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더 성평등한 제주’를 위한 큰 걸음
[기고] ‘더 성평등한 제주’를 위한 큰 걸음
  • 이현숙 제주특별자치도 성평등정책관
  • 승인 2020.09.03 17:00
  • 수정 2021-01-05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도, 2018년 지자체 최초로
성평등정책관 직제 신설
‘제주여성’ 생험적 정책 추진
모든 부서장 양성평등담당관으로
양성평등위 정책권고제 도입
9월 양성평등교육센터 운영
지난해 7월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모두가 행복한 제주’를 주제로 열린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제주도
지난해 7월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모두가 행복한 제주’를 주제로 열린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제주도

 

“제주에 성평등정책관이 생기면서 꾸준히 변화가 이뤄지고 있어요. 여성으로서 마을에서 생활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성평등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이야기가 처음엔 생소했고 어려웠죠. 그런데 교육을 받으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여성들도 마을 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해 목소리를 내자는 것에 공감하게 된 거죠. 마을의 일을 결정하는데‘1인 1표’가 당연하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요?”

제주의 마을 규약을 성평등 관점으로 변화시키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농민의 말이다. 이렇게 제주의 마을이 변화하고 있다. 성평등 마을 규약을 마을주민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사업은 여성도 마을운영의 책임과 권한을 함께 갖자는 것이지만 사실 모두가 평등하고 평화로운 마을을 만들자는 약속의 시작이다. 이렇게 감동적인 변화는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성평등정책관은 행정부지사 직속으로 설치된 성평등정책 전담 부서로 2018년 8월 7기 제주도정 출범과 함께 신설됐다. ‘개방형 임기제’로 임용된 지 2년. 20년 넘게 언론현장에 있으면서 여성권익을 위한 활동을 하고 ‘워킹맘 기자’로 성차별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것이 미디어교육을 위한 출발점이 되기도 했고 어찌보면 삶 자체가 성평등이라는 숙제를 조금씩 풀어오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성평등의 가치가 누군가의 것을 뺏는 것이 아니라 억눌려있는 제주여성들이 스스로 가치를 찾아내고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강인함과 생활력을 가진 제주여성이라는 ‘굴레’를 가진 여성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기에 생활과 경험, 즉 ‘생험적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려고 해 왔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18년 12월 도정 전반에 성인지 관점을 강화하고 성평등 정책을 확산시키고자 도 및 행정시 부서장 등 162명을 양성평등담당관으로 지정했다. Ⓒ제주도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18년 12월 도정 전반에 성인지 관점을 강화하고 성평등 정책을 확산시키고자 도 및 행정시 부서장 등 162명을 양성평등담당관으로 지정했다. Ⓒ제주도

 

여기에 ‘성평등정책 전담 부서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2년동안 열심히 현장과 함께 답을 찾고 있는 셈이다. 부서의 벽을 넘어 공직에 성평등정책이 스며들게 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이를 통한 제주사회의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실질적 변화를 이끌고 싶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만큼, 다른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을 갖고 있다.

지난 8월 28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공동주최하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후원한 ‘2020년 제주 성평등 포럼’이 비대면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진행됐다. 정책관 신설 이후 성과와 향후 과제를 공유하면서 2년을 돌아봤다. 1년 전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구축 이후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지 였다면, 올해에는 실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변화한 내용을 담을 수 있었다.

우선 도정 전반에 성인지 정책의 실행력을 갖추기 위해 도와 행정시 162개 모든 부서의 장을 양성평등담당관으로 지정하고 부서별로 성인지 정책 추진을 이끌수 있도록 제도를 구축했다. 성평등거버넌스 구축을 위해서도 힘을 쏟았다. 양성평등위원회가 다른 부서에서 추진하는 정책에 권고할 수 있는 ‘정책권고제’를 시행하고 있다. 성평등협의회는 교육청, 대학, 경찰, 언론, 공공기관 등 2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회의하고 공동포럼을 운영함으로써 성평등 정책이 지역사회 전반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공직 내부의 혁신도 진행 중이다. ‘사전 성평등 검토제’를 비롯해 공직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메뉴얼을 마련하고 공공기관 담당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도 진행했다. 담당자뿐 아니라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행정시장, 공공기관장이 모두 참석해 ‘공공기관을 변화시키는 키워드 성평등’을 주제로 행사를 가졌다. ‘고위공직자 성비위 전담 감찰조직’도 추진 중이다.

도민과 함께하는 사업은 제주형 양성평등정책 ‘더 제주처럼’과 ‘제주형 여성친화도시’ 사업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양성평등기금을 비롯한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제주도민의 성평등 의식 수준을 연구해 여성의 안전을 위한 사업이 필요함을 공유하기도 했고, 제주 4·3 사건 속에서 여성의 삶을 재조명하는 기회도 가졌다. 또 생활 속 성불평등 용어를 조사하고 정리하여 공공기관에서 관행적으로 사용되던 용어를 개선토록 했다. 무엇보다도 대중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언론과 1인 방송을 통한 인식변화를 도모하기 위한 ‘성평등미디어상’ ‘채널 공모전’ 사업도 진행 중이다. 수상 이후 사명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믿는다. 다양한 현장에서 성평등 이슈에 대한 소통을 위한 ‘찾아가는 성평등 콘서트’도 마련했다.

이런 변화가 더 활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교육이 필요하다. 세대와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성평등 교육을 연구하고 진행할 허브인 제주양성평등교육센터를 추진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국제적 교류사업도 적극적으로 진행해왔다. 한민족여성네트워크 제주교류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제주포럼에서 ‘동아시아 여성운동’을 주제로 제주여성가족연구원과 공동세션을 운영하기도 했다. 특히 제주포럼에서는 다큐멘터리 ‘헬렌의 도전’을 통해 만났던 뉴질랜드 최초 여성총리 헬렌 클라크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기도 했다. 여전히 남아 있는 우리사회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문제의식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 그를 만난 것은 감동이었다.

성차별, 성폭력이나 여성혐오 등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학교, 일터, 일상에서의 성평등 문화 정착이 중요해지고 있다. 성평등정책관은 부서 간의 벽을 뛰어넘어 모두 부서에서 추진하는 정책과 사업에 성인지 관점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제주도민들이 성평등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 발 한 발 나아갈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의 길’이 ‘모두의 길’이 될 것이라고 믿으면서. 

이현숙 제주특별자치도 성평등정책관
이현숙 제주특별자치도 성평등정책관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