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교회도 그래요?』 이민지 지음·들녘 펴냄

 

성화(Icon)작가 켈리 라티 모어의「삼위일체」. 기독교 의 성부·성자·성령을 각기 인종이 다른 여성들로 표현 했다.

페미니즘 강연을 열었다고 학생이 무기정학 징계를 받은 기독교계 대학이 있다. 성소수자와 성매매 등을 다룬 것이 문제였다. 페미니즘과 기독교는 함께 할 수 없는 것일까?

한국 개신교회는 일부 진보적 교단이나 목회자들을 예외로 하면 제도적으로 매우 보수적이다. 사회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었고 ‘여행원’제도 같은 성별에 따른 직종 구별도 사라져가고 있는데, 교회는 여전히 성별 분업이 견고하다. 교회 운영에 공식적인 목소리를 내고 결정권을 지니는 자리는 교단 헌법 상 여성 접근 금지구역인 경우가 많다. 신도들은 여성이 다수인데 리더십은 남성 천지다.

『언니네 교회도 그래요?』는 한국의 개신교 교회 안에서 제도적으로, 관행적으로 이어지는 성차별과 여성 비하-나아가서 여성 혐오를 문제 삼는다. 교회 안에서 때로는 목회자들이, 때로는 리더십들이 벌이는 성폭력과 차별의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교회가 강조하는 여성상에 도전한다. 저자는 구약의 잠언(31장 10절 이하)이 예시하는 ‘현숙한 여인’은 ‘지혜’를 뜻하는 히브리어 ‘호크마’를 의인화 한 것이지만, 한국 교회에서는 ‘현모양처’ 혹은 집안일과 자기 가꾸기, 가족 돌보기를 완벽하게 해내는 슈퍼 우먼으로 인용된다고 비판한다.

한국 개신교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혐오 발언은 아마도 2003년 총신대 교내예배 시간에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측 총회장이었던 임 모 목사가 내쏟은 ‘기저귀’ 발언일 것이다. “우리 교단에서 여자가 목사 안수를 받는 다는 것은 턱도 없는 소리다. 여자가 기저귀 차고 강단에 올라가? 안돼!” 그 발언으로부터 17년. 그동안 여성 대통령에 숱한 여성 장관, 여성 CEO, 여성 리더십을 경험한 한국 사회에서 장로회 합동 교단은 여전히 여성에 대한 목사 안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언니네 교회도 그래요?』 이민지 지음·들녘 펴냄
『언니네 교회도 그래요?』 이민지 지음·들녘 펴냄

 

저자는 이처럼 노골적이고 비뚤어진 여성관의 연원을 초기 기독교 교부 아우구스티누스에서 찾는다. 그는 여성을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유혹자’ 이브로 구분하며 여성을 조심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부신학자 이전에 이미 사도 바울이 있었다. 그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전 14:34)고 성경을 썼다. 1934년 9월 평양에서 열린 장로회 총회에서는 이 구절을 근거로 “여성은 교회에서 가르치지 말라”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 규정은 오늘날까지도 교회에서 여성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을 명시적으로나 암묵적으로 억압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저자는 “이 구절의 해석은 단순히 설교권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여성들이 교회 안에서 자기주장을 앞세우면 안 된다는 데 쓰이거나 ‘돕는 자’로서 남성의 리더십에 순응해야 한다는 주장에 활용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구절에 대한 질문을 이어간다. 그렇다면 바울은 왜 여성들을 제자와 사도, 집사, 선지자 등 동역자로 세웠는가? 성경에서 바울이 잠잠하라고 명한 대상은 여자 뿐 아니라 방언으로 말하는 자, 예언하는 자를 포함하는 데, 왜 오늘날은 여성에게만 잠잠하라고 하는가? 왜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 하면서 교사, 전도사, 선교사, 찬양대로 활동하게 하는가? 저자는 바울 사도 당시에 유니아, 뵈뵈, 브리스길라 등 많은 여성들이 집사와 선지자, 교사로 바울의 동역자 역할을 감당했던 것을 지적하며 오늘날의 교회가 성경 구절을 선택적으로 적용하면서 여성을 배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국의 교회 여성들이 페미니즘에 눈뜨게 된 결정적인 사건으로 2016년 강남역 여성살인 사건을 제시한 저자는 이때 ‘믿는 페미’가 조직되고 이들이 2017년부터 교회 변화를 위한 여성 모임을 계속해오고 있는 데 주목한다. 2018년 한 수련회에서 이들은 구약 성경사사기에 나오는 입다의 딸을 놓고 중요한 논의를 했다. 아버지인 장수 입다는 전쟁에서 승리하면 가장 먼저 자신을 마중나오는 존재를 번제 제물로 드리겠다고 서원한다. 그에게 가장 먼저 나타난 존재는 딸이었다. 성경에는 그 딸의 이름은 기록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딸은 제물이 되기 전 두 달 간 친구들과 함께 산에서 애통해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믿는 페미들은 당대 여성들이 이룬 깊은 애도의 연대를 읽었고, 성경 속의 여성 서사에 새롭게 눈떴다. 이들은 교회 내 대학부, 청년부에서 농담의 외피를 입고 벌어지는 성차별적 언사들, 성희롱에 항의하고 연대를 넓혀가고 있다. 이 책은 그 저항과 연대의 시작을 알리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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