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프랑스 하원 통과한 생명윤리법 개정안
심리·사회적 고통에 따른 임신중지 무기한 허용 추진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무게 둔 입법 시도

여성의 심리·사회적 고통에 따른 임신중지를 임신 기간 내내 허용하는 생명윤리법 개정안이 프랑스 하원을 통과했다. ⓒWikimedia Commons
여성의 심리·사회적 고통에 따른 임신중지를 임신 기간 내내 허용하는 생명윤리법 개정안이 프랑스 하원을 통과했다. ⓒWikimedia Commons

프랑스 하원이 지난달 1일(현지 시간) 여성의 심리·사회적 고통에 따른 임신중지를 임신 기간 내내 허용하는 생명윤리법 개정안(les Lois de Bioethique)을 통과시켰다. 임신 12주까지만 허용하던 기존 법안에서 나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더 널리 보장하려는 시도다. 빠르면 올해 말 상원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생명윤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마리-노엘 바티스텔(Marie-Noëlle Battistel) 프랑스 사회당 하원의원은 이날 “임신한 여성의 의학적 문제뿐 아니라 심리·사회적 고통도 임신중지 사유로 고려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이해는 존재하나, 그 내용이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서 의료 현장에서는 해석에 따라 다른 임신중지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며 “여성의 심리·사회적 고통도 12주 이후의 임신중지 사유로 허용한다는 조항을 명문화하는 것은 여성 인권 차원에서 중요한 일이며, 의료진을 포함한 모두에게 분명한 법적 기준을 제시해 수월한 결정을 내리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드리앙 타케(Adrien Taquet) 프랑스 보건연대부 장관도 개정 입법에 찬성했다. 그는 “프랑스 산부인과 및 산과의사 국립대학(CNGOF) 교육 내용은 이미 여성의 심리·사회적 고통 또한 임신 12주 이후 임신중지 사유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은 다르다. 모호한 법적 조항을 더 분명하게 개정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여성 본인이 요청만 하면 임신 12주까지 합법적으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다. 이후에는 임신부나 태아의 건강상 위협 등 의학적 사유로만 합법적 임신중지를 허용한다. 그밖의 이유로 임신 12주 이후 임신중지를 할 경우 2년의 금고와 벌금 3만유로에 처한다. 이번 생명윤리법 개정안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더 무게를 두고 심리·사회적 고통에 따른 임신중지를 기간 제한 없이 허용하려는 시도다. 아직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지만, 오는 12월 31일까지 형법과 모자보건법상 ‘낙태죄’ 처벌조항을 개정해야 하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신한 여성의 심리·사회적 고통에 따른 임신중지를 임신 기간 내내 허용하는 내용의 생명윤리법 개정안. ⓒ프랑스 하원 홈페이지
임신한 여성의 심리·사회적 고통에 따른 임신중지를 임신 기간 내내 허용하는 내용의 생명윤리법 개정안. ⓒ프랑스 하원 홈페이지

한편, 프랑스 보수종교계 등은 “심리·사회적 고통을 어떻게 정의하고 증명할 수 있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태아가 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낳아 기를 수 있는데도 임신중지하는 경우, 외부의 강요에 의한 임신중지 등도 모두 허용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프랑스는 1975년부터 임신중지를 합법화했다. 단 공중보건법으로 임신중지 절차, 예외사항 등을 자세히 명시해 규제하고 있다. 여성이 임신 12주 내에 요청만 하면 이루어지는 자발적 임신중지(IVG), 의학적 사유에 한해서만 허용되는 임신중지(IMG)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정식 의료기관을 통한 합법적 임신중지 비용은 국가가 전액 지원하며, 10대 여성들에게 무료로 피임약을 제공하고 있다. 2015년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여성 3명 중 1명이 임신중지 경험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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