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 여가위에서 나다움 어린이책 논란 재점화
여가부, 야당에서 문제제기 하자마자 '회수'
여당 의원들 "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뀌냐" 질책
이정옥 장관 회수 이유는 "코로나19로
학부모 동의 구하기 어렵겠다고 판단"

"회수조치 취소 생각 있나" 물음에는
이 장관 "코로나19로 갈등 고조되는데
또 다른 갈등 유발하는 것 같다" 난색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성평등 교육도서 ‘나다움 어린이책’ 회수 결정을 내린 여성가족부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회수 취소 의향을 묻는 질문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어서”라고 답해 빈축을 샀다.

앞서 여가부는 지난달 26일 ‘나다움 어린이책’ 7종 총 10권을 회수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이는 전날(25일) 김병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교 자체를 재미있는 일, 신나고 멋진 일, 하고 싶어지거든 등으로 표현했다”며 “그림이 상당히 민망할 정도로 적나라해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조기 성애화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의원은 “동성애와 성소수자를 조장하고 미화하는 것은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이날 여가위 회의에서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장관에 “성교육이 미화되거나 축소돼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 장관은 "이제 현재 많은 사회적 공론이 일어나기에 그 공론에 대해 적극적으로 귀를 열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병욱 통합당 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성교육 교재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덴마크 심리 치료사이자 성 연구가인 페르 홀름 크누센이 1971년 펴냈다.
김병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성교육 교재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덴마크 심리 치료사이자 성 연구가인 페르 홀름 크누센이 1971년 펴냈다.

 

유 의원이 다시 "지금이라도 논의와 공론화 없이 한 회수조치를 취소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이 장관은 "우리는 이게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 부분에서 또다른 갈등을 유발하는 것 같아서, 일단 또 기업의 사회적 공헌사업이어서 해당 기관이 사업하기 어렵다고 해서 (회수했다)"고 답변을 피했다. 

같은 당 신동근 의원도 "논란이 된 경위를 들어보니까 극우적 인터넷 매체와 교회 관련 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했는데 그런 극우성향 단체에서 지적하면 정부 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뀌는가. 무슨 정책을 그렇게 하는가"라고 힐난했고, 이 장관은 "이건 정부 정책이 아니고 사회적 기업의 협력사업"이라고 해명했다.

‘나다움 어린이책’이 논란이 일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문제적이라고 지적된 책들이 이미 선진국과 권위있는 세계상을 수상한 책들이었기 때문이다. 성교육책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는 1970년대 출간돼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호주,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아동인권 자료로 활용되는 책이다. 또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비난 받은 『자꾸 마음이 끌린다면』은 세계 최고 권위의 아동문학상을 수상한 도서다.

여가부의 회수 결정이 내려지자 즉각 교육·여성단체에서 반발이 쏟아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7일 성명을 내고 ”여가부는 인권과 다양성, 성평등과 존중의 가치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 국회의원과 일부 혐오세력의 주장에 대해 제대로 된 반박도 하지 않은 채, '문화적 수용성'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붙여 실질적인 정책 철회를 선언했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26일 ”김병욱 의원의 '나다움 어린이책' 도서 내용에 대한 지적은 성교육에 대한 무지와 차별의 소산"이라며 "'금욕적 성교육관'과 동성애를 차별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해당 도서들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난 6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기독자유통일당을 공개지지 선언한 ‘나쁜교육에 분노한 학부모 연합’이라는 단체에서 시작했다. 분학연을 포함한 22개 보수 우파 단체는 지난달 20일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르노같은 동화책, 초등학교 비치 웬말이냐”며 “동성애를 인권이라고 가르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대표는 실제로 미취학 자녀와 해당 도서를 함께 봤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유익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남녀의 신체를 어떻게든 음란하게 보려고 하는 의원의 개인 취향이 반영된 것 아닌가?”라며 “최근 N번방 등 10대~20대 어린 가해자들이 나타나는 데에는 제대로 된 성교육 없이 성을 터부시하면서 왜곡시키고 감추고 미화하는 사회 분위기 탓이라고 본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사실을 알려주고 어떻게 타인을 대하고 대접받아야 하는지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이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수많은 전문가들이 모여 선별한 책을 문제 제기 했다는 이유만으로 단번에 회수 결정한 초록우산어린이재단도, 여가부도, 교육부도 이상하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분학연을 포함해 김병욱 의원 등 문제를 제기한 측에서는 성교육 도서들의 대안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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