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고용상 성차별 사례집' 발표
성별이 업무와 무관하지만 우대할 경우 모두 불법

성별이 직무와 연관성 큰
'목욕탕·의류 모델·소프라노 가수' 채용,
성차별 해소를 위한 특정 성별 및 학적 우대
"성차별 아니다"

 

7월 현재 비서를 모집 중인 한 기업의 채용공고. ⓒ캡처
7월 현재 비서를 모집 중인 한 기업의 채용공고. 이같은 채용공고는 남녀고용평등법상 차별 사례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캡처

 

여성비서를 채용하는 공고와 굴삭기 운전기사를 모집하며 ‘남성 환영’이라고 쓰면 성차별일까, 아닐까? 정답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성차별이다.

고용노동부가 9일 ‘고용상 성차별 사례집’을 발표했다. 성별이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직종이 아님에도 특정 성별을 배제하는 것은 모두 성차별이다.

고용부는 고용상 성차별에 대한 법원 판결과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분석해 59개 사례를 선별해 사례집을 냈다. 일터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이 과거 직접적인 차별에서 간접적이거나 누적된 차별로 변화하지만 이를 참고할 선례가 적다는 판단에서다.

고용부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들과 근로감독관 등 실무자들이 직접 참여해 만든 사례집"이라며 "근로감독관 뿐만 아니라 사업주, 인사 담당자, 근로자들의 고용상 성차별 판단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례집에 포함된 고용부의 '성차별 판단 기준'에 따르면 모집·채용에서 특정 성별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배제하는 경우는 성차별로 판단된다. 가령 '굴삭기 운전(남성 우대)' '여성비서 모집' '웨이터 구함' 등은 모두 법 위반이다. ‘굴삭기 운전' '비서 모집' '웨이터(남녀) 구함'으로 개선해야 한다.

취업박람회를 찾은 한 여성 구직자가 채용일정을 확인하고 있다. ⓒ여성신문 
취업박람회를 찾은 한 여성 구직자가 채용일정을 확인하고 있다. ⓒ여성신문 

 

1987년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모집·채용 과정에서 성차별 사항이 적발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난해 1월부터 근로자 1인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남녀를 직종별로 분리해 모집하거나 모집인원을 다르게 정하는 것도 차별이다.

'관리사무직 00명, 판매직 여자 0명' '대졸남성 100명, 대졸여성 20명' 등의 채용공고가 대표적이다.

'3급사원(4년제 대졸남성), 4급사원(4년제 대졸여성)' 등으로 공고해 학력·경력이 같음에도 특정 성을 낮은 직급·직위로 뽑는 것도 불법이다.

모집·채용 공고만이 처벌 대상은 아니다. 모집공고에는 남녀 모두를 뽑는 것으로 해놓고 내부 방침에 따라 실제 채용 시 여성을 배제하는 사례도 성차별이다.

반면 직무 성질상 특정 성별이 아니면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는 성차별의 예외로 인정된다. '소프라노 가수' '남성복 모델' '목욕탕 근무자' 등이다.

이밖에 현존하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사업주가 특정 성별을 우대하는 경우도 성차별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2004년 A재단이 연구사업 수행책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지방대학 출신을 우대한 것을 두고 서울 소재 대학 출신 남성 교수들이 차별이라며 진정을 제기한 사건이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인권위는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적극적 우대조치로 비합리적인 차별로 볼 수 없다"고 기각했다. 현존하는 남녀 간의 고용차별을 없애기 위한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는 성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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