분류작업 문제를 지적하고 있고 택배산업 주무부서인 국토부도 택배사에게 인력충원을 권고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택배 노동자들의 과중한 업무를 지적하며 임시인력 투입을 지시했지만, 택배사들은 묵묵부답이라고 비판했다. 택배회사들은 아직 뚜렷한 해결안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대책위는 ”온 사회가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우려하며 분류작업 인력투입을 요구하고 있는데 택배사들은 눈과 귀를 가린 채 버티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국토부는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평소보다 30% 이상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대책위가 최근 택배 노동자 82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의 평균 주간 노동시간은 71.3시간인 것으로 조사됐다. 법정 근로시간인 52시간을 크게 넘었다. 과로로 인한 질병 발생 시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노동시간은 60시간이다.

택배노조는 21일부터 택배 분류작업을 무기한 중단할 예정이다. 대상인 택배회사는 롯데택배, 한진택배, CJ대한통운, 우체국 등이다.

마지막으로 대책위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안타깝다“며 ”배송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더는 과로로 인해 쓰러지는 택배 노동자는 없어야 한다는 택배 노동자의 심정을 헤아려 주길 부탁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 ”택배사가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한다면 언제든지 분류작업 전면 거부 방침을 철회하고 대화할 수 있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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