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젠더폴리틱스] 시련은 있어도 추락은 없다
[김형준의 젠더폴리틱스] 시련은 있어도 추락은 없다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20.09.09 19:33
  • 수정 2020-09-09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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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군 복무 논란’ 추미애 장관
‘K방역’ 총괄 맡은 정은경 청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명암(明暗)이 엇갈리고 있다. 추 장관은 아들의 군 시절 휴가와 관련한 특혜 의혹으로 논란에 중심에 섰다. 추 장관 아들 서씨는 주한미군 한국군 지원단, 즉 카투사(KATUSA)로 군 복무를 했는데 군 생활 중 무릎 치료를 위해 병가를 썼다. 1차로 10일간 병가를 낸 뒤, 2차로 9일간 휴가를 더 냈다. 이후 군 복귀 없이 4일간 개인 연가를 썼다. 서씨 측 변호인은 “모두 절차대로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의혹이은 거세지고 있다.

우선, 특혜 의혹이다. 서씨가 병가를 내고 휴가를 나가 있는 상황에서 부대에 복귀하지 않고, 심의 없이 구두로 추가 휴가를 받은 것, 그리고 이를 입증할 관련 서류가 현재 군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육군 규정을 따르면 연 열흘이 넘는 병가를 받으려면 군 병원 요양심의 의결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서씨는 열흘을 넘긴 2차 휴가 신청 시 심의를 받지 않았다. 또 관련 서류 보관 기간도 5년인데 서 씨 휴가 관련 서류가 남아있지 않다.

둘째, 당시 추미애 민주당 당 대표 측의 청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당시 추 장관 보좌관이 군에 압력 혹은 청탁성 민원 전화를 했다는 것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서씨 군 복무 시작부터 자대 배치 및 통역병 선발에도 청탁이 있었다는 구체적인 증언들이 나왔다.

셋째, 지난 8개월간 서울동부지검이 수사를 지연·무마했다는 의혹이다. 특히 ‘추 장관의 보좌관이 추 장관 아들의 병가 연장을 요청했다’는 참고인 진술을 검찰 수사팀이 조서에서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야권은 특임검사 도입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 규모가 크거나 복잡하지 않다는 점에서 별도의 수사팀을 꾸리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추 장관은 “그동안 사건과 관련해 일체의 보고를 받지 않았고 앞으로도 보고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추 장관의 의도와는 달리 서씨의 ‘군 복무 관련 특혜 의혹’ 사건은 작년 조국 사태와 유사한 방향으로 흘러 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정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특혜 논란을 비꼰 ‘아빠 찬스’에 빗댄 추 장관 아들 특혜 의혹은 ‘엄마 찬스’란 말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크게 번지고 있다. 심지어 온라인에서는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라 미안해…’라는 글자가 새겨진 티셔츠 사진이 내내 화제였다. ‘기회 평등, 과정 공정, 결과 정의’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현 정부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려면 추 장관이 조속히 결단을 내려야 할지 모른다. 그래야만 한때 칭송받았던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의 이미지가 지켜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컨트롤 타워인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초대 청장에 정은경 본부장을 내정했다. 정 내정자가 질병관리 분야에서 25년간 일해 온 전문가라는 것이 반영된 인사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청이 우리 감염병 대응 체계의 획기적 진전이라며, 바이러스 연구부터 지역의 방역체계 구축까지 감염병 총괄기구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정 내정자가 이끌게 된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등 질병과 관련한 국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기존 감염병 조사 업무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감시와 예행 예측, 연구, 정책기능까지 수행하게 된다.

과거 정 내정자에게 큰 시련이 있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땐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으로 일했는데 당시 메르스 확산의 책임을 지고 본부장과 함께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7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질병관리본부장에 임명됐고,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맞서 K방역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 해외 언론들은 정 내정자의 코로나19 대응 활동을 조명했고, ‘영웅’이라는 평가까지 했다. 여하튼 정은경 본부장의 사례는 “시련은 있어도 추락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향후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롤 모델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신문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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