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첫 평일
2천여개 프랜차이즈 일제히 의자 치워
프랜차이즈 기준 빗겨난 카페,
야외에 테이블 의자 놓은 카페에는 사람들이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D타워의 12시 모습. 프랜차이즈 커피숍인 스타벅스는 모든 테이블과 의자를 정리했다. 그러나 다른 카페가 야외에 내놓은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앉아있다. ⓒ여성신문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D타워의 12시 모습. 프랜차이즈 카페인 스타벅스는 모든 테이블과 의자를 정리했다. 그러나 인근 다른 카페가 야외에 내놓은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다. ⓒ여성신문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한 평일 첫 날인 8월 31일 여기저기서 아이러니한 풍경이 벌어졌다. 포장 판매만 가능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실내 테이블을 모두 치웠다. 문밖에는 ‘테이크아웃 할인’ 현수막이 나부꼈다. 그러나 광화문 일대의 대형 개인 카페와 프랜차이즈 카페의 기준을 면한 카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자 정부는 9월5일까지 방역 단계를 높이고 ‘만남 및 외출 자제’를 부탁했다. 프랜차이즈형 커피음료 전문점은 영업시간과 관계 없이 포장·배달만 허용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 음식점도 오후 9시까지만 영업하고 테이블간 간격을 최소 1m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직장인들이 출근한 월요일이 되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허점이 드러났다.

이날 아침 서울 서대문구의 프랜차이즈형 카페인 A카페는 모든 테이블과 의자를 치우고 손님을 맞았다. 점원 1명이 입구에서 체온을 재고 QR코드 입장을 안내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2,30대 젊은 사람들도 낯선 방식에 점원의 안내에 따라야만 했다. QR코드 입장 안내를 도운 점원 B씨는 “손님들 모두 잘 따라주지만 QR코드 입장을 안내하자 귀찮다며 나가버리는 손님도 있고 문 밖에서 받을테니 주문할 수 없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문밖에서 주문을 하고 주고받는 방법은 당연히 해서는 안 된다.

광화문 한 빵집에 앉아 식사를 하는 사람들. ⓒ여성신문
광화문 한 빵집에 앉아 식사를 하는 사람들. ⓒ여성신문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오후 12시, 광화문 D타워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프랜차이즈형 커피숍 B카페가 의자와 테이블을 정리해 쌓은 모습이 보이는 유리창 앞으로 소규모 개인 카페가 야외로 내놓은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있었다. 잠시 앉아 음료를 마시다 떠나는 사람도 있었지만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도 있었다.

샌드위치와 커피 등 음료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C점 또한 점심시간 사람이 붐볐다.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도 있었지만 커피 등 음료만 마시는 이들도 있었다. C점에서 커피만 구입한 D씨는 “이상하다는 생각은 한다. 여기도 대기업 프랜차이즈고 인테리어도 카페식인데 여긴 앉아도 되고 길 건너 프랜차이즈 카페는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점원 이나리씨는 “의아하긴 하지만 본사에서 여긴 방역 지침에 해당이 안 된다고 하니 평소처럼 운영 중이다. 체감상 거리두기 2.5단계 전과 비슷하거나 사람이 좀 더 많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C점의 경우 사실상 카페로 운영하지만 업종이 ‘음식점’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매장 내 취식이 허용되는 경우다. C점 외에도 빵집, 패스트푸드점 등이 모두 음식점으로 분류되는 까닭에 카페를 대신하는 상태다.

(위) 9시부터 2시까지 3명이 방문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수기 방문자 기록. (아래)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한 카페의 모습. 해당 카페는 6개 지점이 있지만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프랜차이즈 커피숍 기준을 빗겨났다. ⓒ여성신문
(위)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3명이 방문한 프랜차이즈 카페의 수기 방문자 기록. (아래)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한 카페의 모습. 해당 카페는 수도권에 6개 지점이 있지만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프랜차이즈 커피숍 기준을 빗겨났다. ⓒ여성신문

 

대기업 계열의 프랜차이즈 커피숍들이 방역 대상이 된 것을 두고 현장에서는 분노가 터져나왔다. 독립문역 인근 프랜차이즈 커피숍 F 카페는 매장 입구에 ‘테이크 아웃 2500원’이라고 쓴 현수막을 붙여놨다. 

이 곳 사장인 김형철씨는 “본사 직영이 아니다 보니 매출 타격이 바로 오고 있다”며 수기 방문자 기록을 보여줬다. 기록에는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3명이 방문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김씨는 “여기는 회사 근처도 아니고 근처 학교 학생과 동네 주민들이 주요 고객이다. 배달대행을 하고 있어 어느 정도 보전은 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끝장이다”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커피숍 기준이 애매한 까닭에 문을 열고 성업 중인 곳도 있다. 전국 6개 점포를 소규모로 운영 중인 G 카페에는 ‘카공족’과 소모임을 갖는 사람들로 삼삼오오 자리가 채워져 있었다. 해당 카페가 프랜차이즈 커피숍 기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에 프랜차이즈로 신고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G 카페 관계자는 “카페 지점을 확장 중이었던 건 맞지만 어디까지나 우리로서는 카페를 상품을 선보이는 쇼룸의 형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에 따르면 수도권에 위치한 중소 브랜드 및 개인 커피 전문점 ‘기타 카페’ 비중은 경기도가 898%, 서울이 87.2%, 인천이 89.5%다. 서울의 비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1만6168개이며 프랜차이즈 카페는 2000여개다.

대형 프랜차이즈 계열사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가맹점주들을 도울 방법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2.5단계 이후 고용유지금 서류를 면제하거나 하면서 정부 측에서 대책마련을 한 것은 안다. 그러나 우리 가맹점은 상당수는 점주 또는 점주의 가족 2인 정도가 운영하는 소형매장 중심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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