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년행진 참가자들이 탑골공원에서 종로3가를 거쳐 명동 예술극장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마라. 어떤 성적 지향을 갖든 우리는 잡년이다"라고 외쳤다. 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cialis coupon free   cialis trial coupon ⓒ여성신문
2012년 7월 28일 한국판 ‘슬럿워크' 행사인 제2회 잡년행진 참가자들이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종로3가를 거쳐 명동 예술극장까지 행진하고 있다. ⓒ여성신문

 

지난 칼럼 ([SXF] 월경·임신·출산한 여자도 자위를 합니다 womennews.co.kr/news/201720)에서 몇몇 신체적 상황에 적응하며 오르가슴을 얻는 일에 대하여 썼다. 댓글이 많이 달렸는데 두 가지 극과 극의 반응이 눈에 띄었다. 첫째는 정상적인 여성이라면 으레 하는 사적인 행위인데 일기장에나 쓸 일이지 왜 떠벌리냐는 반응이었다. 둘째는 정상적인 여성이라면 오르가슴을 자주 느낄 리가 없을 텐데 특별히 색정적인 케이스를 왜 떠벌리냐는 반응이었다. 상반된 내용이지만 여성의 자위와 오르가슴에 대한 발언을 막는다는 점은 같다. 

여성이 자위하고 오르가슴을 느끼는 건 그러지 않는 것과 똑같이 완벽하게 괜찮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위를 하면서 매번 죄책감을 느끼는 여성들이 있다. 임신 출산 또는 질병 경험을 거치며 자위에 어려움을 겪지만 공개하지 못하고 절망에 빠진 이들도 있다. 

예전의 내가 그랬었다. 그때 누군가로부터 “나도 그랬는데 이젠 괜찮아”라는 말을 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아마 안심했을 것이고, 희망을 가졌을 것이고,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자위와 오르가슴에 대한 여성 당사자의 이야기가 공적 공간에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자도 욕구를 가진 사람이다, 매일 오르가슴을 즐겨도 된다고 구구절절 쓰고 싶지 않다. 그런 건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당사자의 입장에서 그 다음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잠들지 못하는 여성들

어느 날 밤, 인터넷 커뮤니티에 섹스토이 사용에 대한 글을 한 줄 올렸다. 몇 분 후 채팅창 알람이 울렸다. 말을 건 사람은 본인이 기혼 여성이라고 밝혔다. 이전 파트너들과는 달리 남편과의 섹스에서는 끝까지 만족을 느꼈던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그는 욕구불만으로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또 작년에 갔던 워크샵에서 한 기혼 여성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남편이 사정을 해서 섹스가 끝나버렸는데 본인은 그제야 서서히 흥분한 상태가 된다고 했다. 그리고 흥분을 가라앉히느라고 잠든 남편 옆에서 한참을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성이 삽입 섹스에서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는 흔한 것 같다. 심지어 그 섹스가 나름대로 제법 즐거운 경우에도 말이다. 나도 종종 그런 일을 겪는다. 그리고 한때는 모종의 아쉬움 속에 지냈다. 이제는 괜찮다. 괜찮아지기 위해서는 쾌감의 신체적 정서적 특징과 한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두 종류의 오르가슴

내가 즐기는 오르가슴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클리토리스와 질 오르가슴이다. 이 둘은 실로 모든 면에서 다르다. 내가 최상으로 마음에 드는 삽입 섹스를 해도 아쉬웠던 이유는 삽입 섹스만으로는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클리토리스 오르가슴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은 질 삽입과 상관이 없다. 항상 똑같은 단계를 거치며, 절정 이후엔 몸과 기분이 가라앉는(“현자타임”이라고도 부르는) 휴지기가 있다. 또한 내 경우 정확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특징이 있다. 다리를 쭉 뻗은 뒤, 발끝까지 포잉으로 최대한 뻗어야 한다. 그 자세로 클리토리스를 규칙적으로 자극해야(누르거나 기계로 흡입해야) 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어떻든 나의 신체적 조건은 명백하다. 다리를 조금이라도 벌리거나 구부리면 올바른 자극을 주어도 절정으로 갈 수 없다. 그러니 신체의 위아래 앞뒤 옆 어디든 파트너가 위치하는 경우에는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사실은 성교에 대해 처음 알았던 어린 시절에 내게 큰 고민거리였다. 아는 오르가슴은 클리토리스 오르가슴뿐인데 파트너와 함께 삽입 섹스를 한다고 치면 도저히 정확한 자세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질 오르가슴

그러나 손가락으로 질 내부의 감각을 탐험하기 시작하자 클리토리스 오르가슴과는 다른 쾌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질 오르가슴은 휴지기가 없으며 절정까지 도달하는 시간과 그 강도, 지속 시간도 균일하지 않다. 자세에 크게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결정적으로 질 오르가슴은 신체적 정서적 상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다. 어떨 때는 성기나 딜도의 크기, 강하고 빠른 피스톤 운동, 지속시간 등이 의미가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나는 평생 가장 강력한 질 오르가슴을 손가락 섹스를 통해 경험했다. 그때는 휴지기 없이 흥분-절정이 수없이 반복되는 고강도의 멀티 오르가슴을 느꼈다. 해주는 쪽이 탈진하지만 않는다면 영원히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삽입 없는 질 오르가슴

질 오르가슴이 컨디션의 영향을 얼마나 크게 받는지, 삽입이 필요 없을 때도 있다. 즉, 섹스가 유달리 당기는 날에는 다른 자극 없이 근육 통제만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다. 나는 소변을 참을 때 쓰는 회음부 부근 근육을 움직이고 조인다. 이 오르가슴은 컨디션이 안 좋을 때 하는 삽입 섹스의 쾌감과 비교할 수 없이 강도가 높다. 그렇다고 쾌감 때문에 갑자기 화장실로 달려가야 하거나 신음이 새어 나오는 일 등은 전혀 없다. 가장 통제 가능한 오르가슴일 것이다. 만약 보고서를 쓰던 중이었다면 평소와 똑같은 얼굴로 계속 쓸 수 있을 정도이다.

한때는 이런 스스로가 신기하고 도대체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다. 그러다가 미하엘 하네케의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주인공이 소변을 누며 강렬한 오르가슴을 느끼는 장면을 봤다. 나와는 다소 달랐지만 삽입 없는 오르가슴이란 점이 같았다. 남성 감독의 영화에서까지 다루어진 것으로 보아, 이 오르가슴을 즐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흔할 수도 있다.

 

클리토리스와 질 오르가슴, 따로 채워도 좋다

자위를 할 때는 저 두 가지 종류의 오르가슴을 자유롭게 심지어 함께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상대가 있을 때는 다르다. 파트너와 함께할 때 질 오르가슴뿐 아니라 클리토리스 오르가슴도 느끼고 싶었다. 그러기는 어려웠고 한참 동안 그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점점 꼭 그래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밥 배'와 '디저트 배'가 따로 있다고도 하는데 나의 클리토리스와 질 오르가슴이 이토록 다르다면 나누어서 채우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지금은 파트너가 있는 섹스를 할 때 서로 아끼는 마음과 질 오르가슴만 충분히 즐긴다. 그리고 상대방을 재우고 나는 자위를 통해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에 도달한다. 이 패턴은 내게도 상대에게도 부담이 없고 만족스럽다. 양쪽 다 포만감에서 오는 은혜로운 꿀잠을 잘 수 있음은 물론이다.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 여정

만족스러운 섹스의 방식은 사람마다 또는 날마다 다를 수 있다. 질에 무엇이든 삽입하기 전에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을 먼저 느끼는 걸 선호하는 이도 있다. 삽입 섹스 중에 질과 클리토리스에 동시에 오르가슴을 느끼는 걸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질 오르가슴만 지치도록 느끼고 싶은 사람도 있다. 내가 요즘 취하는 ‘삽입섹스 후 클리토리스 자위’ 패턴은 여러 방법 중 만족도가 높은 것을 선택하며 만들어 온 한 가지 길이다. 

또한 나라고 앞으로 영원히 이 패턴으로 지내리라는 법도 없다. 배우자와 상의해서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을 느낄 때까지 날 만지게 하는 시도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방법의 섹스를 원한다면 언제든 그것을 위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된다. 

 

필자 니나 (결혼 11년차 주부·『당신의 섹스는 평등한가요?』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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