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물 제작’ 징역 최대 29년 “처벌 강화”... ‘불법촬영’은 최대 3년 “소극적”
‘성착취물 제작’ 징역 최대 29년 “처벌 강화”... ‘불법촬영’은 최대 3년 “소극적”
  • 진혜민·이하나 기자
  • 승인 2020.09.16 12:41
  • 수정 2020-09-16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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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양형위, 디지털성범죄 처벌 강화
특별가중 둬…최대 29년3개월형
불법촬영 상습배포 최고 18년형

리셋·여성의당·추적단 불꽃 입장 발표
성착취물 제작 양형 상향 긍정적
구입·소지 형량은 하한선 낮아 미비
서울종로경찰서 앞에서 여성들은 시위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앞에 모인 시위대가 이날 검찰로 송치되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을 태운 차량 앞에 모여 조주빈이 유포한 성착취물을 이용한 사람도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15일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새로운 양형기준안을 마련했다. 상습적인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관련 범죄를 특별가중처벌하는 등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했다는 평가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판결’에 대한 비판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 양형기준안에 대해 처벌 강화를 요구해온 여성들은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낮은 반포 범죄 가중처벌 등에 대해서는 아쉬워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15일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보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범죄 양형의 기본영역은 징역 5~9년이다. 13살 이상 청소년을 성폭행했을 경우 기본 양형이 5~8년인데 이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여기에 피해자가 자살·가정파탄·학업중단 등의 심각한 피해를 당하는 경우 등을 ‘특별가중인자’로 설정했다. 특별가중인자가 1개일 때는 7~13년으로 형량이 늘고, 2개 이상 해당하면 징역 19년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가중인자가 2개 이상인 상황에서 성착취물을 두 번 이상 제작했을 경우에는 10년6개월부터 최대 29년3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다.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104차 양형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104차 양형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그동안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처벌불원서를 내면 특별감경인자로 인정됐으나 일반 감경인자로 낮췄다.

처벌형량도 대폭 늘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상습제작, 2건 이상 저지른 범죄에 대해 재판부는 앞으로 최소 10년6개월에서 최대 29년3개월의 형량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영리목적으로 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상습 판매의 경우 최대 징역 27년에 처할 수 있으며 2건 이상 배포시에는 최대 18년, 상습 구매에서는 최대 징역 6년9개월을 선고할 수 있다.

양형위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 △허위영상물(딥페이크·지인능욕) 등 반포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강요 △통신매체이용음란 등 범죄에 대해서도 형량을 대폭 늘렸다.

양형기준안 형량범위.
양형기준안 형량범위. ⓒ양형위원회

대법원은 공청회 등을 거친 뒤 오는 12월 양형 기준을 최종 의결 후 시행할 예정이다.  

새 양형기준에 대해 여성의당과 시민단체 리셋(ReSET)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ReSET 재영 활동가는 “올해 상반기에 개정된 성폭력 처벌법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 유형 분류가 보다 세밀하게 설정된 것은 다행”이라며 “또한 아동 청소년 대상 성착취물 제작 범죄의 양형 변화는 긍정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영 활동가는 “촬영 등/반포 등 범죄유형에서 가중처벌 조차 기존안보다 고작 1년 정도 강화된 것은 미흡한 조치”라며 “영리목적 반포가 엄벌의 대상임은 당연하지만, 영리 목적이 아닌 반포 또한 피해자의 인격에 심대한 피해를 끼치는 범죄인 바 지금보다 강력한 처벌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ReSET 최서희 활동가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시민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그동안의 판례는 커녕 법정형조차 국민들의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특히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범죄의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며, 해당 설문조사에서 10년 이상의 응답을 제외했을 때에도 국민들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의 최소형량이 10년은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양형위원회가 선택한 소극적인 결정에 유감”이라고 했다.

이어 “카메라등이용촬영죄와 통신매체이용음란범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전과 같이 가중 선고형량의 최대조차 법정형에 미치지 못하는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양형위원회의 최선이 아니길 바란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성의당 이지원 대표는 이번 양형위원회의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의 한계로 성착취물 구입·소지에 대한 양형기준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솜방망이식 처벌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구입 또는 소지할 경우 본래 1년 이상의 형에 처해지나 양형위원회는 감경을 적용하여 최소 징역 6개월을 권고했다”며 “손정우가 운영했던 웰컴투비디오 이용자들은 관련 법 개정 이전에 매우 관대한 처벌을 받았음에도 같은 죄로 벌금형을 제외하고 평균 7개월 형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양형위원회의 오늘 권고안은 이전의 미온한 판결 경향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조치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양형위원회는 11월 중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 공청회를 열고 12월에 양형기준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양형위가 공청회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구입·소지죄에 대한 형량을 상향할 필요성과 같이 미비한 점을 지적해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최종 확정안에 반영되도록 당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 등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언론에서 앞다투어 보도했던 ‘29년 3개월’의 양형기준은 모든 디지털 성범죄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며 “유의미한 부분도, 부족한 부분도 많은 회의 결과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추적단 불꽃은 “양형기준안은 카메라 등 이용 촬영행위에 대해 최저 4개월에서 최대 3년의 선고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는데 시민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평균 6~8년 의견이 많았고, 법조문 또한 ‘7년 이하’ 징역을 적시하고 있다”면서 “(양형기준안)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이후 이어질 의견조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적합하고 실속있는 양형기준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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