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컬래버레이션
가장 잘 활용하는 작가
머나먼 미래에 발굴될 법한
유물을 만들어내고
과학자나 고고학자 같기도

DIOR AND DANIEL ARSHAM FUTURE RELIC, 2020 ©DIOR
DIOR AND DANIEL ARSHAM FUTURE RELIC, 2020 ©DIOR

 

광고 속에서 볼 수 있었던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교류가 이제는 ‘아트 컬래버레이션(Art Collaboration)’이라는 이름 아래, 예술을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팝 아트 출현 이후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하며 현재 국내에서도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은 아트 컬래버레이션에 의해 제품의 가치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까지 함께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그리고 작가 역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또 다른 하나의 통로를 획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윈-윈(Win-Win)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아트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구입한 경험은 훗날 아트 컬렉터의 가능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근래에 가장 잘 활용하는 브랜드를 꼽으라면, ‘크리스챤 디올(Christian Dior)’을, 가장 잘 활용하는 작가를 뽑으라면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을 들 수 있겠다. 예술, 디자인, 건축, 무대, 퍼포먼스의 경계를 허무는 폭넓은 작품 활동으로 두꺼운 팬층을 보유한 현대에 가장 역동적으로 활동 중인 작가이다. 아샴은 이미 수많은 상업 브랜드에게 러브콜을 받아 여러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였고, 무엇을 하든 상상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주어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다니엘 아샴은 1980년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브랜드에서 태어나 현재 뉴욕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1992년 마이애미를 휩쓸고 지나간 허리케인을 생생하게 대면한 생존자인 아샴은 “과거가 곧 현재이고, 현재가 곧 미래”, “유한적이면서도 절대적인 시간(Time)”의 개념에서부터 출발한다. 미래의 고고학, 허구적 고고학(The Fictional Archeology) 개념을 중심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경계를 흐려놓는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화기, 모자, 시계, 티셔츠 등을 화석 및 크리스털(Crystal) 화하여 마치 오랫동안 묻혀 있던 유물이 발굴된 것 같다. 아샴의 작품은 뛰어난 연출과 디테일이 살아있는 사실적이고 생생한 표현으로 찰나적인 시간의 잔해를 박제한 듯하다. 미래의 후손들이 지금 시대를 어떻게 바라볼지, 우리가 흔히 박물관에서 조상들의 일상용품을 보고 신기해하는 것처럼 후손들도 그러진 않을지 상상하게 한다. 작품은 주로 모래, 화산재, 대리석, 유리섬유, 먼지, 암석 가루 같은 재료로 만들어지는데, ‘돌’이라는 것이야말로 ‘영원’을 상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변이된 형태가 되어버린 현시대를 대표하는 오브제들은 관람객을 미래로 순간 이동시키면서 역설적이게도 ‘지금 이 순간’을 강렬하게 기억하게 한다.

아트 컬래버레이션은 융합과 소통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적극적인 예술 활동이다. 소비자 및 일반인들에게도 아트 컬래버레이션은 작가의 순수미술창작 활동 영역으로 인지되고 있기 때문에 예술의 일상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비록 아트 컬래버레이션의 출발이 상업적 목적이었을지는 몰라도, 이제는 예술적 표현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친숙한 미술의 대중화를 위해 사회 구성원의 응집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한 ‘참신 아트 컬래버레이션’ 사례가 국내에서 나올 수 있기를, 세계적인 브랜드와 한국 현대 미술가의 아트 컬래버레이션 소식을 고대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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