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리어컨설턴트협회 온라인 세미나
‘대한민국 여성의 경력개발모델’ 주제
임금노동 하는 과정 전반에 작용하는
구조적인 간접 차별 ‘유리경력 모델’

2016년 30대 기업 전체에서 신규채용된 여성의 비율은 31.8%이며 여성은 보험과 같은 대면 서비스직종에서만 남성과 비등하게 채용되고 연구·공학 분야에서는 극히 적은 수만이 채용된다. 2019년 전문직인 의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또한 여성 의사들은 전공의 지원 과정에서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47.3%가 응답했다. ⓒpixabay
2016년 30대 기업 전체에서 신규채용된 여성의 비율은 31.8%이며 여성은 보험과 같은 대면 서비스직종에서만 남성과 비등하게 채용되고 연구·공학 분야에서는 극히 적은 수만이 채용된다. 2019년 전문직인 의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또한 여성 의사들은 전공의 지원 과정에서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47.3%가 응답했다. ⓒpixabay

 

여성은 노동시장 진입 시점부터 급여를 받는 때까지 총체적으로 간접 차별을 경험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 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커리어컨설턴트협회가 1일 100회 기념 세미나 ‘대한민국 여성의 경력개발모델’을 화상회의채팅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열었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성별임금격차는 3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OECD 회원국 전체에서도 성별임금격차가 30%를 넘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과거와 달리 남성과 여성의 교육 수준 격차가 크지 않음에도 이처럼 격차가 벌어지는 데에는 경력단절, 고용의 질 등이 지적된다.

백지연 이화여자대학교 국제사무학과 교수. 이날 세미나는 화상회의채팅 프로그램 zoom으로 진행됐다. ⓒ여성신문
백지연 이화여자대학교 국제사무학과 교수. 이날 세미나는 화상회의채팅 프로그램 zoom으로 진행됐다. ⓒ여성신문

 

이날 백지연 이화여자대학교 국제사무학과 교수는 “여성이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순간부터 임금을 쥐는 때까지 겪는 모든 단계에서 작용하는 구조적 불평등이 문제”라며 ‘유리경력(Glass Career)’ 모델을 제시했다.

유리경력 모델은 여성이 어떤 기업에 소속돼 임금노동을 하는 과정 전반에 작용하는 구조적인 간접 차별을 나타낸 것이다.

‘간접 차별’은 중립적인 기준을 사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해당 기준은 특정 소수 집단에게 불균등한 결과를 가져와 차별을 초래하는 경우로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특별한 기준이 없는 상태다. 대표적인 간접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에는 대학 입시에서 시행하는 ‘농어촌 전형’이 있다.

백 교수가 설명한 유리경력 모델은 총 5단계로 나뉜다. △노동시장 진입을 위한 취업 시점에서 겪는 차별 ‘유리문’ △부서 배치나 업무에서 핵심부서와 업무를 맡지 못 하고 지원부서·업무로 배치받는 ‘유리벽’ △업무 과정에서 승진 등에 필요한 주요한 교육훈련을 받지 못 하는 ‘유리교실’ △승진에서 성별을 이유로 탈락하는 ‘유리천장’ △앞선 4단계의 결과물과 기존 편견으로 나타나는 임금 불평등인 ‘유리계좌’ 등이다.

백 교수에 따르면 여성은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에서 우선 어려움을 겪는다. 2016년 30대 기업 전체에서 신규채용된 여성의 비율은 31.8%이며 여성은 보험과 같은 대면 서비스직종에서만 남성과 비등하게 채용되고 연구·공학 분야에서는 극히 적은 수만이 채용된다. 2019년 전문직인 의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또한 여성 의사들은 전공의 지원 과정에서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47.3%가 응답했다.

조직 입사 후에도 여성은 ‘유리벽’과 ‘유리교실’을 경험한다. 여성은 조직 내에서 핵심 부서와 업무를 맡지 못한 채 주변부서와 지원업무를 맡게 된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기획, 재정 등을 담당하는 부서의 대다수는 남성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곧 여성의 핵심역량 개발과 증명 기회, 교육 및 연수 기회를 모두 박탈시켜 장기적으로 승진에 영향을 미친다.

유리천장은 더욱 심각하다. 부장에서 임원이 되는 경우는 남성 6.4%, 여성 4.3%로 얼핏 차이가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성직원 대비 여성 임원의 수는 0.3%로 여성직원 293명 당 1명에 불과하지만 남성은 2.5%로 40명당 1명이다.

백 교수는 “일반적으로 성평등이 거의 이루어진 나라에서도 남녀간 임금 격차는 약 11% 가량 난다. 이는 남성이 산업재해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직군에 더 많이 종사하는 경향이 있어 위험수당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라며 “20대 후반 같은 조건으로 취업한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는 91.7%로 이상적이다. 문제는 동일한 조건임에도 더 많은 남성이 취업에 성공한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문제 해결을 위해 백 교수는 기업문화의 개선과 여성 롤모델의 중요성을 말했다. 무계획적인 야근 문화와 근무 외 시간에 대한 기업의 간섭 등이 결과적으로 여성을 육아만 하는 존재로 내몬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미국 등에서는 교육과 제도에도 불구하고 왜 여성 리더가 적은가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선행 연구에서는 여성이 스스로 리더 아이덴티티를 갖는 정도가 낮다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리더 아이덴티티를 여성이 갖기 위해서는 △실질적 리더십 경험 △역할 모델의 필요 △사회적으로 여성의 리더십을 격려하고 설득하는 환경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한 여성 기업인은 “중요한 업무를 추진할 때 남성들이 여성을 배려한다며 업무에서 배제하는 상황을 본다. 악의 없이 그것을 배려라고 생각하고 하고, 여성은 그 상황에서 이를 순응한다”며 “이 같은 현상을 특히 주니어 그룹에서 많이 보는데, 남녀 모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