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대학생 A씨 "휴대폰 해킹" 생전에 억울함 호소
디지털교도소 측 "피해자가 A씨 목소리 확인" 반박

뉴시스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요청한 이들에 대해 성범죄나나 강력범죄자의 신상 정보를 알리던 민간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에 성범죄자로 신상이 올라온 대학생이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사망해 논란이 되고 있다.ⓒ뉴시스

성범죄자와 살인자 등 강력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한 인터넷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가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이곳에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 고려대 남학생 A(21)씨가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A씨는 생전에 “휴대전화가 해킹당했다”며 결백을 주장한 반면, 디지털 교도소 측은 “피해자가 A씨의 목소리를 확인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5일 경찰과 고려대학교 커뮤니티 ‘고파스’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일 오전 집에서 숨진 채 가족에게 발견됐다.

A씨 지인들은 전날(4일) ‘고파스’와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린 글을 통해 “A씨 관련 문제의 디지털 교도소 박제 글을 보고 너무나 억울하고 화가 나서 이 글을 쓴다”며 “A씨가 디지털 교도소에 ‘지인 능욕범’으로 올라온 후 온갖 악성 댓글과 협박 전화, 문자 메시지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7월에 한 번 쓰러졌고 9월 한달간 제주도에서 휴식을 취하다 복학하기로 마음먹고 서울로 올라온 다음 날, 어제 심장마비로 쓰러졌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수사 결과가 진행되는 대로 업데이트하겠다”고 했다.

앞서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 7월 A씨가 지인의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지인능욕’을 요청했다며 A씨의 얼굴 사진·학교·전공·학번·전화번호 등 신상을 게시했다. 또 A씨가 성착취물 제작을 요청한 증거라며 누군가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신저 내용과 함께 음성 파일을 올렸다. ‘지인능욕’이란 지인의 얼굴에 음란사진을 합성하고 인터넷상에서 유포하는 행위를 말한다.

A씨는 이를 보고 고파스에 “사이트에 올라온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이 일에 휘말리게 된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을 사칭한 인물의 소행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A씨는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서 URL을 누른 적 있다”며 “비슷한 시기에 모르는 사람한테 휴대전화를 빌려준 적 있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그 사이트 가입이 화근이 돼 전화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디지털 교도소 측은 텔레그램 상에서 ‘피치****’라는 닉네임을 쓰던 자가 A씨이며 지인능욕을 요청한 날짜는 7월 6일, 22살 지인에 대해 지인능욕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후 피해자 측 제보가 있자, 7월 8일 A씨가 자신의 전화번호와 반성을 담은 음성파일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또한 디지털 교도소 측은 음성파일을 피해자와 주변 지인들에게 확인한 결과 A씨가 확실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이에 따라 음성파일과 텔레그램 대화 화면 캡처 등을 올렸다고 했다. A씨가 자신이 아니라고 올린 해명 글을 함께 올려 현재 지인능욕 가해자가 A씨일 정황이 높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A씨로 추정된 자로 인해 텔레그램 상에서 지인능욕을 당한 피해 사례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교도소 측은 A씨가 가해자일 경우와 해킹으로 인한 피해자일 경우 모두에 대해 어떤 방향의 대처를 해야 할지 고민 중이며, 업체에서 텔레그램 설치 내역과 삭제내역, 인증문자 내역 등을 확인 요청 및 거짓 주장에 절대 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만들어진 디지털 교도소는 성범죄자와 살인자, 아동학대범 등 강력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다. 지난 7월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법원 판결 뒤 논란의 중심에 섰다. 디지털 교도소는 손정우의 미국 인도를 불허한 판사들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현재 사이트에는 살인자 및 아동학대, 성범죄자 등 3개 항목으로 나눈 뒤 100여명의 개인 신상이 게시돼 있다.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박모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촌동생이 n번방 피해자로 도메인도 n번방에서 따왔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는 보호도 못 하는 상황에 범죄자 인권을 챙기는 것이 중요한가”라며 “특히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누구나 느낄 정도로 약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7월부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이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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